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소통하는 법에 정답이 있으면 편하겠지만 모범답안이 있으면 더없이 위험한 것이 아이들과의 소통입니다.
아무리 많은 아이들을 만났어도 그리고 그 아이들과 소통하려 끊임없이 노력했지만 그렇다고 모든 아이들이 전부 행복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아이들에게 다가설 때 또는 아이들이 다가오기를 기다릴 때 마다 진정 왜 소통하고자 하는지 스스로에게 묻게 됩니다.
아이가 편안하고 행복하기를 바란다는 미명 하에 오히려 아이를 불편하게 하는 것은 아닌지 이 또한 욕심이지 않을까 하며 되묻기를 반복합니다.
선생님이나 부모의 눈에 아이가 불편해 보일 뿐 아이 자체는 전혀 불편함을 모를 수도 있고 어쩌면 스스로 편안함을 찾아가는 순간일수도 있지 않을까요? 마치 신발을 바꿔 신은 아이는 불편함을 모르는데 어른인 내가 보기 불편해서 굳이 다시 고쳐 신도록 하는 것처럼.
나는 아이들과 소통하기를 원합니다.
내 진심이 잘못 전달되지 않게 하기 위해 신중히 단어를 고릅니다. 그리고 아이로부터 나오는 신뢰의 끈을 잡습니다. 정답은 없지만 소통이 잘 되었을 때의 분명한 느낌은 있습니다. 그것은 아이로부터 내게 오는 신호이고 나로부터 아이에게 가는 신호입니다.
아이들을 만나듯이 어른들을 만나면 얻지 못할 마음이 없다는 것을 아이들을 보며 배웁니다.
1. 아이들이 말하고자 할 때 듣습니다.
듣고 싶어 물을 때는 이미 늦었을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말할 때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잘 듣고 들은 말이 맞는지 아이의 마음을 재확인합니다. 아이들도 제 마음을 먼저 알아주기를 원합니다. 해결책은 스스로 만들어야 하는 것입니다. 도움이란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해결책을 생각해 볼 수 있는 마음의 안정을 주는 것이 아닐까요?
2.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의 생각을 궁금해 하지 않지만 다른 아이들의 반응에는 민감합니다.
아이들만 자기중심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말은 제 마음과 생각에서 나오니 자기 마음을 떠날 수는 없습니다. 그러므로 자기중심적인 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의 반응에 민감한 것도 제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니 다른 이를 탓할 수 없습니다.
누구나 자기 마음으로 생각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다른 아이들의 반응에 쓸 마음을 줄일 수 있습니다. 이것이 나를 생각하듯이 다른 나(다른 사람)를 생각하는 방법입니다.
3. 아이들의 말을 듣는다는 것은 말이 끝나기 전에 대꾸하지 않는다는 말이 아닙니다. 말을 들으며 대꾸할 말을 생각해 내지 않는다는 것, 아이들의 말을 자기 말로 해석해 내지 않는 것 그리고 아이가 했던 말로 충분히 들었다는 것을 알려 주어야 진정 들은 것입니다.
다른 사람의 말을 듣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합니다. 다른 사람의 말이 끝나기만 기다리는 것은 결코 듣는 게 아닙니다. 이것은 들은 말을 송두리째 흘려보내는 것과 같습니다.
말을 들을 때는 듣는 것에만 최선을 다하면 됩니다. 아이들의 말은 온전히 들어주는 것만으로 충분할 때가 많습니다.
4. 혼자 말이 아니라면 상대가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을 하는 것이 말하기입니다.
아이들은 과연 어른들의 말을 알아듣는 것일까요? 아니면 어른들의 말을 익히며 알아듣는 척 하는 것일까요?
아이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을 하는 것은 아이들과의 소통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아이들이 알아들었는지 단지 듣기만 했는지 말하고 난 다음에는 아이들의 반응을 봐야 합니다. 아무리 좋은 말도 상대가 알아듣지 못한다면 소통을 위해서는 과감히 버릴 필요가 있습니다.
3월은 그래요!
소통의 시작은 판단하거나 결정하지 않는 것입니다. 보여 지는 그대로 받아들임입니다.
3월은 변화의 달입니다. 다섯 살 아이들이 새로 들어오고 여섯 살 아이들과 일곱 살 아이들은 월반을 합니다. 여섯 살, 일곱 살에도 새로 들어오는 아이들이 있지만 그 수가 많지는 않습니다. 월반 하는 여섯 살, 일곱 살 아이들에게도 새로운 변화는 생겨납니다. 담임선생님이 바뀌고 친구들도 많이 바뀝니다. 아무리 작은 변화라도 변화는 아이들을 긴장하게 합니다. 그러므로 3월의 소통은 철저히 아이 중심이어야 합니다.
- 새로 들어온 다섯 살 아이들.
다섯 살 아이들 대부분은 엄마와 잠시 떨어지는 것이나 유치원, 어린이집을 다니는 것이 처음입니다. 집에서 엄마와 떨어지는 것이 자연스럽게 연습된 어린이를 빼고는 엄마와의 떨어짐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아이들은 자라 온 특성에 따라 이러한 어려움을 다양하게 표현합니다. 아이들의 표현은 울음, 생리적 변화(잦은 소변이나 소변 참기), 행동의 변화(소극성, 들뜸) 등으로 나타납니다.
새로운 환경을 접하는 아이들의 다양한 표현에 어른들은(선생님, 부모, 조부모 등) 환경에 쉽게 또는 빨리 적응하기를 바랍니다. 적응의 개념은 하트만(Hartmann, 1939)의 정신분석 이론에서 처음으로 명백하게 정교화 되었으며 “적응은 개인이 환경의 영향을 변화시킬 때 일어날 수 있으며 …또한 자신의 심리 생리적 체계의 적절한 변화를 통해 일어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적응은 아이들이 직접 해야 하는 일이며 부모나 조부모가 대신 해 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러므로 아이들의 적응을 돕는 첫 과정은 아이들이 선택한 표현 방식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어른들의 생각대로 판단하거나 결정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최대한 안정을 줄 수 있는 몸짓, 행동, 말을 해야 합니다.
① 엄마와 떨어지면 우는 수진이(가명)
수진이는 유치원 가는 것을 싫어합니다. 엄마와 떨어지는 것이 두렵기 때문입니다. 엄마는 수진이가 유치원에 빨리 적응하기를 원하지만 수진이 마음은 엄마 마음이 아닙니다.
매일 아침 엄마와 수진이의 갈등이 반복됩니다. 수진이는 엄마와 함께 있으려고 하고 엄마는 수진이를 유치원에 보내려고 합니다. 유치원 앞에 까지 와서 들어가지 않으려는 수진이를 떼어내기 위해 엄마는 짧게는 5분 길게는 30분 동안 수진이와 실랑이를 벌입니다. 수진이를 겨우 떼어내어 담임 선생님에게 건네주고 돌아서는 엄마는 아침나절부터 피곤함을 느낍니다.
철이(가명) 어머니는 직장에 출근을 해야 해서 아이가 울어도 차량 지도 선생님에게 아이를 건네주고 갑니다. 철이는 선생님 품에서 벗어나기 위해 소리를 질러대며 몸부림을 칩니다. 하지만 엄마는 철이의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 양 서둘러 발을 재촉합니다.
엄마와의 헤어짐이 힘든 것은 수진이도 철이도 같지만 엄마들의 선택은 서로 달랐습니다. 어떤 선택을 했든 수진이와 철이는 기간만 다를 뿐 분명 울지 않고 스스로 유치원에 가는 날이 올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겉으로 보여 지는 모습이고 아이들의 마음 속 변화는 어떤지 알 수가 없습니다.
어떻게든지 아이를 설득해 보려는 수진이 엄마의 모습과 이제부터는 유치원에 가야 한다고 바로 버스에 태우는 철이 엄마의 모습 중에서 어떤 모습이 더 좋다라고 말하려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엄마와 아이가 소통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입니다.
아이가 엄마와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그동안 엄마와 떨어진 경험이 없어서입니다. 그러므로 갑작스러운 변화는 아이에게 두려움을 넘어 공포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엄마와 떨어지기 위해서도 충분한 연습이 필요합니다. 잠깐 잠깐씩의 떨어짐과 이러한 떨어짐 이후에는 반드시 다시 엄마를 만난다는 확신이 반복되어야 아이들은 비로소 안심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확신하게 되는 과정을 유치원에 오기 전에 미리 연습한다면 아이도 엄마도 3월 한 달을 실랑이와 피곤 속에 살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앞으로도 아이들 앞에는 새로운 변화의 과정들이 수도 없이 존재합니다. 이러한 변화를 건강하게 맞이하기 위해 앞으로는 어떠한 준비를 해야 할지 수진이와 철이의 경우를 보고 짐작해 보셨으면 합니다.
모든 아이들이 엄마와의 헤어짐이 힘든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엄마와의 헤어짐이 힘들지 않다고 해서 이 아이들이 모두 유치원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입니다.
유치원은 아이들이 다니는 곳입니다. 아이들이 주인인 곳입니다. 주인이 자기 집을 드나드는 것을 어려워하고 싫어하는 이유는 주인의식이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주인의식은 종이 접기처럼 쉽게 접을 수 있는 것도 나무 블록처럼 쉽게 쌓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화살을 나에게 한 번 돌려 볼까요?
내가 생활하는 공간에서 과연 주인의식을 가지고 살고 있는가!
주인의식이 무엇인지 알지도 경험해 보지도 못한 어른이 과연 아이들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살도록 도울 수 있을까!
아이들이 주도적인 생활을 하기를 원한다면 주도적인 생활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좋은 배움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되새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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