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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몸 놀이 연구소

또봇 이야기

다섯 살 한 녀석이 또봇 장난감을 가방에 몰래 가져

옵니다. 남자 아이들 사이에 또봇 놀이가 생겼습니다.

또봇은 악당하고만 싸운다는데 서로들 또봇이라 하면서

서로 싸우는 흉내를 냅니다. 또봇끼리 싸우는 것입니다.

또봇끼리는 절대 싸우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다섯 살 담임 선생님이 남자 아이들 놀이 문화에 끼어든 또봇을 걱정하길래 몸 놀이 시간에 또봇 놀이를 하자고 했습니다. 마술로 또봇을 만든 다음 오늘 놀이는 또봇 놀이라고 말합니다. 남자 아이들은 신나서 묻지도 않은 말을 주저리 주저리 떠들어 대고 여자 아이들은 시큰둥한 표정을 짓습니다. 모두가 또봇이라 하고 변신을 하든 날아다니든 상관없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모두들 또봇이니 절대 또봇끼리는 싸우지 않는다고, 만약 또봇끼리 싸우면 또봇이 아니라 악당이 되는 것이라는 규칙을 정합니다. 음악과 함께 시작한 또봇 놀이, 마구 마구 뛰어 다니며 날기도 하고 자동차가 되기도 하는데 군데 군데 싸우는 흉내를 내는 아이들이 생깁니다. 그러면 바로 뛰어 가서 " 악당이니?" 하고 물으면 스르르 다른 쪽으로 내뺍니다. 여자 아이들 몇몇은 또봇 놀이를 안 하고 앉아 있습니다. 또봇 싫어한다고 또봇 놀이는 안하겠다고 앉아 있습니다.

놀이를 마치고 아이들과 앉아서 이야기를 나눕니다. 또봇이 좋은 친구인 줄 알았는데 늘 악당하고 싸우고 싸우는 것만 보여 준다고, 친구들이 또봇을 보니까 싸우기만 하려고 한다고, 악당하고도 사이좋게 지내는 게 더 좋지 않을까 하며 중얼 중얼 거리니 아이들 사이에서도 울렁이는 이야기들이 나옵니다. 그리고 또봇을 싫어하는 친구들이 있으니 이번에는 또봇이 아니라 친구 따라 하기를 해 보자고 합니다. 걸어 다니기도 하고 뛰어 다니기도 하고 구르기도 하고 폴짝 뛰기도 하고. 친구 따라 하기는 싸우지도 않고 깔깔깔 웃음이 나면서 남자 아이, 여자 아이 모두 다 함께 합니다.

몸 놀이를 마치며 한 명씩 안아 주며,

"또봇 보다 더 멋지고 예쁜 00. 나는 네가 더 좋아".

그럼에도 자기는 또봇이 되겠다고 당당히 말하고 뛰어 가는 두 녀석도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또봇 만화를 무조건 보지 말라고 얘기하지는 않습니다. 또봇이라고 하며 팔을 마구 휘두르는 것을 재미로 삼는 현상이 왜 생기는지 아이들도 알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또봇 놀이를 했다고 해서 그 다음날부터 또봇 놀이를 하는지 안하는지 감시하는 선생님이 되어서도 안 될 것입니다.

아이들에게는 선택권이 있습니다. 아기스포츠단 생활문화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들이 폭력적이거나 막무가내식 행동을 한다고 해서 그 행동을 못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안하게 하는 것이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못하게 하는 것은 그 자리에서만 안하면 되는 통제가 될 소지가 많습니다. 못하게 된다는 것은 선생님이나 부모의 의지에 의한 것이지만 안하게 된다는 것은 스스로의 의지에 의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기스포츠단의 생활 문화는 이렇듯 자발성이 전제되어야 함을 굳게 믿습니다.

 

 

 

몸 놀이 시간에 선생님과 친구들과 함께 배우려고 하는 것은 기술이나 기능이 아니라 어린이 스스로에 의한 몸에 대한 존중과 배려, 몸을 통한 나눔입니다. 그러므로 생활 습관이나 문화를 위한 놀이도 충분히 해야 합니다.

아기스포츠단에서의 아이들의 생활 모습은 전적으로 가정에서부터 기인하고 있음을 잘 아실 것입니다.

아기스포츠단 부보님들께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가정에서의 문화도 이와 마찬가지라는 것입니다.

못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안하게 하는 것!

가정에서도 함께 해 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