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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봉샘의 성장통

생일


졸린 눈을 비벼가며

앉은뱅이 책상에 앉은 시간

늦은 저녁 11시 55분.

오늘은, 이제 5분 남은 희망이의 생일 날입니다.

이른 아침

하얀 거품으로 양치하며

빙긋 웃고 있는 오늘은

희망이가 태어난지 36년 째 되는 날입니다.

집을 나서며 핸드폰을 꺼내

선생님들과 가족들에게 문자를 보냅니다.

' 행복한 월요일 기쁨 하나!

오늘은 창우기의 36번 째 생일입니다.

모두들 두 팔 벌려 축하합시다! '

허겁지겁 버스에 오릅니다.

징~~~

핸드폰이 부르르 떨며

생일 축하 문자들이 날아듭니다.

킥킥...

웃음이 납니다.

남들이 알아주기 전에

내가 먼저 알리는 일이

참으로 재미있습니다.

그 나름의 행복입니다.

아이들을 기다립니다.

버스오는 소리에

후다닥 현관문으로 달려갑니다.

어느 때처럼 노란 의자에 앉아

옥길동 회관 돌계단을 오르는 녀석들에게

두 팔 벌려 큰 소리로 말합니다.

" 사랑합니다! "

절로 품에 안기는 녀석들 입에서

폭 껴 안은 품 안의 녀석들 입에서

어제와 다른 말이 튀어 나옵니다.

" 생일 축하합니다! "

"으잉? 어떻게 알았냐? "

" 선생님이 말해줬어요"

아하~

차량 지도하시는 선생님들이 문자를 받고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하셨나 보구나~

품에 안기는 녀석들 모두

한결같은 축하 인사입니다.

" 선생님! 생일 축하해요~ "

" 선생님 오늘 생일이죠? 축하해요"

가슴을 여는 선생님의 인사에도

한마디가 더 보태집니다.

" 사랑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

" 달봉아! 생일 축하해~ ! "

여전히 달봉이라 부르는 다섯 살 녀석들도

생일 축하 인사는 빼 먹지 않습니다.

" 그래~ 고맙다. 요 귀여운 꼬맹이들아~ "

아침부터 너무 많은 행복을 먹은 희망이는

배불러 하루종일 트림 하기에 바쁩니다.

" 선생님~ 오늘은 방귀 안 뀔란다~ "

" 왜요? "

" 오늘은 행복을 너무 많이 먹어 트림만 나온다~ "

매일 매일 먹는 사랑도 모자라

오늘은 배 터지게

행복으로 과식까지 합니다.

시간이 어찌 가는지 모르겠습니다.

연신 싱글벙글 하다보니

아이들이 가방을 멥니다.

집에 갈 때도 역시

가슴을 맞대고 인사합니다.

" 사랑합니다~ "

" 생일 축하합니다~ "

" 으잉~ 아까 했잖아~ 그 말~ "

" 선생님도 아까 했잖아요~ 그 말~ "

" 그렇군. 감사합니다~ "

아이들을 태운 버스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목이 부러져라 손을 흔들어 댑니다.

" 고맙다~ 이 녀석들아~ "

하루종일 핸드폰이 삑삑 거립니다.

하루종일 생일 축하 문자가 날아듭니다.

나중에 세어보니

스무 개도 넘는 축하 문자가 쌓였습니다.

' 흐흐... 이 방법 꽤 괜찮군~ 내년에도 써 먹어야 되겠다~ '

어느덧 저녁입니다.

오늘은 아빠들과 아이들이 함께 가는

아빠랑 캠프 사전 모임이 있는 날입니다.

아빠들과 함께 하는 모임이라

모임 시간은 늘상 저녁 시간입니다.

" 선생님~ 괜찮겠어요? 오늘 생일인데 늦게 끝나서... "

" 안 괜찮으면? ᄏᄏ 괜찮아~

항상 생일 날마다 아버지 모임이 있었는걸?

게다가 일찍가도 할 일도 없어~ "

모임을 기다리는데

선생님 한 분이 봉투 하나를 내밉니다.

" 선생님~ 우리끼리 모아서 샀어요. 생일 축하해요 "

" 어? 이러면 안 되는데? 이거...정말 안 되는데? "

하면서 넙죽 받습니다.

봉투 안에는 도서상품권 세 장이 들어 있습니다.

" 역시 우리 사랑하는 선생님들이라니까~ "

선생님들을 덥쩍 껴안습니다.

" 사랑합니다 " "사랑합니다 " "사랑합니다~! "

아버님들이 오십니다.

이 얘기, 저 얘기 하다보니

시간이 벌써 10시입니다.

" 이제 그만 가야겠다~ 아웅~ 졸리다~ "

남은 선생님과 엘레베이터를 타고 내려옵니다.

" 오늘... 선물 고마워~ "

" 어? 난 선물 사는데 안 보탰는데? "

" 잉? 뭐라구? "

후다닥~

어디론가 뛰어 가는 선생님.

" 잠깐만 기다리세요 "

한 손에 케잌을 사 들고 뛰어 옵니다.

" 이거 맛있는 고구마 케잌이니까 오늘 꼭 드시고 주무세요. 아셨죠? "

" 아~ 이거... 고마워서 어쩌나? "

또 다시 덥썩 받아 듭니다.

" 역시 우리 선생님이야~ 사랑합니다~ "

오늘은 '사랑합니다' 연발입니다.

집으로 향합니다.

한 손에는 고구마 케잌을 들고서.

' 어서 가야겠다. 아버지께서 기다리시겠다 '

허겁지겁 달려간 집 앞에

아버지께서 나와 계십니다.

" 어? 아버지~ 어디 가시게요? "

" 어디 안 간다. 근데, 네 생일에 네가 케잌 사오냐? "

" 아니에요~ 함께 있는 선생님이 사 줬어요~ "

아버지와 단 둘이 둘러 앉아

케잌에 초를 꽂습니다.

" 그 선생님 아니었으면 아버지랑 이것도 못할 뻔 했네.. "

" 아이들이랑 하지~ 왜 가지고 왔냐? "

" 에이~ 아버지랑 해야죠? 아버지 심심하신데~ "

초에 불을 붙입니다.

" 김창욱이의 생일을 축하합니다~ "

아버지께서 독창으로 노래를 부르십니다.

서른 여섯 먹은 아들은

연신 아버지를 보고 낄낄 웃습니다.

" 왜 웃냐? "

" 좋아서요~

............. 아버지! "

" 왜? "

"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 "

" 이 고구마 케잌 진짜냐? "

말 둘러대시긴...

" 내가 만들면 이것보다 훨씬 잘 만든다.

이거 아마 가짤꺼다 "

" 에이~ 케잌에 가짜가 어딨어요? "

" 어디 한 번 먹어보자.. 음.. 역시..

이거 고구마가 5 프로 밖에 안 들어갔다 "

" 그걸 어떻게 아세요? "

" 옛날 빵 기술자였던 내가 그것도 모르겠냐?

음.. 이거 단가로 따지면 오천 원도 안 된다. 한 삼천원? "

" 아버지~ 마음으로 먹어야지 단가로 먹으면 안되죠~ "

" 그래도 이거 이 만원은 받았겠지? "

" 에이~ 나는 맛있기만 한데... "

" 소원 빌어야지~ "

" 올해는 꼭 장가가게 해 주세요~ "

" 철 없는 놈~ 이 아버지가 장가를 갔어도 두 번은 더 갔겠다.

애가 저렇게 사교성이 없어서 어디 쓰겠냐? "

" 제가 사교성이 없다구요? 남들이 들으면 웃어요. 아버지~ "

" 웃겠지~ 나이 서른 여섯 되고도 장가를 못 갔으니 웃고도 남겠다~ "

으이그...

괜시리 말 참견 했다가

본전도 못 찾고 맙니다.

어?

시간 지났네?

벌써 한 시가 다 되어 갑니다.

이제는 어제가 생일 날입니다.

하지만 뭐 생일이 대수인가요?

이렇듯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는 날들이라면

하루 하루가 다 생일 날 아니겠어요?

두 팔 괴고 누워

하늘에 계신 어머니께 인사 드립니다.

" 어머니~ 낳아 주셔서 고맙습니다.

창욱이 열심히 살께요. 사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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