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경이.
내경이가 이사를 갑니다.
친구들이 건네주는 한 통 한 통의 편지를 받으며
잊어 먹고 써 오지 못한 친구의
내일은 꼭 써 올께 다짐을 받으며
하루밖에 남지 않은 내일이라는 시간을 두고
오늘도 따뜻한 가슴을 맞댑니다.
학부모 상담을 합니다.
내경이.
이사를 가는 내경이의 상담입니다.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행복한 헤어짐을 준비해야죠. 그리고 소중한 만남을 약속해야죠"
엄마, 아빠가 직장을 다니는 내경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만남보다 소중한 것이 헤어짐입니다.
헤어짐은 단절이 아니라 마음에 담는 것입니다.
얼마 전 이사를 갔던 동수를 기억하시죠?
동수와의 헤어짐은 이별이 아닙니다.
운동회 날 태권도복을 입고 나타났던 동수를 기억하시죠?
헤어짐은 반가운 만남이기도 합니다.
헤어짐은 지워짐이 아니라 마음에 새기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헤어짐을 준비합니다.
이사를 가는 것은 몸이 떠나는 것이지 마음이 떠나는 것은 아닙니다.
이삿짐을 싸실 때 마음까지 동여 메지 마세요.
싫어서 떠나시는 것이 아니시라면...
자주 오지 못하고 매일 보지 못할 뿐입니다.
내경이는 언제까지나 질경이반입니다.
ymca가 선생님이 그렇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소중한 친구들이 내경이를 담아둡니다."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새로운 무엇을 준비하기 보다는
가지고 있는 것을 잘 지켜 주세요.
지금까지의 시간은 경험을 위한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내경이의 소중한 삶이었습니다.
그것을 지켜 주세요.
소중한 친구들을 지켜 주시고,
이 곳에서의 소중한 기억들을 지켜 주시고
함께 했던 것들을 지켜 주세요.
눈으로 보고 귀로 듣은 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지켜 주세요.
내경이의 생활은 몸에 마음에 배여 있습니다.
헤어짐은 이별이 아닙니다.
헤어짐은 소중한 기억에 대한 확인입니다.
내경이는 언제까지나 ymca 어린이입니다."
"몸도 마음도 무거웠는데..안심이 되네요"
"헤어짐은 아이들이 준비합니다. 기쁨 속에서.
아이들의 기억속에 동수는 언제나 질경이반입니다
내경이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선생님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잊지마세요.
이사가면 잊혀지는 시간이 아니라
졸업하면 어렴풋한 기억이 아니라
아이들의 마음속에 살아있는 생생한 삶입니다.
인연은 소중한 것입니다.
지켜줘야 할 것을 지켜줘야 합니다.
그것이 내경이의 재산이고
아이들의 희망입니다."
1학기 중간에 이사를 갔던 승빈이.
편지가 왔습니다.
잘 지낸다고. 친구들이, 선생님이 보고싶다고.
언제나 가슴속에 살아있는 친구라고 아이들이 말합니다.
태권도 싸나이. 동수.
이사를 가고서도 언제나 태권도복을 입는 녀석.
동수의 마음은 언제나 아이들과 함께 합니다.
내일이면 이사를 가는 내경이.
화려할 것 없는 아이들의 준비는
마음이 담긴, 내일이 담긴 약속입니다.
한 녀석이 묻습니다.
"선생님, 왜 이렇게 질경이반이 작아지죠?"
작아지는 것은 눈에 보이지만
마음에 커져가는 기억들은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기억을 소중히 여깁니다.
살아있는 기억이기 때문입니다.
소중한 삶이기 때문입니다.
내일
또 다시 한 녀석을 품에 안고
가슴과 가슴을 맞대고
말없는 마음으로 전할 것입니다.
멀어져도 잊혀지는 않는 사랑을
행복한 기억을, 희망찬 내일을..
헤어짐은 이별이 아닙니다.
헤어짐은 오래 오래 기억될 사랑입니다.
아이들에겐 헤어짐이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