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맞은 첫 날, 선생님이 말씀하십니다.
“ 선생님! 아이들이 너무 예뻐요. 조그만 녀석들이 옹기종기 앉아서 선생님만
빤히 쳐다보는데 그 눈빛하며 그 표정하며 그 작은 얼굴 속에 어찌 그리 예쁜 것만 가득 찼는지 너무 너무 예쁜 것 있죠? “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선생님이 말씀하십니다.
“ 선생님! 아이들이 이상한 것 있죠? 사방을 두리번거리기도 하고 친구를 콕콕 찔러보기도 하고 들어 누웠다가 앉았다가 아예 뒤돌아 앉아서 선생님은 쳐다보지도 않는 녀석이 없나.... 아이들이 산만해지는 거 같아요. 어떻게 하죠? ”
이주일이 지났습니다. 선생님이 말씀하십니다.
“ 선생님! 이제는 아이들이 제 말을 듣지 않아요. 다른 것은 다 들려도 선생님 말은 들리지 않는 것처럼 선생님 쳐다보는 녀석은 가물에 콩 나듯이 있고 선생님 눈을 피해서 하고 싶은 것은 죄다 하려고만 해요. 친구에게 괜히 시비를 걸지 않나 자리 가지고 다투지를 않나 아무것도 아닌 것 가지고 토라져서 울고. 그래도 앉아 있는 녀석들은 나은 편이에요. 앉지도 않고 계속 뛰어 다니는 녀석이 없나 아예 교실을 나가서 제멋대로 활개치고 다니는 녀석은 없나... 손에 잡히지 않는 녀석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네? “
또 다시 일주일이 지나면 아마도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 하실지 모릅니다.
“ 선생님! 오늘은 제가 너무 화가 나서 아이들에게 큰 소리를 냈어요. 너희들이 배워야 할 것은 글씨 쓰는 것도 아니고 숫자 놀이도 아니고 다른 사람이 말하는 것을 잘 들어주는 것이라고 일장 연설을 늘어 놓았어요. 그런데 이 녀석들이 들은 채 만 채 하는 거 에요. 그래서 화난 얼굴로 큰 소리를 냈어요.
도대체 이 녀석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 아이들 얼굴 보며 참으로 심난했어요. 심지어 내가 교사로서 자질이 없나보다 하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
또 다시 일주일이 지나고 또 일주일이 지나고 한 달, 두 달 시간은 계속 가겠지요.
겨울동안 두껍게 껴입었던 옷을 벗어 던지며 가벼운 옷차림 산뜻한 마음으로 봄을 맞을 테고
양팔 걷어 부치고 이마에 흐른 땀 훔치다 웃통 벗어 재끼고
엎드려 등에 물 끼얹는 여름을 맞을 테지요.
자연히 찾아오는 계절처럼 스르르 열리는 아이들은 오히려 계절만큼이나 솔직하고 정직합니다.
등줄기에 땀이 차도 외투를 벗지 않는 선생님,
잘 해 보겠다는 마음으로 단추를 꼭 채우던 마음들이 풀려나면
더욱 꼬이는 풀지 못하는 매듭이 되어 더우면 부채질만 할 줄 알지
단추 하나 풀 생각은 하지 못하지요.
옷을 벗는다는 것은 나를 드러냄이요 나를 드러낸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모습인데
미리 짜 놓은 대본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하여 가슴 치며 한숨만 내려놓아서는 안 되겠지요.
더우면 옷을 벗고 옷 벗어 땀 차면 등물 하듯
내 생긴 모습 그대로 드러낼 수 있는 마음이 누구보다도 선생님에게는 꼭 필요하겠지요.
아이들은 봄을 맞는데 선생님은 여태 겨울이면 안 될 테고
아이들은 아직 봄인데 선생님 혼자 여름이면 안 되겠지요.
아이들이 드러내는 만큼 선생님도 드러내고 아이들이 주는 만큼 선생님도 주어야겠지요.
언제나 한결같다는 말에는 부족함이 없나 뒤돌아보며
가볍고 자연스러운 바람처럼 선생님은 언제나 자유로워야 하겠습니다.
자연을 가장 많이 닮은 우리네 아이들처럼.
긁적긁적 손 가는 대로 낙서하다보니 선생님이라는 이름 위로 동그라미만 열심히 그리고 있네요.
그리하여 마음에 새겨보는 하루입니다.
오늘도 열심히 산 당신의 이름,
제게는 언제나 선생님입니다.
오래 전에 쓴 글입니다.
새 학기를 맞이하거나 한 학기를 마치거나 한 학년을 마칠 때면
되돌이표처럼 되돌아와 옷매무시를 매만지듯 선생님으로서의 생활을 반추해 보곤 합니다.
한 학기가 끝났습니다.
끝이 없는 일이지만 더렵혀질라 무섭게 오늘도 집안 청소를 하는 어머님들처럼
선생님은 자기 돌봄을 그렇게 합니다.
그래서 선생님인 것 같습니다.
최선을 다했지만 늘 부족하고 아쉬울 수밖에 없는 오늘을 사는 사람,
바로 선생님입니다.
여전히 나를 선생님으로 불러주는 아이들
그리고 아기스포츠단 아버님, 어머님. 감사드립니다.
여름방학 잘 보내고 9월이 가까운 달에 다시 만나 뵙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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