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아빠랑 어린이 대공원에 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마징가 제트 미끄럼틀을 탔던 기억이 있습니다.
얼굴보다 커다란 뻥튀기를
조그만 입 속에 우걱우걱 넣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빠 모습은 잘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단지 아빠하고 함께 갔다는 기억밖에는...
오늘은 좋은 아빠들과 행복한 아이들과
하늘공원에 갔습니다.
다섯 살 창균이부터
초등학생 성원이 누나까지
행복한 아이들과 함께
아이들만큼 콩알만한 배낭을 짊어지신
참으로 좋으신 아빠들과 함께.
손을 들고 '우리의 약속'을 합니다.
1. 아빠는 어른이와 놀아주러 온 것이 아닙니다.
아빠도 즐겁게 놉니다.
2. 아빠는 어린이의 질문에 최선을 다합니다.
3. 아빠는 어린이가 공중도덕을 지킬 수 있도록 합니다.
4. 아빠와 어린이는 개인행동을 하지 않습니다.
5. 아빠는 어린이에게 인스턴트 음식이나 일회용품을 사 주시 않습니다.
6. 우리는 자연환경을 사랑하는 사람들입니다.
지하철을 탑니다.
처음타는 지하철도 아닌데
친구들과 함께 타는 지하철은
처음타는 지하철입니다.
놀이기구를 탄 것처럼
마음 한구석이 술렁술렁합니다.
네 녀석이 쪼르르 쪼그리고 앉습니다.
서로들 웅얼웅얼 거립니다.
"비상밸브가 뭐야?"
"비상밸브도 몰라?"
"그게 뭔데?"
"저기 그림도 있네.. 비상시에 문 여는 방법.."
"그러니까 비상이 뭔데?"
"비상은.."
"자기도 모르면서..."
쪼그리고 앉은 모양이
노란 병아리 삐약삐약 노는 모양입니다.
사람들 표정을 훔쳐봅니다.
정해진 곳으로만 달려가는 지하철과
지하철 속에 담긴 사람들.
지하철을 타는 사람들은
지하철 승차표와 같은 똑 같은 표정들입니다.
흑백 사진에 칼라 잉크를 떨어뜨리듯이
지하철 곳곳을 행복 칼라로 덮는 사람들
자랑스런 우리네 가족입니다.
월드컵 경기장입니다.
하늘을 지붕삼은 자동계단을 오릅니다.
하늘을 오르는 기분입니다.
웅장한 상암 경기장을 보는 순간
월드컵의 흥분이 살아납니다.
모두가 축구선수가 된 기분입니다.
저 멀리 사람들의 행렬이 보입니다.
지렁이 기차입니다.
하늘공원까지 사람들로 이루어진 길입니다.
아빠랑 손을 잡고 친구들과 어깨를 걸고
하늘을 오릅니다.
구름 가득한 하늘이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선생님, 이게 장군별이에요"
손바닥 같은 잎을 하나 떼어 내미는 주빈입니다.
"장군별은 옷에 잘 붙어요. 보세요"
"그러네? 와.. 장군처럼 선생님도 별 달았다..히히히"
우리는 구름 하늘에
별을 달러 가는 중입니다.
하늘공원입니다.
출출합니다.
어른 키만한 억새 풀 길을 지나
낮은 풀 더미 위에 앉습니다.
"자.. 우리 모두 밥가를 부르고 밥을 먹겠습니다"
하늘에서 먹는 점심입니다.
"밥은 하늘입니다. 하늘은 혼자 못가지듯이
밥은 서로 서로 나누어 먹는 것, 정말로!"
가지가지 음식에 꿀을 바른 듯
꿀맛같은 점심입니다.
가지가지 음식에 웃음을 바른 듯
절로 피어나는 웃음입니다.
"저기.. 아까 부른게 무슨 노래에요?"
커다란 방송국 카메라를 든 아저씨와 예쁜 얼굴의 아가씨.
방송국에서 나왔습니다.
"밥가라구요, 밥 먹기 전에 부르는 노래인데요.."
"또 노래 부르실건가요?"
"아뇨?"
"그럼.. 잠깐 인터뷰 좀 할 수 있을까요?"
"인터뷰요?"
하늘공원에 올 때마다
카메라를 만나는 우리들입니다.
아이들과의 견학 때는 아이들의 사진을 담았고
오늘은 아빠들의 모습을 담습니다.
"평일에는 바빠서 아이들과 함께 하기 힘든데
이렇게 주말에 아이들과 함께 나올 수 있어 참 좋네요
라고 말씀하시면 되요"
"저는 평일에도 아이들하고 시간이 많은데요?"
안식이 아버님의 말씀에 웃어봅니다.
"자.. 지금부터 한 시간동안 자유시간입니다.
마음껏 놀아보세요!"
아빠와 아이들은 구름 가득한 하늘에 별을 달고
선생님은 행복으로 빛나는 별을 바라봅니다.
짚을 꼬아 줄넘기를 만드는 아이들도 있고
아빠와 열심히 가위, 바위, 보를 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아빠와 함께 하늘 공원을 찾은 아이들.
아빠와 함께라면 무엇이라도 행복일 것입니다.
어제밤 꿈 속에
나는나는 날개달고
구름보다도 더 높이 올라올라 갔지요.
무지개 동산에서 놀고 있을 때
이리저리 나를 찾는 아빠의 얼굴.
무지개 동산에서 놀고 있을 때
이리저리 나를 찾는 아빠의 얼굴
흥얼 흥얼 절로 나는 노래입니다.
선생님도 아빠가 되고 싶은 노래입니다.
월드컵 경기장입니다.
월드컵의 흥분이 담겨있는 곳입니다.
아이들이 가슴 속의 '대한민국'을 꺼냅니다.
유치원에서도 박수하며 함께 부르던 '대한민국'
경기장 의자에 앉습니다.
"아이들하고 축구경기를 보러오면 좋겠어요."
"그러게요"
"큰 돈주고도 못 들어오던 곳을 오늘은 이백원에 들어왔네"
동우 아버님의 말씀입니다.
하늘하늘 비가 내립니다.
하늘에서 내리는 비.
"오늘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오늘은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진행을 맡으신 창근이 아버님의 인사로
하늘공원의 문이 닫힙니다.
나중에 나중에
우리네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아빠만큼 엄마만큼 커다란 어른이 되었을 때
선생님처럼 곰곰이 어렸을 때를 떠올린다면
과연 무엇이 가장 먼저 생각날까요?
아이들의 마음속에
소중하게 담기고 있는
오늘같은 행복한 하루 중에서
언제나 함께하는
하늘같은 구름같은
바로 우리 아빠가 아닐까요?
아빠들의 마음에 아이들이 하늘이듯이
아이들의 마음에도 아빠들은 커다란 하늘일 것입니다.
오늘은
서로가 서로의 마음 하늘에
귀중한 별 하나 달아 놓은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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