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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봉샘의 성장통

아! 똥 냄새!


온 몸에서 똥 냄새가 진동합니다.

후끈 후끈 김이 서린 거름냄새입니다.

"얘들아, 팔 걷고 다리 걷어라!"

"어디가는데요?"

"거름 뿌리러!"

울퉁불퉁 고구마 쏘옥 빠진 땅에

아이들 쪼그리고 앉아 똥을 누러 갑니다.

"선생님! 정말로 밭에 똥 쌀꺼에요?"

"응!"

"왜요?"

"거름이 필요하니까! 시금치를 심을 거거든"

"저 넓은 밭에 똥을 다 쌀거에요?"

"응!"

"그럼.. 친구들이 많아야 되겠네?"

"아니? 질경이반이 대표로 똥 싼다"

"왜 우리가 대표로 해야 해요?"

"너희들이 제일 많이 먹잖아!

그러니까 똥도 많이 쌀거 아냐!"

고구마 밭입니다.

아니, 전에는 고구마 밭이었던 곳입니다.

볍씨 형들이 줄을 선 모양이 보입니다.

"선생님! 형들 뭐하는거에요?"

"응.. 거름 나르는 중이다!"

"거름이요?"

"응"

"똥 싼다면서요"

"정말로 똥 싸고 싶은 친구는 똥 싸도 된다.

하지만 거름을 많이 가져 왔으니까 거름을 뿌리면 돼"

하나 가득 쌓인 거름을 포대에 담고

옆으로 옆으로 손을 모아 전합니다.

하얀 연기 모락 모락 피어나는 따뜻한 거름

이마에선 구슬땀이 온기를 뿌립니다.

"너희들은 형들이 가져다 놓은 거름더미를

골고루 뿌려주는 일을 하면 된다!"

패트병 반을 잘라 손에 든 녀석들이

시커먼 거름을 듬뿍 떠서 온 밭에 뿌립니다.

"재미없는 일도 계속하니까 재미있네!"

병준이 신이나서 거름을 나릅니다.

"선생님! 저는 하기 싫어요. 냄새가 지독해요"

"그럼.. 너는 맛있는 시금치 먹지 않을꺼니?

그래서 튼튼해 지기 싫은거니?"

수민이가 따발따발 쏘아 붙입니다.

"누가 튼튼해 지기 싫다고 했냐? 냄새난다고 했지"

코를 막은 녀석이 코맹맹이 소리로 말합니다.

"선생님.. 차라리 여기다 똥싸는게 낫겠어요"

주빈이가 패트병을 들었다 놓았다 합니다.

"그럼.. 주빈이는 앉아서 똥 싸라"

"부끄럽게 어떻게 똥을 싸요"

"선생님이 주빈이 눈을 가려줄께"

"제 눈을 가리면 어떻해요. 친구들 눈을 가려야지"

혀를 끌끌차는 모양이

선생님에게 또 한 소리 할 모양입니다.

"선생님.. 거름 가지러 갔다 올께.."

쫑알쫑알 수다쟁이 녀석들

거름 냄새 진동하는 거름밭에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거름 기운에 온 몸에 냄새 가득입니다.

"어? 벌써 집에 갈 시간이네? 얘들아. 내려가야겠다"

"손.. 깨끗하게 씻어라. 냄새 나지 않게.."

집에 가기위해 가방을 메고 앉습니다.

한 녀석씩 이름을 부릅니다.

베낭 멘 녀석들이 앞에 설 때마다

향긋한 거름냄새 진동합니다.

"오늘은 안지 말고 악수하자"

코에 코를 막고 코맹맹이 인사를 합니다.

아이들이 버스에 오릅니다.

"아구.. 똥 냄새!"

지나가던 여섯 살 녀석, 코를 벌름거립니다.

"똥 냄새가 아니라 거름냄새야. 거름!"

큰 목소리 한 목소리

거름 나른 녀석들의 합창 소리입니다.

오늘은 고구마 살던 밭에

시금치 초록 생각

심어 두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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