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유아 몸 놀이 연구소

다섯 살과 일곱 살은 하늘과 땅 차이!

다섯 살 아이들과 구슬치기를 한다.
서로 다른 세 반의 아이들이 한 명씩
그렇게 세 명이 만나 구슬치기를 한다.
구슬 하나씩을 나눠 주고
순서를 정해 구슬치기를 하도록 한다.
구슬이 하나 뿐이라 구슬을 잃은 아이들은
달봉샘에게 쪼르르 달려 온다.
구슬 하나를 받기 위해서는 몸 튼튼 놀이를 해야 한다.
앉았다 일어났다를 열 번 하고
구슬 하나를 받는다.
몸 튼튼 놀이를 세 번 정도 한 녀석이
갑자기 울음을 터뜨린다.
자꾸 잃기만 해서 슬프단다.
담임 선생님이 등두드려 주고 손붙잡고 가서
둘이서 다시 연습을 한다.
다섯 살 아이들과는 구슬치기 대회를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한 명만 받는 구슬치기 왕은
이해는 커녕 원성만 자자할 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섯 살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익히게 된다.
선생님이 아닌 언니, 오빠들을 보면서.
선생님은 그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일곱 살 아이들과 구슬치기를 한다.
다섯 개의 구슬을 나눠 주고
정해진 시간 안에 가장 많은 구슬을 따는 친구가
구슬치기 왕이 된다.
아이들 의견대로 남자 구슬치기 왕과
여자 구슬치기 왕을 구분해서 뽑기로 한다.
마찬가지로 다섯 개의 구슬을 다 잃은 아이는
몸 튼튼 놀이를 해야만 구슬 하나를 더 받을 수 있다.

일곱 살은 역시 일곱 살이다.
기술이 뛰어난 것을 말하는 게 아니다.
구슬을 많이 딴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이 몇 개를 땄는지 알아 보고
그 아이보다 더 따거나
그 아이가 구슬을 잃게 하는 방법을 생각한다.
그렇다 보니 서로 많이 딴 아이들끼리는
서로 대결하지 않으려 한다.
그보다 손쉬운 친구를 찾는 것이다.
이렇게 머리를 썼건만
한 개 차이로 구슬치기 왕이 못 된 아이들이
탄성을 지른다.
뿐만 아니라 몸 튼튼 놀이 한 번을 하고
구슬 하나씩 받는 것은 잃으면 바로 또 와야 하니까
한 번에 몸 튼튼 놀이를 여러 번 하고
구슬을 여러 개 받아갈 수 없냐고 제안하기도 한다.

첫 번째 대회에 이어
다른 룰이 적용되는 두 번째 대회를 바로 한다.
구슬 하나씩을 가지고 시작해서
구슬 열 개를 모으면
누구나 구슬치기 왕이 되는 룰이다.
단 구슬치기 왕이 되면 투명 구슬 하나를 받고
열 개의 구슬 중 아홉 개를 반납해야 한다.
새로운 룰에 대한 설명을 마치자 마자
한 녀석이 대뜸 손을 든다.
만약 처음에 구슬치기 왕이 된 친구가
또 다시 구슬치기 왕이 될 수도 있냐고 묻는다.
그래서 너희들 생각은 어떠냐고 되물으니
모두들 그러면 안된다고 아우성이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될까 하고 되물으니
또 한 녀석이 선생님과 텔레파시가 통했는지
선생님 생각과 똑같은 생각을 제안한다.
만약 두 번째도 구슬치기 왕이 되면
두 번째 받은 투명 구슬은
자기가 주고 싶은 친구에게 주도록 하는 룰이다.
모든 아이들이 찬성한다.

오늘 하루동안 다섯 살과 일곱 살 모두를 만났다
그러면서 다시금 분명해진 것 하나!
다섯 살과 일곱 살의 차이는
몸을 자연스럽게 잘 다루느냐 서툴게 다루느냐 하는
원초적인 차이가 아니라
생각의 크기와 깊이의 차이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다섯 살과 일곱 살은 하늘과 땅 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