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놀이가 시작되었습니다.
익숙한 아이들은 익숙한 대로 기대가 있고 첫 만남인 아이들은 선생님의 행동 하나 하나가 모두 호기심입니다. 다시금 몸 놀이를 시작하며 선생님의 마음에도 새로운 다짐이 만들어집니다. 다섯 살 아이들은 달봉샘을 통해 몸 놀이라는 것을 처음 겪었습니다. 처음이라는 것은 아무 것도 없는 곳에 무엇인가가 새겨진다는 것입니다. 이 얼마나 역사적인 순간인가요! 이 얼마나 막중한 책임인가요!
몸 놀이 선생님으로서 바람이 있다면 몸 놀이가 아이들에게 가만히 있어도 계속 떠오르는 행복한 웃음의 순간들로 기억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행복한 기억들이 눈에는 보이지 않아도 평생 아이들을 지켜주는 든든한 수호자가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아이들은 거짓 웃음을 모릅니다. 그렇기에 한 번도 아이들의 웃음에 의심을 품어 본 적이 없습니다.
아이들의 웃음을 볼 수 있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하지만 쉽지는 않습니다. 웃음은 저절로 생겨나는 것이기 때문에 가장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그렇기에 몸 놀이에 임하는 선생님도 자연스러워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몸 놀이 선생님도 몸 놀이를 좋아하고 행복해야 합니다. 행복은 이렇게 전해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선생님의 마음가짐이 참 중요합니다. 몸 놀이 선생님 역할을 오래 하면 할수록 익숙함에 둘러싸여 안일해질 수도 있다는 것을 늘 경계해야 합니다.
아이들 앞에 서면 아이들의 시선이 쏟아지는 것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선생님의 일거수일투족을 놓치지 않습니다. 작은 표정 하나, 목소리 떨림 하나에 아이들의 눈빛과 표정이 변합니다. 수업의 결과는 몸 놀이실을 나가는 아이들의 표정과 몸 움직임을 통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수업 후 아이들에 의해 바로 평가를 받는 것과 같습니다. 그렇기에 한 번의 수업에도 선생님은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습니다.
3월 첫 수업을 하며 아이들의 표정과 행동을 곰곰이 들여다봅니다.
일곱 살 아이들은 너무나도 친숙한 나머지 이제는 능구렁이가 다 되어갑니다. “ 우리는 이 만큼 친하잖아~!” 라고 말하는 것처럼 여섯 살 때는 감히 생각하지도 못했던 행동들을 서슴없이 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제는 마치 그래도 되는 것처럼. 일곱 살이 되었다는 것을 몸으로 먼저 보고 주고 싶은 모양입니다. 선생님은 아이들의 이런 모습에 대견함으로 화답합니다. 그것이 일곱 살 아이들을 스스로 대견 하게 만드는 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섯 살 아이들은 자유를 맘껏 누리고 싶은 모양입니다. 소리 지르고 달리고 그 모양 그 몸짓이 다섯 살 때 꿈 꿔 오던 모양인 양 에너지가 넘쳐 납니다. 이마에 송글 송글 땀이 맺힐 정도로 여섯 살의 에너지는 자유 그 자체입니다. 그래서 여섯 살 아이들과는 일곱 살 아이들보다 더 많은 땀을 흘리는 것 같습니다. 다섯 살 아이들에게 몸 놀이 선생님은 마술사이자 장난꾸러기이며 어떨 때는 개그맨이 되기도 하고 놀림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가 힘 센 거인이 되기도 합니다. 마치 남자 어른을 처음 보는 것처럼 아이들의 반응은 폭발적입니다. 다섯 살 아이들과의 시간은 시간 가는 줄 모르지만 가장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기도 합니다.
오늘도 바람이 많이 불었습니다. 아이들은 두터운 외투에 털 달린 모자를 쓰고 나타나지만 몸은 이미 새 봄을 만난 듯 열심히 기지개를 켜고 있습니다. 어쩌면 봄이 가장 먼저 찾아오는 곳이 아이들의 몸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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