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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봉샘의 성장통

집 잃은 개구리


"선생님! 개구리가 들어왔어요"

교실 한쪽 구석 개구리 한 마리

진흙 밭에 빠졌는지

우걱 우걱 진흙만 먹었는지

온 몸이 진흙빛인 허둥지둥 개구리

"잘가라, 개구리야!"

"뭐에요? 선생님.. 뭐에요?"

궁금함이 꼬리를 물기 전에

돌려 보냅니다. 집으로.

꼬멩이 나리꽃반

폴짝폴짝 뛰어 옵니다.

"선생님, 교실에 개구리가 들어왔어요!"

앞 집, 뒷 집 개구리

한 집에 모였나 봅니다.

"개구리가 왜 왔을까?"

"여기에 파리가 많으니까 파리 먹으러 왔나보죠"

용문이입니다.

"우리가 파리로 보이나 봐요"

기창이입니다.

옹알옹알옹알

개굴개굴개굴

"선생님이 볼 때는 너희들도 개구리같다!"

"에- 정말요?"

"그럼~ 너는 태권도복 입은 개구리!"

"우헤헤.."

"그리고 또 어떤 개구리가 있을까?"

"머리묶은 개구리요" "히히히"

"염색한 개구리요" "헤헤헤"

"음.. 줄넘기하는 개구리요" "오호..."

"선생님~ 여기 이빨 빠진 개구리요"

앞니 빠진 안식이가 넬름 웃습니다.

"아.. 저... 안경 쓴 개구리요..하하하"

지원이를 보고 동우가 웃습니다.

지원이 동그란 안경이 빙글 웃습니다.

"우리들이 전부 개구리네? 그럼..선생님은 늙은 개구리?"

"아니? 선생님은 개구리를 좋아하는.. .뱀이지.."

"와-" 꼬물꼬물 엉덩이 뒷걸음질합니다.

"날씨도 좋은데 우리 가을 구경갈까?"

"네"

"잠바 입어라!"

옥길동 언덕입니다.

"선생님, 여기에 이 시커먼 돌은 뭐에요?"

"응.. 차들이 다니는 길 만드는 돌, 죽은 돌"

"여기에 왜 차도를 만들어요?"

"찻 길이 좁데, 그래서 넓게 만든데"

"저기는 우리 꽃밭이었는데..."

"맞아요. 이제는 저기서 축구도 못 하고"

"그늘도 없어졌어요"

"찻 길이 넓어지면 누가 좋아할까?"

"찻 길 아저씨들이요"

"칫. 서로 양보하고 가면 되지.. 왜 그러지?"

안식이입니다.

그렇지. 아무리 넓어도 먼저 가려면 길은 항상 좁지

그렇지. 아무리 좁아도 서로 양보하면 길은 항상 넓지.

"와! 바람 정말 많이 분다. 우리 이따가 점심 먹고 연 날리기 할까?"

"정말요? 그런데, 연이 없잖아요"

"연? 있지. 너희들 민들레반 교실에서 연필통 만들었다며?"

"예.."

"연필통에서 연만 떼어 날리면 되지. 그래도 필통은 필통이잖아?"

"에이, 그게 뭐에요!"

"히히히"

"선생님, 손 잡아도 되요?"

"아니?"

"왜요?"

"다른 친구들이 셈 내잖아! 너만 잡는다고.."

"친구들도 잡으라고 하면 되잖아요"

"선생님 손은 두 개뿐인데?"

"그럼.. 손 잡고 싶어도 못 잡아요?"

"선생님 손이 스물 두 개가 되면 잡을 수 있지..."

"손이 어떻게 스물 두 개가 되요?"

"혹시 모르지. 기다리면 손이 점점 많아질지도.. 히히"

"선생님, 오늘 몸놀이는 뭐할꺼에요?"

"오늘? 날씨도 좋은데 밭에 갈래?"

"밭에 왜 가요? 고구마도 없는데?"

"고구마가 없으니까 밭에서 놀 수 있잖아? 운동장처럼..."

"정말요?"

"그럼..오늘은 고구마 축구를 해 보자"

"고구마 축구?"

"고구마 밭에서 하는 축구, 고구마 축구!"

"히히.. 재미있겠다"

점심밥을 뚝딱 먹고

아이들과 밭으로 향합니다.

울퉁불퉁 밭에서 고구마 축구를 합니다.

여자친구들은 커다란 언덕에 올라

가까운 동네 먼 동네... 동네 구경을 합니다.

봄이면 냉이 꽃밭에 숨어 숨바꼭질도 하고

은행나무 밑에 앉아 은행으로 구슬치기도 했었는데

그 좋은 놀이터들이 하나 둘씩 차도로 변합니다.

넓은 들판이 작은 화단이 되어 갑니다.

아침에 보았던 개구리 생각이 납니다.

혹시 그 개구리 집이

저기 찻 길이 들어서는

저 곳이 아닐까...

집 잃은 개구리 개굴개굴

슬퍼서 찾아온 것이 아닐까

질경이반 개구리반

슬퍼서 찾아온 것이 아닐까

우리네 아이들

울퉁불퉁 뛰어 노는 놀이터

지킬 수 있을 때 지키고 싶습니다.

우리네 아이들

개구리 마냥 개굴개굴

슬퍼 울기 전에...

신나게 고구마 축구를 하는 녀석들 얼굴이

울퉁불퉁 튼튼한 고구마 얼굴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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