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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봉샘의 성장통

귀곡산장


옥길동 회관이 귀곡산장이 되었습니다.

한 발 내딪으면 뒷 발이 보이지 않는 짙은 안개

현관 문을 열면 슬금슬금 밀려드는 안개 구름

흐물흐물 소리도 없이

옥길동 회관이 안개속에 갇혔습니다.

구름 위에 둥둥

안개 속에 슬쩍

뿌연 현관 등에 가로 흐르는 안개 물결이

뒷 목을 스쳐 머리칼을 쭈삣 세웁니다.

'에구, 무시라!'

스산한 시간을 거꾸로 돌려

아침 나절 시원한 빗줄기와 만납니다.

비님이 오십니다.

줄넘기하는 아이들 두 발 모아 콩콩 뛰 듯

사방으로 튀어 오르는 빗방울입니다.

"비가 오면 어떻게 하게?"

"조용히 해요?"

"왜 조용히 하게?"

"빗소리를 듣기 위해서요"

"말은 어떻게 하게?"

"작게 해요"

"왜 작게 하게?"

"작게 해도 잘 들리니까요"

"작게 해도 왜 잘 들리게?"

"..........."

"비가 오면 소리도 비 맞기 싫어

창 밖으로 나가지 않기 때문이지.

그래서 쿵쾅 소리도 더 크게 들리고,

너희들 조용조용 말 소리도 잘 들리지"

"저-기 나뭇잎이 왜 빨갛게?"

"가을이니까요"

"어제는 초록색이었는데?"

"가을이 왔나봐요"

"나무가 빗물에 목욕하나 봐! 나뭇잎을 빗물로 씻으니

초록 때가 벗겨지고 빨간 잎이 살아나네~

아니면 너무 세게 씻어서 빨갛게 부어 올랐던지..."

"선생님은 결혼할꺼다~"

"누구랑요?"

"비랑. 비랑 결혼할꺼다~"

"에이. 비랑 어떻게 결혼해요?"

"이렇게!"

창 밖으로 팔을 내밉니다. 팔짱을 낍니다.

"딴-딴-딴딴 딴-딴-딴딴.

딴-딴-딴딴딴 딴딴 딴-딴딴딴

아이들 말 소리가 둥둥

아이들 얼굴이 둥둥

하늘에 허공에 둥둥

흐물 흐물 오징어마냥 늘어지더니

담배 연기마냥 훅 불어 흩어지더니만

한 줄 안개로 포개어집니다.

'에구, 무시라!'

열린 창문 꽉 닫고

열린 단추 꽉 채우고

스물스물 안개 구름 흘러 들기 전에

안개베고 구름위로 꿈을 찾아 갑니다.

'에구 졸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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