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종이위에 아이들 작은 손이 얹힙니다.
조잘조잘 참새 같은 지저귐이 있는
그림이 있는 수업시간입니다.
영인: 난 어릴 때 수술 세 번 했어. 거스 수술하고 세 살 때 동전 먹어서 목 수술하고 베란다에서 다쳐서 눈 옆 수술하고... 야~ 니 네 4월 10일 어디가?
지호: 어디 안 가는데, 왜?
영인: 우리는 체험학습 가는데... 우와~ 해골바가지 그리는 시간입니다.
조잘거리는 녀석들 뒤로 그림 속에 풍덩 빠져있는 수아도 보입니다.
수아: 선생님~ 빨간 색이 없어요. 지우개도 없어요.
영인: 태연이의 미술 선생님은? 우리 엄마!
선생님: 영인이 엄마가 미술 선생님이니?
영인: (자랑스럽다는 듯이) 네~
재현이: 이제 한 개만 그릴건데요!
선생님: 재현아~ 카트라이터 한 번 그려볼래? 선생님이 카트라이터가 뭔지 몰라서...
재현이가 스케치북에 본드처럼 착 달라붙어 열심입니다.
지호: 난 카 그릴 줄 아는데, 한 번 그려봐 줄께요. 잘은 못 그려요.
대영이와 지호가 갑자기 꼬추 얘기를 하며 키득 키득 웃기 시작합니다.
안경너머로 눈을 반짝 거리는 성준이도 열심입니다.
마치 그림 속을 헤엄치는 물고기처럼.
수아는 스케치북 한 가운데 예쁜 녀석 하나 그려놓고
색칠까지 발갛게 칠한 후에 팔 괴고 열심히 친구들 얼굴을 들여다봅니다.
재현: 물 먹으러 다녀오겠습니다. 그 다음에 밖에서 놀겠습니다.
선생님: 아니~ 물만 먹고 와~ 아직은 노는 시간이 아니거든.
볕 좋은 놀이터에서 놀던 모둠이 와당탕 들어옵니다.
“ 야~ 우리 밖에서 새로운 게임했어. ”
선생님: 얘들아~ 자~ 스케치북 그대로 덮고 나가자.
영인: 싫어요. 다 그리고 갈 꺼에요.
선생님: ^^
두 번째 모둠의 그림이 있는 수업시간입니다.
민규: 너 연필 갖고 왔냐?
태연: 응!
민규와 태연이는 껌처럼 착 달라붙어서 그림을 그리고
윤수는 선생님 옆에 매미처럼 붙어서
요것저것 묻는 재미로 그림을 그립니다.
민재도 선생님 옆에 앉아 카트라이터를 그리고 싶다고
친구가 그리고 있는 카트라이터 만화책을
동그란 눈으로 훓어봅니다.
재빈이는 이리 저리 책을 펼치며
그림 그릴 맛에 입맛을 다시고
정호는 신중히 정호 그림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재빈: 선생님~ 다른 거 없어요? 다른 거 그리고 싶은데...
윤수: 사무실에 있는 과자 먹고 싶다.
과자 타령을 하는 윤수는 스케치북 왼쪽 귀퉁이에서부터
꼼꼼히 이름까지 써 가며 그림을 그리는 중입니다.
민규: 수아는 뭐 그렸어요?
수아 그림에 관심을 보이는 민규!
선생님이 열심히 설명을 합니다.
그림 이름을 모르는 까닭에.
한참 후에 성주가 문을 열고 들어옵니다.
태연: 왜 늦게 왔냐? 나가서 놀아~ 아니면 그림을 그리던지~
선생님처럼 친구에게 차분히 설명해 주는 태연이.
선생님 입이 따로 필요없습니다.
성주: 완전 아팠어요! 엄마 자전거 범수랑 같이 타서.
선생님: 궁뎅이가?
성주: 아니요. 다리가요~
볕 좋은 날에 스케치북 위로 봄 햇살이 내립니다.
선생님 스케치북에는 아이들 그림 그리는 풍경이 예쁘게 그려지고 있습니다.
그림 따라 선생님도 빙그레 웃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