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주는 사랑과 아이가 받는 사랑의 차이 ①
오늘부터 들려 드릴 이야기는 달봉샘이 직접 만났던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함께 키우는 우리 아이들의 편안함과 행복을 위해 선생님과 학부모가 함께 노력했던 이야기입니다.
아이들의 이름은 가명을 사용하였습니다.
팔뚝 밑으로 붉게 긁힌 상처. 손톱에 긁힌 상처입니다. 팔뚝뿐만 아니라 무릎 위 허벅지에도 하나!
만지면 쓰라리지만 볼 때 마다 괜스레 행복해 지는 상처입니다. 상처를 준 녀석은 여섯 살 반 여자 친구
지연이(가명)입니다.
지연이는 여섯 살 반에 있지만 사실 일곱 살입니다. 반 친구들보다 한 살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여섯 살 반에 있는 이유는 지연이의 인지 수준이 아직 여섯 살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지연이는 애정결핍으로 인지 발달이 늦어진 아이입니다. 달봉샘은 일곱 살 반 담임 선생님이었지만 나들이 때면 엄마 선생님들이 함께 해 주셔서 달봉샘이 굳이 모둠을 맡지 않아도 되어서 여섯 살 반 지원을 자청했습니다.
오늘은 엄마와 함께 하는 숲 여행 마지막 날입니다. 여섯 살 반 담임 선생님께서 오십니다. 여섯 살 반 어머님께서 한 분 못 오셔서 선생님이 두 모둠을 맡게 되셨는데, 한 모둠을 맡아 달라는 이야기. 생각 할 필요도 없이 고개를 끄떡입니다. 아이들 없는 선생님은 맛없는 빵처럼 심심한 선생님이기 때문입니다.
달봉샘이 맡은 모둠에 지연이가 있습니다. 지연이는 키나 덩치만 보자면 일곱 살 녀석인데 혼자만의 마음이 너무 커 아직도 여섯 살인 녀석입니다. 어른들은 지연이가 다른 아이들과 다르다고 하지만 아이들은 지연이가 다른 아이들 중 하나라고 합니다.
" 지연이가 선생님을 좋아하니, 지연이도 함께 데려가세요. "
여섯 살 반 선생님이 지연이 손을 건네줍니다. 손을 잡은 지연이는 마음을 잡은 듯 좋아합니다. 선생님 얼굴을 올려다보며 맞잡은 손 등을 남은 한 손으로 긁습니다. 손 등에 발갛게 핏줄이 섭니다.
" 지연아! 그렇게 하면 선생님 아파! "
손을 잡으며 싱긋 웃어줍니다.
지연이를 처음 만난 것은 작년 여름입니다. 새로운 유치원을 찾는 지연이가 학교 구경을 왔었습니다. 여러 가지 치료를 받고 있는 지연이가 잘 적응할 수 있을지 미리 알아보기 위해 온 것입니다. 모든 것이 신기한 두 눈에 지연이의 커다란 마음이 보입니다. 하지만 그 마음에는 오로지 지연이 밖에 없었습니다. 개나리와 함께 찾아 온 지연이와 다시 인사를 나누었지만 지연이 마음에 선생님의 자리는 없었습니다. 물어도 대답이 없는 아이였습니다.
한 번은 일곱 살 녀석들과 과자를 만든 적이 있었습니다. 선생님 손에 든 과자를 열심히 들여다보던 지연이.
" 과자 줄까? "
" 응 "
" 진짜? 몇 개줄까? "
" 두 개! "
" 두 개? "
" 응 "
" 알았어. 자! 두 개! "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한 마디 한 마디가 온 몸을 두드리는 대화였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처음이자 마지막 대화였습니다.
" 우리.. 어디로 갈까? "
여섯 살 녀석들과 함께 수목원을 걷습니다. 일곱 살 녀석들 담임만 열 차례. 선생님 마음에 새로운 흥분이 생겨납니다. 오늘에 대한 기대와 흥분입니다. 여섯 살 녀석들과 함께 할 시간이 없었던 선생님은 여섯 살 녀석들과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신이 납니다.
" 꼭대기까지 가요 "
" 정말? 힘들지 않겠어? "
" 안 힘들어요. 어제도 갔었어요. "
" 그래? 그럼, 선생님도 힘내서 가야지. "
손은 두개 밖에 없는데 손잡으려는 녀석들은 여섯이나 됩니다.
" 선생님 손은 두 개밖에 없다. "
" 그런데, 지연이 손은 왜 잡았어요? "
뭐라고 대답해야 하지? 난감해 하는 마음을 지연이가 알았는지 선생님 손에 매달리기 시작합니다.
" 높은 곳에 올라가? 높은 곳에 올라가? "
" 그래. 높은 곳에 올라가 "
" 어~ 높은 곳에 올라가? 높은 곳에 올라가? "
지연이 얼굴을 봅니다. 선생님이 지연이 말을 못 알아 는 것이 분명합니다.
" 높은 곳에 가냐구? "
" 높은 곳에 올라가? 높은 곳에 올라가? "
" 그래. 높은 곳에 올라가 "
맞잡은 손에 잔뜩 힘을 주고서 팔을 잡아당기기도 하고 손 등을 할퀴기도 합니다.
" 높은 곳에 올라가? 높은 곳에 올라가? "
" 아니야. 높은 곳이 아니야. 걸어가면 돼. 올라가지 않아. "
" 높은 곳에 올라가? 높은 곳에 올라가? "
" 아니야. 높은 곳에 안 올라가. 그냥 걸을 거야. 조금만..."
조금은 안심이 되었는지 앞을 보던 지연이가 큰 소리로 말합니다.
" 아...그...베~ "
아그베 나무! 지연이도 아그베 나무를 알고 있었습니다. 선생님이 버스에서 즐겨 말했던 나무 이름!
지연이도 아그베 나무를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 그래! 아그베 나무! 저기에 있네? 아그베 나무! "
지연이와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 기뻤습니다. 누구보다도 혼자만의 시간이 많았던 어린 시절, 그것이 좋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었던 선생님. 그래서 더욱 지연이 마음을 파고들고 싶은지도 모르겠습니다.
여섯 살 녀석들은 확실히 일곱 살 녀석들과 달랐습니다. 이 녀석들을 보면 일곱 살 녀석들은 수염 난 아저씨들 같습니다. 이 녀석들을 보면 일곱 살 녀석들은 이력이 난 장사꾼 같습니다.
" 선생님! 이게 뭐에요? 어? 움직이네? "
머리 위 풍성한 나뭇잎 사이로 잘게 부수어지는 햇볕 부스러기를 밟으며 아이들이 손장난을 합니다.
" 선생님! 햇볕이 부셔졌어요. 해님이 네모가 됐어요. " " 그러네? 정말 그러네? "
손을 꼭 잡은 지연이는 계속 혼잣말을 합니다.
" 아..그...베~ 아...그...베~ "
작은 신발 종종 걸음에도 앞으로 걸으니 벌써 꼭대기입니다.
" 자! 우리 점심먹자! "
도시락을 꺼냅니다. 지연이가 도시락을 꺼내더니 선생님에게 내밉니다.
" 먹어? 먹어? 먹어? "
" 선생님 먹으라구? 아니, 지연이 먹어. "
얼굴을 구기면서 다시 말하는 지연이.
" 먹어? 먹어? 먹어? " " 그래. 먹을게. 잘 먹을게. 고맙습니다! "
이리저리 사방을 둘러보는 지연이. 도시락을 열고 숟가락을 잡습니다.
" 자! 지연아! 밥 먹어."
지연이 얼굴이 일그러지는가 싶더니 휙- 손을 뻗어 도시락을 엎어 버립니다.
순간, 얼어붙은 듯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
" 지연이가 원래 밥을 잘 엎어 버리니? "
지연이를 바라보며 다른 아이들에게 묻습니다.
" 네! 그래서, 선생님한테 혼나요. "
" 혼나면 밥을 먹니? "
" 근데 먹여줘야 해요. "
" 그래? "
혼을 내야 한다? 내키지는 않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손바닥을 펴고 지연이 허벅지를 탁- 때립니다.
" 밥을 쏟으면 안 되지. 소중한 밥인데! "
제법 소리도 높여 혼을 냅니다. 아이들이 싱글 거립니다.
선생님 혼내는 모양이 신기한 가 봅니다.
" 이제는 쏟으면 안 된다. 알았지? 자! 밥 먹어! "
밥 한 술 떠서 지연이 입에 가져갑니다. 입을 벌려 밥을 먹는 지연이. 마음에선 신바람이 나지만 겉으로 보여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 그래! 잘 했어. 그렇게 하는 거야. 아주 잘 했어. "
선생님도 도시락을 꺼냅니다. 선생님 도시락은 김밥입니다. 아침 일찍 24시간 김밥 집에서 산 김밥.
" 김밥 하나만 줘요. "
한 녀석이 김밥이 먹고 싶은지 손바닥을 펴며 말합니다.
" 그래! "
" 나도요! "
" 그래! "
김밥을 나누고 나니, 밥을 씹던 지연이 입이 멈춥니다.
" 지연이도 줄까? 김밥? "
김밥을 보자 또 다시 손을 뻗는 지연이. 보기 좋게 쏟아지는 김밥입니다.
" 어? 선생님 김밥도 쏟았다. "
" 음.... 요 녀석이? "
지연이를 바라봅니다.
" 선생님, 김밥 쏟아서 어떻게 해요? "
걱정이 되는지 젓가락을 빨던 한 녀석이 묻습니다.
" 괜찮아. 선생님 도시락 두 개 싸왔거든. "
가방에서 또 다른 김밥을 꺼내며 지연이를 바라봅니다.
" 이 녀석! 이건 선생님 도시락인데 쏟으면 어떻게 하니? "
또 다시 손바닥을 펴 지연이 허벅지를 탁- 때립니다. 전혀 움직임이 없는 녀석.
하지만, 이러한 손짓이 지연이를 잠시 얌전하게 합니다.
다음 주에 계속 이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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