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이를 갑니다.
모자쓰고 물통들고 신발신고
손을잡고 땅을차고 웃음달고
나들이를 갑니다.
봄 모둠 여름 모둠
가을 모둠 겨울 모둠
봄에는 꽃이 피어 좋고
여름에는 물 놀이 해서 좋고
가을에는 단풍 들어 좋고
겨울에는 눈싸움 해서 좋고
쨍쨍한 햇볕이 눈을 가리고
지난 비에 무른 땅이 앞을 가립니다.
철퍽 철퍽..
"선생님.. 진흙은 왜 물이랑 친해요?
떨어지지 않을려고 해요..."
"너는 누구랑 친하니?"
"저요? 예은이요"
"너는 예은이랑 떨어지고 싶니?"
"아니요?"
"진흙도 그럴걸?"
"와.. 예쁘다.. 선생님.. 이게 무슨 꽃이에요?"
"글쎄.. 잘 모르겠는데..."
부추를 다듬고 계시는 할머니..
"할머니.. 이게 무슨 꽃이에요?"
"으응... 그것은.. 봄동꽃.."
"고맙습니다.. 봄동꽃이란다.."
"그렇구나.."
"와..보라색 꽃 예쁘다.."
"그건 보라색 꽃이 아니라 제비꽃이에요.."
"제비꽃이 크면 제비가 되는거야?"
"선생님은... 꽃이 어떻게 새가 되요?"
"나는 그런 새 봤는데..."
"어떤 새요?"
"와.. 냉이꽃밭 정말 예쁘다.."
"대답 해 줘요..."
냉이 꽃밭에 앉습니다.
"기분 좋지?"
"예.. 따뜻해요.."
"구름위에 있는 것 같아요"
"새가 된 것 같아요.."
"거봐.. 새 되지..."
" ?? "
"와..비닐 하우스 예쁘다.."
"우리 삼촌집에 가면 저것보다 더 큰 것도 많은데.."
"저런거? "
"맞아요..저런거... "
"저건.. 아기 비닐하우스, 저건 아빠 비닐하우스.."
"노란 민들레 정말 예쁘다.."
"민들레 노래 할까?"
"민들레 노래 모르는데.."
"선생님이 불러 줄께..
민들레꽃 들여다 보면 눈이 부시네.."
"에이..그건 개나리꽃 노래잖아요.."
"괜찮아.. 개나리꽃한테 잠깐 빌렸어..
너희도 해 봐.. 재밌어.."
"민들레꽃 들여다 보면 눈이 부시네...
노란빛이 햇볕처럼 눈이 부시네..
잔등이 후꾼 후꾼 땀이 배인다..
아가 아가 내려라 꽃따줄께..
아빠가 가실적엔 눈이 왔는데..
보국대 보국대 언제 마치나..
오늘은 오시는가 기다리면서..
정거장 울타리의 꽃만 꺾었다.."
밭과 밭 사이 울뚱불뚱 굽이 길을
개나리꽃 노래를 부르며 종기 걷는 아이들..
하늘의 새털구름 샘이 나는지
비행기 꼬리 붙어 멀리 멀리 달아납니다.
"선생님.. 길이 막혔어요."
진흙길이 점점 깊어지는가 싶더니
산더미처럼 쌓인 거름과 진흙밭이
나들이 길을 막고 섰습니다.
"어떻하지? 돌아서 갈까? 그냥갈까?"
"그냥가요.."
"선생님.. 발이 이렇게.. 이렇게...'
신발까지 푸욱 삼킨 진흙밭은
아이들 하얀 종아리 위를 낼름거립니다.
"안되겠다.. 돌아서 가자.."
"선생님.. 제 다리 좀 보세요.."
진흙밭에 빠진 녀석들..
희죽웃는 얼굴에도 예쁘장한 진흙꽃 피었습니다.
"큰일났다.. 엄마에게 혼나겠다.."
"우리 엄마는 안 혼내는데.."
"좋겠다.."
"나들이 갔다왔다고 그래라.. 그럼 괜찮을꺼야..
엄마가 혼내시거든 '엄마는 그럼 내가 재미없게
놀았으면 좋겠어요?' 하고 말해라..
그럼 괜찮을꺼야.. 그래도 혼나면 선생님에게
전화해라.. 선생님이 얘기 해 줄께.."
"알았어요..그럼 신나게 놀아야지...
나는 진흙괴물이다.. 이야..."
달음박질하는 녀석들 뒤로 진흙똥이 뚝 뚝 떨어집니다.
"선생님.. 겨울 모둠이 없어요"
길을 돌아가느라 다른 길에 접어 들었더니
따라 오는줄 알았던 겨울 모둠이 보이질 않습니다.
"찾아보자..."
"하은아...하은아.."
"하은이는 왜 부르니?"
"하은이가 얘 첫사랑이거든요..
근데 하은이가 없어졌어요.."
히죽 웃는 녀석뒤로 '이게'하고 달려가는 녀석..
"선생님도 7살 때 첫사랑이 있었는데.."
"그런데요?"
"그런데.. 선생님이 부끄러워서 좋아한다는 말을 못했다.."
"아하..그래서 선생님이 아직 결혼을 못했구나.."
"이놈이?"
"히히...."
겨울모둠 아이들은 정민이가 배가 아프다고 해서
중간에 회관으로 발길을 돌렸다고 합니다.
옥길동 언덕에 올라 달음박질하는
7살 녀석들의 커다란 진흙신발 도장을 바라보니
선생님의 가슴에도 노란 민들레가 활짝 핍니다.
"선생님.. 배 고파요..."
"그래..밥 먹자... 손 씻고 준비해라.."
"예.............."
오늘의 밥상에는 나들이가 반찬에 오를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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