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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학교

말 많은 아이들






입으로 먹었는데 입으로 나오는 것이 있습니다.

말입니다.

 입도 따지도 보면 몸이지만 입에서 나오는 말을 몸짓이라고 하기에는 억지스럽습니다.

풀씨 학교 아이들은 말을 참 많이 합니다.

쉴 새 없이 삐악거리는 병아리들 같습니다.

동시에 두 세 녀석의 질문을 받는 것은 예삿일입니다. 몸 놀이 시간이라고 별다르지 않습니다.

‘요술쟁이 아저씨~ 요술 한 번 해 봐요. 가르쳐 줘요~ ’ 

 요술쟁이 아저씨 노래가 흐르면 몸 놀이를 할 아이들이 몸 터로 달려옵니다.

마치 주머니에 가득했던 유리구슬이 터져 한 번에 쏟아져 나오는 것처럼.

선생님 앞에 모여 앉은 아이들은 여지없이 쫑알쫑알 햇볕을 쪼는 병아리들 모양입니다.

심지어 아예 등 대고 돌아 앉아 이야기꽃을 피우는 녀석도 여럿입니다.

가만히 보고만 있으면 끝이 없습니다.

그러는 와중에도 ‘ 몸 놀이 언제 해요? 왜 안 해요? ’를 계속 묻는 녀석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시끄러운 가운데에도

생기 있고 또랑또랑한 눈알을 굴리며 말끄러미 바라보는 녀석은 꼭 있습니다.

녀석과 눈이 마주치면 선생님은 빙그레 웃음으로 답하고

그 녀석으로 인해 힘을 얻어 몸 놀이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몸 놀이는 발산으로 시작합니다.

발산이란 감정이나 자신의 향기를 밖으로 드러내어 해소하는 것을 말합니다.

비움으로 더 크고 환한 것을 내 안에 들일 수 있습니다.

풀씨 학교 몸 놀이의 시작은 몸짓과 말과 웃음소리가 어우러진 체조입니다.

재미는 아이들의 몸짓을 편하고 자유롭게 하고

재미있음을 소리 내어 웃음으로 발산하면 자연스럽게 땀방울이 맺힙니다.

체조가 곧 놀이이고 놀이가 재미입니다.

 

 일곱 살 아이들은 체조가 재미있으면 마치 누가 시킨 것처럼 “ 한 번 더! 한 번 더! ”를 외칩니다.

다섯 살 아이들은 선생님 옷소매를 잡아끌며

알아들을 듯 말 듯한 발음으로 하고 싶은 체조를 수줍게 말합니다.

하고 싶은 것만큼 몸을 자유롭게 하는 것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 많은 녀석들의 입은 쉬지 않습니다.

몸짓으로만 발산하기에는 분명 발산 구멍이 작은 것입니다.

그래서 가장 커다란 구멍인 입을 크게 벌려 소리치고 말하며 발산하는 것이 확실합니다.

 

 이러한 일은 선생님에게는 참으로 곤혹스럽습니다.

아이들 마냥 발산했다가는 오전이 다 가기 전에 넉- 다운 이 될 것이 뻔합니다.

그렇다고 몸을 사리면 아이들의 몸짓도 스르르 작아져 버립니다.

그래서 조절은 선생님에게 늘 화두(話頭)입니다.

 한 바탕 신나게 체조를 하고 나면 놀이할 몸이 만들어 집니다.

어떤 놀이를 하더라도 마음이 열려 쉽게 할 수 있습니다.

 

일곱 살 아이들은 피구를 자주 합니다.

승패가 있는 놀이를 할 경우에는 승패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를 잘 다루어야 합니다.

언제부터인가 아이들 세계에도 1등 문화가 떡 하니 자리를 잡아

밥 먹는 것조차 1등하는 것을 자랑스러워합니다.

‘빨리 빨리’에 익숙한 어른들 문화가 아이들 세상까지 집어 삼키고 있습니다.

배움의 과정에 있는 아이들은 느린 것이 당연하고

느림을 통해 내 것이 되는 자연스러움을 배울 수 있는데

익숙한 것이 무조건 ‘빨리’하는 것으로 귀결되는 것 같아 무척이나 씁쓸합니다.

 우스개로 빨리해서 좋은 것은 달리기 경주밖에 없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달리기 경주는 달리기의 빠르기를 겨루는 경주이니 그렇지만

모든 것이 달리기 경주마냥 속도를 겨루는 판이 된다면 우~ 생각만 해도 우울해집니다.

이에 대한 책임은 아이들 세상에 1등 문화를 잘 못 들여 온 어른들이 져야합니다.

한 가지 색깔의 1등이 아니라 각자가 가진 자기 색깔로 스스로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자기 나름의  으뜸으로 바꿔줘야 합니다.

그래서 말 많은 아이들이 자기 나름의 색을 자유롭게 발산하고 드러낼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단순히 작은 승부, 경주에 이기고 지는 것에 집중하지 않고

그 보다 더 큰 의미인 자기 자신을 극복해 내는 것, 이겨 내는 것에 희열을 느낄 수 있도록

승부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돌아봐야 할 것입니다.

 피구나 축구를 하기 위해 편을 나누면 아이들이 생각하기에 잘 하는 아이 편에 들어가려고
안간힘을 씁니다. 이러한 현상은 여섯 살만 되어도 분명히 나타납니다.

왜 잘 하는 아이가 있는 편으로 가려고 하느냐고 물으면

당연히 잘 하는 아이 편에 들어가야 이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대답합니다.

이것을 그대로 두면 잘 하는 아이 편에 들어간 아이들은 시작도 하기 전에 이미 이긴 것이고

 다른 편 아이들은 벌써 졌습니다.

그나마 잘하는 아이 편에 가지 못했거나 가지 않겠다고 결정한 아이도

“ 이기는 것이 좋은 건 아니야. 그렇죠~ 선생님? ” 하고

어떻게든 위안 받기를 원합니다.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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