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가방을 함께 둘러메고
공포의 외인구단마냥 옥길동 시골길을 나섭니다.
동장군의 하루기침에 온몸을 똘똘 뭉쳐서
커다란 이불보따리 마냥 그렇게 버스를 기다립니다.
언제나 처럼 텅텅 빈 버스를 타고
빌딩처럼 불을 밝힌 아파트와
누렇게 뜨고 있는 네온싸인이 있는
사거리로 나옵니다.
멀지않은 거리임에도
언제나 버스 창 밖의 아파트촌은
다른 세상 다른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 같습니다.
옥길동 선생님들이 칼국수 집을 찾았습니다.
오랫만에 갖어 보는 옥길동 선생님들의 저녁식사입니다.
보쌈이 나오고
칼국수가 나오고
만두가 나오고
젓가락 부딪히는 소리만 나오고
어느 누구하나 말문을 열지 않습니다.
배가 고픈것은 아닙니다.
단지 오랫만의 시간에 무슨말을 해야할지
단지 가만히 식사를 하는 시간이 편할 따름입니다.
식사가 끝이 났습니다.
젓가락과 더불어 저녁식사를 하던 입에서
옥길동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그녀석 있잖아.. 조그만 녀석이 자신의 몸도 잘 추스리지 못하면서
동생들은 어찌 그리 잘 챙기는지 너무 귀엽지 않아?'
"그녀석이 어제는 선생님처럼 차량지도를 한다고 선생님마냥 한 발을
차문에 턱 올리고 하는 폼이 너무 재미있었어"
머리속에 작은 갈등들이 엇갈립니다.
오늘,
마지막 분기를 앞두고 취학준비를 위해
그만두어야 되겠다는 전화를 무려 2통이나 받았습니다.
"학교에서는 정말 1학년때부터 받아쓰기를 시키나 봐요"
"안 그런 학교도 많아요.. 유치원때처럼 파일만 가지고 다니면서
신나게 다니는 애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학교를 어느학교 다니느냐에 따라 다른가 보네요"
"좀 시골 학교일수록 그런 현상이 더 많데요.. 이곳 광명에서도
다른 곳이 얼마나 많은데요.. 이곳만 해도 엄마, 아빠가 맞벌이를
하느라 바빠서 아이들 공부를 위해 일찍부터 유치원보다는
학원을 보낸다구요.. 이 근처 아이들은 위치원을 거의 안 다닌데요"
"집에 가는 길에 차에서 아이들에게 물어 본적이 있지요.
너희들도 힘든일이 있냐구.. 그랬더니 일곱살 녀석이 나오더니
그러더라구요.. 저는 아기스포츠단을 마치고 나서 월요일, 수요일은
바둑학원을 가야 하구요, 바둑학원이 끝나면 피아노를 하러 가야해요.
그리고 화요일, 목요일은 한글학원에 가야하구요.. 집에 들어오면
깜깜한 밤이에요.. 그런데, 그녀석의 깜깜한 밤이라는 말이 참
우습더라구요.. 다른 녀석들도 맞아 맞아 하고 맞장구를 치대요.."
우리네 아이들은 아닐 줄 알았는데..
언제나 깔깔거림으로 복도를 뛰어 다니고
물장난을 하고 실내화를 내던지는
우리네 녀석들은 아닐 줄 알았는데..
우리네 아이들도 그렇게 그렇게
밝은 햇님을 시계로만 들여다 보고 있었습니다.
"학교에서는 전교조라는게 있잖아요.. 왜 선생님들이 그렇게
되어가는것을 방관하지요? 학부모들의 요청이라서 그런가요?
아니면 그런 덕택에 학교진도를 더 나갈 수 있어서 그런가요?
모르겠네요"
우리네 옥길동 선생님들은
연예인 얘기를 하면서도 웃음꽃을 피우고
멋들어진 누구누구 아버지를 보면서도 가슴 설레하고
서로를 놀려 주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모습이 좋은데
오늘따라 그런 모습이 너무나도 좋은데
정작 어린이를 교육하는 선생님들은
어린 아이가 되어 가는데
우리네 아이들은 무엇이 되어 가는 걸까요?
우리반 아이들 중
3명이 12월부터는 다른곳을 다닌다고 합니다.
재미가 없어서도 아닙니다.
적응을 못해서도 아닙니다.
단지 학교에 가기위해서
우리 어머님들의 불안함을 다소 덜어주기 위해서
우리 아이들의 스트레스를 다소 덜어주기 위해서
우리네 아이들의 가슴을 일찍부터 닫아주고 있습니다.
앞으로 다가 올 학교라는 이름이 얼마나 많은가요?
앞으로 다가 올 무수한 1등이라는 말이 얼마나 무서운가요?
그런 무서운 곳으로 갈 준비를 왜 해야 할까요?
1년중 가장 슬픈 계절이 겨울입니다.
겨울중 가장 슬픈 달이 12월입니다.
12월 중 가장 슬픈 요일이 월요일입니다.
가장 슬픈 계절 겨울의
가장 슬픈 달 12월의
가장 슬픈 요일 월요일이 오면
환한 웃음으로 예쁘게 앉아있던 그녀석들의
작은 자리들만 초라하게 드러나 보이겠지요..
그러한 날이 오면 선생님은 언제나 생각합니다.
최선을 다하지 못한 자신을 탓하면서
한번 더 안아주지 못한 사랑을 탓하면서
아직도 아이들을 옥 죄고 있는 세상을 탓하면서
내일은 영하 5도라고 합니다.
아이들의 작은 가슴에 찬바람이라도
들이치지 못하도록
옷깃을 다시 한번 여미어 주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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