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풀씨 학교는 어떤 학교인가 생각해 본다.
어린이들이 자유로운 학교? 어린이들이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는 학교? 일방적인 학습이 아니라 서로 배움이 있는 학교? 새로움과 변화에 주저함이 없는 학교? 학부모와 교사가 아이를 함께 키워가는 학교? 내 아이, 네 아이 구분 없이 우리 아이를 키우는 학교? 세내기 교사나 경험이 많은 교사나 교사라는 이름 하나만으로 우리로 살아가는 학교?
무엇이 가장 마음에 와 닿는가? 어떤 말이 가장 멀게 느껴지는가?
그 어느 것도 풀씨 학교가 아니라고 할 수 없으며 그 어떤 것만이 풀씨 학교라고 할 수도 없다.
왜냐하면 풀씨 학교는 만들어진 학교가 아니라 지금도 만들고 있는 학교이기 때문이다.
풀씨 학교는 준비된 학부모만 오는 학교가 아니다. 풀씨 학교는 준비된 교사만 오는 학교도 아니다. 함께 할 마음만 있다면 그리고 그 마음이 어린이를 향한 끝없는 애정과 공동체적인 삶에 대한 자기 도전으로 채워져 있다면 누구라도 올 수 있는 학교다. 특히, 교사에게는 더욱 그러하다.
자유로운 사람이 된다는 것은 말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 주위에는 자유라는 이름의 구속이 넘쳐나고 겉으로는 자유를 말하면서도 진정 자유로움을 추구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왜곡된 교육과 삶이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자유에 대한 경험은 참으로 소중하다.
사람이 사람을 판단하는 것만큼 어렵고 위험한 일은 없다. 더욱이 제각각 살아 온 환경이 다르고 가치관이 다른 사람을 판단하기는 더욱 어렵고 힘든 일이다. 그러므로 판단하기 이전에 신뢰하는 마음을 먼저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풀씨는 과정과 과정이 다리가 되는 학교다!
지금의 풀씨가 있기까지 서른 명이 넘는 교사들과 천 명이 넘는 어린이와 학부모가 풀씨라는 이름으로 살아왔다. 교사나 학부모나 어린이들에게나 지금의 나를 이어 준 다리가 되는 이들이 있었고 지금의 나 또한 이후의 풀씨를 만들어 갈 사람들에게 다리가 되어 줄 것이다.
공교롭게도 나는 이러한 과정을 빠짐없이 지켜보았으므로 여기에 보다 확신을 가질 수 있다.
오늘,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생명이 소중한 세상, 생명이 자유로운 세상을 만들어 갈 미래의 초석이 될 풀씨 어린이들을 지켜 줄 교사와 학부모의 이야기이다. 교사는 풀씨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는 사람이고 학부모는 많은 풀씨 아이들 중 내 아이가 있는 학부모를 말한다. 교사는 한 아이가 아닌 많은 아이들 속에서 각각의 아이들을 바라보고 학부모는 내 아이를 통해 많은 아이들을 바라본다. 이렇듯 다른 시작과 관점을 가진 교사와 학부모지만 풀씨라는 이름으로 맺어질 때 무한한 애정과 신뢰가 생겨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풀씨 학교가 풀씨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기까지의 과정에는 교사와 학부모간 이러한 애정과 신뢰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많은 난관들이 있었다. 2000년 YMCA 내부 갈등 문제로 대부분의 풀씨 선생님들이 바뀌었을 때도 그랬고 옥길동으로 배움터를 새로 마련하게 되었던 2001년에도 그랬었다. 옥길동으로 배움터를 옮겨 왔을 때 이미 봄은 코앞이었지만 학교는 학교의 모습을 전혀 갖추고 있지 않았었다. 창도 없고 바닥도 없는 학교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어느 때보다 단단한 신뢰를 구축할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풀씨 학교만을 바라보는 시선이 아니라 교사 한 사람만을 바라보는 시선이 아니라 한 교사를 더욱 단단히 해 줄 풀씨 학교를, 풀씨 학교를 신뢰하게끔 한 YMCA를 신뢰했기 때문이었다.
풀씨 학교는 대표 교사를 포함한 일곱 교사가 함께 일구어가는 공동체 교육을 서로 나누는 학교이고 풀씨 학교는 풀씨 학교뿐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최초의 초등 대안학교의 기틀을 만들고 디딤돌을 다져 10년의 역사와 졸업생을 가진 볍씨학교와 지역공동체와 마을 만들기로 가정과 지역의 촛불을 밝혀 온 등대 생협 그리고 광명 지역 청소년들의 목소리가 되고 쉼터가 되는 지역에 뿌리를 내린 견고한 청소년 상담실로 이루어진, 그 어느 지역 YMCA보다 탄탄하고 내실 있는 광명 YMCA가 품고 있는 학교였기 때문이었다.
2010년 보금자리 주택 지구 선정으로 인해 풀씨 학교, 볍씨 학교의 터가 흔들리며 또 다시 시련을 겪게 되었지만 살아 온 과정이 풍부하고 단단한 광명 YMCA이고 풀씨 학교이기 때문에 나 자신은 다시 한 번 신뢰를 가지고 함께 하기에 조금의 망설임도 없다고 말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2010년 광명 YMCA 실무자 그리고 풀씨학교 교사라는 새 이름을 가지게 된 세내기 풀씨 선생님에게도 이러한 과정에서의 신뢰는 의심의 여지없지가 없다.
나는 아직도 여전하다는 말을 듣고 산다.
풀씨학교 또한 아직도 여전하다는 말을 듣고 있다.
광명 YMCA 또한 아직도 열심히 살고 있다.
그리고 아직도,
풀씨 학부모들은 세내기 선생님이나 오래 된 선생님이나 차이 없이 이러한 과정에서의 풀씨를 믿는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음을 믿고 있다.
2010년 풀씨를 믿고 함께 해 주시는 학부모님들께 무한한 사랑을 전하며
2011년 보다 튼튼한 풀씨를 함께 만들어 갈 풀씨 공동체에 대한 기대를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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