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저씨~!”
등교 차에서 내리자마자 다섯 살 녀석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입니다. 몸 놀이 가르쳐 주는 아저씨~. 언니들이 “ 아저씨 아니야~ 달봉샘이야! ” 하고 가르쳐 줘도 다섯 살 아이들의 입 꼬리에는 아저씨가 주렁주렁 달려 있습니다.
다섯 살 아이들의 몸 놀이 첫 시간!
몸 놀이도 무엇보다 첫 인상(?)이 중요하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다가서기 위해 옷차림을 고민합니다.
‘음! 닭 탈도 있고 피에로 옷도 있는데.... 아무래도 커다란 닭 탈을 쓰고 나타나는 것은 얼굴이 보이지 않고 오히려 위협적일 수 있으니까 피에로 옷이 좋겠군.’
하얀 점이 수두룩하게 박힌 빨간 피에로 옷을 입고 몸 터에 들어섭니다. 아이들이 오기를 기다립니다. 드디어 문이 열리고 다섯 살 아이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문지방을 넘을 생각을 안 합니다. 얼굴은 분명 아저씨 얼굴인데 이상한 옷을 입고 있어서 들어오기가 쉽지 않은 모양입니다. 한참이 지나서야 한두 녀석이 슬금슬금 몸 터로 들어섭니다. 그제야 그림자마냥 따라서는 아이들.
“ 달봉이 선생님이야! 오늘부터 너희들과 몸 놀이를 할 거야. 몸 놀이는 정말 재미있는 놀이야. 너무 재미있어서 아마 깜짝 놀랄 걸? ”
전혀 기대하지 않는 표정들입니다. 표정이 없는 아이들 표정을 보는 것이 얼마만인지 오히려 신기하기조차 합니다.
“ 체조 한 번 해 볼까? 달봉샘만 따라하면 돼. 이렇게 이렇게~ ”
따라하는 녀석들은 군데군데 한 두 녀석 뿐 나머지 녀석들은 멀뚱 서서 쳐다보기만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주눅이 들어서는 안 됩니다. 아이들이 어찌하든 혼자 신난 사람처럼 연신 엉덩이를 흔들며 몸을 쉬지 않습니다.
‘ 금방 따라할 거야. 암... 작년에도 그랬고 재작년에도 그랬잖아? ’
스스로 위로하며 체조를 마칩니다.
“ 이번에는 재미있는 놀이를 한 번 해 볼까? 잡기 놀이 어때? 달봉샘이 잡고 너희들이 도망가는 거야. ”
잡기 놀이라는 말에 벌써부터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가 있습니다. 마치 무서운 괴물이 잡으러 오는 것처럼. 눈물을 훔치며 담임선생님 품에 숨습니다. 바늘로 콕 찌른 것처럼 달봉샘 마음도 찔끔합니다.
‘ 금방 따라할 거야. 암.... 작년에도 그랬고 재작년에도 그랬잖아? ’
다섯 살 아이들과의 몸 놀이는 첫 시간이 가장 웃기면서 힘듭니다. 경계하는 눈총들 사이로 웃음을 만들어 내야하기 때문에.
여섯 살, 일곱 살 몸 놀이 시간에 달봉샘은 하소연을 합니다.
“ 다섯 살 아이들이 달봉샘을 괴물처럼 생각해. 달봉샘이 움직이기만 하면 우는 녀석도 있어. 안 울게 하려면 쳐다보지도 말고 움직이지도 않아야 돼. 달봉이 인형처럼. 너희들이 동생들에게 얘기 좀 해 줘. 달봉샘 안 무섭다고. 그리고 몸 놀이 재미있다고. ”
아이들이 서로 돕겠다고 합니다.
‘ 그렇지. 바로 이 방법이야. ㅋ ㅋ ㅋ 너희들도 그랬던 것처럼... "
여섯 살, 일곱 살 몸 놀이 시간에 힐끔힐끔 열린 문틈으로 다섯 살 아이들이 몸 놀이를 훔쳐봅니다. 뛰고 달리며 땀 흘리는 형과 언니, 누나들의 표정을 훔쳐봅니다. 그러다 달봉샘과 눈이 마주치면 후다닥 뛰어 도망갑니다. 도망가는 녀석들의 작은 엉덩이가 웃을까 말까 고민하는 녀석들 표정처럼 씰룩거립니다. ‘ 이제 시작이군. ㅋ ㅋ ’
“ 아저씨~ 오늘 몸 놀이 할 거야? ”
“ 아니~ 안타깝네? 오늘은 일곱 살 형아들 하는 날이야. 너희들은 내일이야. ”
어느새 달봉샘은 배짱을 튕기고 있습니다.
복도를 지날 때마다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아저씨 타령과 달봉샘 외침에 헛, 험, 헛기침을 하면서 녀석들 표정에 눈짓으로 답합니다.
몸 놀이는 마음이 열리지 않으면 할 수 없는 놀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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