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코끼리다!.."
아이들의 발걸음이 빨라집니다.
걸어가기엔 종종걸음 너무 느립니다.
산 만한 코끼리 회색 코끼리
시끄러운 소리에 화가 났는지
엉덩이를 돌려 철퍼덕 똥을 지릅니다.
똥무더기를 쏟아 냅니다.
"우와!"
똥 싸는 걸 보고 탄성을 지릅니다.
'쏴아아-'
"선생님! 저것도 고추에요?"
고추라고 하기엔 너무 많은 오줌.
세숫대아를 쏟아버린듯이 오줌이 쫘악 깔립니다.
"정말 대단하다! 우와!"
비둘기 한 마리 푸짐한 코끼리 똥에 앉습니다.
"선생님. 비둘기가 코끼리 똥을 먹어요. 에구.. 더러워라!"
오늘은 아이들과 아빠들과 동물원에 왔습니다.
한 두 번 와 보는 동물원도 아닐텐데
어른이나 아이나
올 때마다 볼 때마다 환호성을 지릅니다.
올 때마다 볼 때마다 가슴이 뜁니다.
쿵쾅 쿵쾅 코끼리 가슴을 가지고
사자마냥 호랑이마냥 늘어지게 하품하며 낮잠 잘 일요일에
볼 거리 말할 거리 정신없는 원숭이처럼
가을바람 신바람 즐거운 나들입니다.
오후에는 서울시 안전 체험관을 찾습니다.
연기 속 미로 속을 통과하고
하늘을 나르는 미래의 소방차에 올라
물 뿜는 소화기도 쏴 보고
땅 흔들리는 지진
하늘이 우는 태풍같은 센 바람을 지나
뛰어 내리고 기어가고
숨고 도망가고
신나는 어른들과 말 잘 듣는 아이들
어른과 아이가 뒤바뀌는 곳입니다.
"선생님. 아까요.. 연기 속 통과할 때 조금 무서웠어요"
"그래? 그래도 용감하게 침착하게 참 잘했다.
사실.. 선생님도 무서웠다. 불이란 참 무섭다는 걸 알았으니까.."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종일 놀았습니다.
놀고도 놀고도 또 놀고 싶은 것이
놀이입니다.
내일도 모레도 또 하고 싶은 것이
놀이입니다.
매일 매일 똑 같은 시간이지만
매일 매일 다른 시간입니다.
오늘만큼 짧은 시간은
짧은 만큼 소중함은 길게 남습니다.
요상한 꿈을 꿉니다.
코끼리 소방관 아저씨가 소화기를 들고 불을 끄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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