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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봉샘의 성장통

훈 장


견학을 갑니다.

엄마가 싸 주신 맛있는 도시락에

따끈 따끈 물통에

네모진 돗자리를 포개 넣은 배낭을 메고서.

"어디 가는 길이게?"

"할아버지 할아버지 할아버지 할아버지..."

"?"

"할아버지 할아버지 할아버지 할아버지..."

"?"

"할아버지 할아버지 할아버지가 태어나기 전에 살았던 사람들이 살던데요"

"하하.. 뭐라고?"

"못 들었어요?"

"응. 다시 해 줄래?"

"싫어요. 숨쉬기 힘들어요. 헥헥.."

서울시 암사동에 위치한 선사유적지..

"이야! 또 왔구나. 정말 반갑네"

"선생님은 온 적 있어요?"

"응"

"언제요?"

"너희들 아기였을 때 형들이랑"

"그런데 왜 또 와요?"

"너희들하고는 안 와 봤으니까"

"그럼.. 선생님은 재미없겠네요"

"재미있는 것은 또 봐도 재미있다"

"정말요?"

"응. 너희들 얼굴 어제도 봤지만 오늘 또 봐도 반갑고 사랑스러운 것처럼"

웃음으로 이해하는 녀석들.

버스타고 1시간

길게 달려 온 녀석들입니다.

덕분에 달봉이 얘기도 실컷 들은 녀석들

달봉이 장난만 가슴에 담고 버스에서 내립니다.

"어디부터 갈까?"

"저쪽이요. 저쪽.."

알지도 못하면서 앞장서는 녀석들

엉터리 안내를 받으며 달려갑니다.

"저게 뭐냐?"

"움집이라고 써 있어요"

"들어가 볼까?"

"들어가도 되요?"

"들어가라고 써 있네.."

"선생님. 저 아저씨 무서워요"

"괜찮아. 가짜 사람이야. 인형이야."

"선생님. 저 안에 동전있어요"

물고기를 굽고 있는 여자와 무엇인가를 먹고 있는 아이 인형 사이에

동그란 동전 하나가 떨어져 있습니다.

"저 동전도 옛날에 쓰던 동전이에요?"

"아닌 것 같은데?"

"선생님이 어떻게 알아요?"

"잘 봐 봐.. 50원이라고 써 있잖아"

"어디요? 어디요?"

동전만 들여다 보는 녀석들.

나중에 나중에 오늘을 생각하면

움짐에서 본 것은 50원짜리 동전뿐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배고프다! 밥 먹자"

도시락을 꺼냅니다.

밥가를 부릅니다.

쎙- 하고 찬 바람이 지나갑니다.

"선생님! 겨울 만났어요"

"그래, 정말 겨울이 왔나보다. 밥 먹어서 배를 따뜻하게 해야겠다. 춥지않게!"

지나가던 할머니 한 분이 멈춰섭니다.

"아유.. 요 귀여운 녀석들.. 밥 먹니?"

"예.. 할머니도 드실래요? 자요. 이거 드세요"

한 녀석이 손바닥 안에 무엇인가를 내밉니다.

"이게 뭐냐? 아니? 이거 당근 아니냐? 당근은 왜 주니?"

"당근은 몸에 좋아요. 드세요."

"그래? 어이구.. 고맙다"

고맙다는 말에 너도 나도 손바닥을 내밉니다.

귤 하나, 김밥 하나, 사과 한 조각!

"아이구.. 아이구.. 정말 고맙다. 이제 그만 줘도 된다"

두 손에 푸짐한 점심을 들고서

할머니 웃음으로 말씀하십니다.

"아이구.. 아이들 참 잘 키우셨네요"

"아.. 예.. 많이 드세요. "

잘 키우셨다?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는 생각은 해 본 적 없는데..

선생님이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것인가?

김밥 하나 사탕처럼 입 안에서 구릅니다.

"선생님. 이거 드세요!"

손 때묻은 김밥 하나, 사과 한조각, 귤 하나...

아이들의 손 때엔 달짝지근한 사랑이 묻어 있습니다.

"얘들아, 너무 춥다! 밥 먹고 어서 놀자!"

놀이를 합니다.

나무요정놀이.

아이들은 나무요정이 됩니다.

선생님은 심술꾸러기 겨울바람.

겨울바람이 나무를 꽁꽁 얼리기 전에

아이요정들이 나무를 가슴으로 안아 줍니다.

놀이를 합니다.

신발던지기 괴물놀이

선생님은 신발던지기를 좋아하는 괴물입니다.

도망가는 아이들을 잡아서 신발을 벗긴 후에

멀리 멀리 던져 버립니다.

갑자기 눈 앞이 번쩍합니다.

햇볕 가득한 한 낮에 별이 반짝합니다.

한 녀석이 길다란 나무 막대기로

선생님 뒷통수를 내리쳤습니다.

괴물을 혼내주려고.

"아야..아야..."

머리를 잡고 주저앉습니다.

아이들이 몰려듭니다.

"선생님. 왜 그래요?"

"저 녀석이 막대기로 선생님 때렸어"

"왜 그랬데?"

"몰라. 아프겠다"

"선생님.. 많이 아파요?"

정말 아픕니다.

고개 들어 막대기를 들고 있는 녀석을 봅니다.

어쩔 줄 몰라 합니다.

막대기를 멀리 던집니다.

'화 내야 할까? 잘 타일러야 할까?"

아픈 것은 아픈것이고 고민은 고민입니다.

"얘들아! 춥다. 이제 버스타자!"

막대기 장난을 한 녀석

두 손을 번쩍 들고 따라옵니다.

"위험한 장난은 하지 말아라! 재미있다고 생각하기 전에

다른 사람이 다치지 않을까 먼저 생각해라."

머리에 난 상처는 눈에 잘 보입니다.

머리에 난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낫습니다.

하지만, 마음에 내는 상처는 보이지 않습니다.

마음에 내는 상처는 시간이 지나도 낫지 않습니다.

그래서 마음을 전할 땐 항상 고민이 됩니다.

돌아가는 길입니다.

따뜻한 버스안에서 골아 떯어진 녀석들입니다.

기울어진 머리를 세워주며 머리를 만져 봅니다.

아픕니다.

손 때묻은 맛있는 점심도 나눠주는 아이들이지만

오늘처럼 가끔씩 상처도 주는 아이들입니다.

흉터가 될지 훈장이 될지는

선생님 몫인 것 같습니다.

오늘은 견학을 갔다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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