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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봉샘의 성장통

캠프를 준비하며


오늘이 오기 전 어제 밤..

캠프에서 할 동극을 열심히 쓰고 있습니다.

어지러운 머리 속과는 다르게

자판위의 손은 움직일 줄 모릅니다.

머리로 하는 생각은 머리속만 어지럽힙니다.

손을 가만히 내려 놓습니다.

긴 숨 들이쉬고 가슴을 스치는 숨을 느낍니다.

조급한 마음에 아무것도 되지 않는 시간에는

아무것도 안하면 됩니다.

내일로 던져 놓는 것이 아니라

가만히 내려 놓고 들여다 봅니다.

동극.. 왜 하지?

조막손 작은 손등에, 젓가락 얇은 다리에

쉴새없이 덤벼드는 모기를 쫓으면서도

선생님 가픈 숨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깊은 밤 샛별처럼 초롱한 아이들의 두 눈이 있습니다.

아이들 웃음 속에 빠져 보면 그 맛을 잊지 못합니다.

아이들 웃음에 담긴 그 시간이 좋아서 놓지 않는 일입니다.

동극... 내가 좋아 합니다.

다시금 자판위로 손을 올립니다.

두 눈에 선명한 아이들 생글 생글 웃음을 따라

빙그레 따라 웃으며 손을 놀립니다.

아이들 가는대로.. 웃음이 흐르는대로..

머리는 잠을 자고 가슴은 즐겁습니다.

유난히 비가 많았던 수영시간이었습니다.

물에 누워 하늘 천정을 바라보면

유리 지붕을 때리던 녀석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비가 오면 오는대로

흐리면 흐린대로

햇볕 쨍하면 쨍한대로

비가 오면 우산을 쓰고

흐리면 긴 옷을 입고

햇볕 쨍하면 모자를 쓰면 그만입니다.

비가 오면 비 노래를 부르고

흐리면 흐린 노래 부르고

햇볕 쨍하면 햇볕 노래 부릅니다.

하늘이 무엇을 하든

아이들은 선생님은

두 손 가득 바구니를 들고

얼굴 가득 웃음을 달고서

목청껏 노래하고

귀 기울여 달봉이 얘기듣던 시간입니다.

수영기간동안 노래를 가장 많이 배웁니다.

수영가는 버스에서 노래를 가장 많이 합니다.

수영가는 버스에는 매일 매일 달봉이가 찾아 옵니다.

한 고개, 두 고개 달봉이가 넘는 고개

하루 이틀 쌓이고 나면

흥얼 흥얼 노랫말이 떠날줄을 모릅니다.

네모진 플라스틱 바구니에

이름표를 넣고 팻말을 넣고

모기향을 넣고 랜턴을 넣고

줄넘기 줄에 앰프에 마이크에

캠프 떠날 준비가 뚝딱!

선생님 들뜬 가슴 하룻밤 꾸욱 눌러주듯

묵직한 바구니 가득 내일이 그려집니다.

이놈 저놈 손에 잡히는 테이프를 틀어 봅니다.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고

흥겨운 음악에 이리 저리 몸을 흔들다 보면

졸졸졸졸 병아리 따라오듯 이마에 땀 방울 쏟아옵니다

동극 준비물을 생각합니다.

우걱우걱 심술꾸러기 먹보 괴물을 만들어야 합니다.

비닐속에 잠자던 깨끗한 대걸레를 뒤짚어 쓰고

뚜껑없는 모자창에 괴물 얼굴 오려 붙이고

빨강 파랑 요술 우산 눌러쓰니

그럭저럭 괴물입니다.

우걱 우걱 먹기만 하면 괴물같습니다.

책상위에 올려 놓고

어지러운 바닥 한 번 내려 보고

궁둥이 간지러운 의자에 앉아

동동 떠다니는 마음

살살 달래는 중입니다.

이제..

슬리퍼 바로 신고

찐득이 졸린 두 눈 부릎뜨는 복도를 지나

선생님 잠자는 방으로 들어가기만 하면

기다리는 내일입니다.

하늘이 무엇을 하든

우리는 내일 캠프를 갑니다.

누가봐도 신나는 캠프를 갑니다.

바로 내일!

가장 행복한 사람은 바로 나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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