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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봉샘의 성장통

아빠 손

일요일입니다.

자명종 시계 입을 막고

쿨쿨 늦잠자던 잠꾸러기 일요일이 아닙니다.

햇볕같은 아이들과 하늘같은 아빠들이 있는 일요일입니다.

약속장소입니다.

여전히 선생님은 일찍입니다.

부랴부랴 일찍인 선생님입니다.

아파트 단지 좁은 길을 따라

바쁜길을 재촉하는 아빠와 아이가 있습니다.

양복을 입은 아빠와 학원을 가는 듯한 아이.

시계를 들여다 보는 아빠 모습은

한가로운 일요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아이가 길을 가다 잠자리를 발견합니다.

살금살금 걸어 잠자리 뒤꽁무니로 갑니다.

손으로 살짝... 놓칩니다.

잠자리 뒤로 올랐다 다시 앉습니다.

다시금 살짝... 놓칩니다.

잠자리 위로 올랐다 다시 앉습니다.

다시금 살짝... 잠자리 날개를 잡고

빙긋이 웃는 아이의 얼굴입니다.

잠자리 느린 시간동안

가만히 지켜보는 아빠의 모습

걸음걸이와 양복에서 풍겨오던 바쁜 시간들이

아이의 작은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는

아빠의 사랑으로 바뀌었습니다.

다시금 길을 가는 아버지와 아이입니다.

아무리 바쁜 시간이라도

아무리 급한 일이라도

아이가 잠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기다려 주는

아빠의 사랑이 있는 시간입니다.

선생님은 지금

그런 모습의 아빠들을 기다리는 중입니다.

오늘은 아빠랑 견학을 가는 날입니다.

서울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 63빌딩에 갑니다.

KBS 방송국에 갑니다.

가까이 있어도 가보지 못한 곳입니다.

너무나 가까워 자주 보지 못했던 아이들과

너무나 가까워 가지 않았던 곳을 갑니다.

엘리베이터를 탑니다.

아파트 두 개, 세 개를 쌓아 놓은 만큼

높은 빌딩입니다.

"저거..사람이야? 자동차야?"

일곱 살 하은이의 말입니다.

차도로 달리는 사람들.

한강을 옆구리에 끼고 달리는

콩알만큼 작은 사람들이 보입니다.

"오늘... 뜀박질 대회가 있나 보네요"

하은이 아빠의 콩콩뛰는 말씀이십니다.

땅에 붙은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낮은 곳, 가장 먼 곳을 바라봅니다.

아무리 높이 올라도

하늘은 여전히 높고 커다랗습니다.

아이를 품에 안은 아빠의 마음처럼.

씨월드입니다. 63빌딩이 자랑하는 수족관.

흰동가리라 써 있는 물고기를 보자마자

일곱 살 안식이.. 반가운 인사를 나눕니다.

"니모 주인공이네?"

만화영화에 등장했던 물고기랍니다.

오줌싸는 멍게도 만져보고

얼음․땡놀이를 하고 있는 펭귄도 보고

(얼음하면 움직이지 않고 땡 하면 움직입니다)

물 속을 헤엄치는 물개도 봅니다.

"선생님. 똑똑 두드리면 물개눈이 똥그레져요"

"물개눈은 원래 동그란 것 같은데?"

"아니에요. 보세요.. 두드리면.. 봐요.. 똥그레지잖아요"

물개는 두드리면 눈이 똥그레집니다.

새로운 것을 알았습니다.

"허허.. 담배연기같군!"

물 해파리를 보고 하시는 아버님 말씀에

고개를 끄떡끄떡 해 봅니다.

아이들이 혓바닥을 낼름거립니다.

도마뱀과 혓바닥 놀이를 하는 중입니다.

도마뱀이 구경하는지 아이들이 구경하는지

서로들 구경하는 모양이 재미있습니다.

아파트 6층 높이가 된다는 커다란 영화관도 보고

버스에 올라 방송국을 향합니다.

"배고프다!"

점심시간입니다.

아빠들과 아이들과 둘러 앉아

엄마가 맛있게 싸 주신 점심 도시락을 먹습니다.

질경이반 병준이 엄마는 아침부터 화가 났다고 합니다.

일요일마다 엄마만 빼 놓고 간다고...

누구 누구 엄마는 일요일마다 휘바람을 분다고 합니다.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맛있는 반찬입니다.

방송국입니다.

"선생님이 텔레비전 보지 말라면서요!

그런데, 여긴 왜 와요?"

"응?"

뭐라고 말해야 할까?

"텔레비젼이 무조건 나쁘다는게 아니라

텔레비전이 아빠랑 엄마랑 친구들이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을 빼앗아가서 그런거지.. 그런데.. 오늘은

아빠랑 함께 오지 않았니? 이렇게 재미있는 이야기도 하면서 말야.."

"그래요?"

무엇인가 소화되지 않은 표정입니다.

음메~ 소가 음식을 되씹듯

선생님의 이야기를 계속 생각하는 녀석입니다.

뭐라 되묻기 전에 휘익 지나갑니다.

'저녀석! 누가 선생님 제자 아니랄까 봐...'

견학을 마치고

폴폴 지하수 흘러 넘치는 생태공원에 앉아

아이들 놀이하는 모습을 봅니다.

두런 두런 이야기 나누는 아빠들의 모습과

물 만난 고기마냥 물 장난하는 녀석들을 봅니다.

몇 녀석이 말다툼을 합니다.

한 손에 동전을 잔뜩 들고서.

"뭐하냐?"

"동전 따 먹기 놀이요"

"뭐라고?"

네 녀석이 손을 들고 벌을 받습니다.

아빠들이 보는 앞에서 벌을 받습니다.

놀이, 장난감, 돈...

월요일에는 아이들과

돈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 하겠습니다.

집에 가는 시간입니다.

아빠들과 아이들이 인사합니다.

손에 손을 잡고서.

커다란 아빠 손과 손에 담긴 작은 손

오늘따라 아빠 손이 커다란 보자기같습니다.

사랑으로 가득 찬 커다란 보자기에

작은 손 퐁당 담그고

종종걸음 걸어가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사랑은 역시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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