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주는 사랑과 아이가 받는 사랑의 차이 ②
도시락을 세 번이나 엎고서야 점심식사를 마칩니다.
물을 찾는 지연이에게 물통을 건네줍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밥을 먹고 있는 여섯 살 아이들을 보면서
진정 특별한 것은 특별하게 생각하는 마음임을 알게 됩니다.
" 우리 물놀이 할까? "
" 물에 내려가? 물에 내려가? "
또 다시 불안해하는 지연이 손을 꼬옥 잡으며,
" 괜찮아. 선생님이 옆에 있을게. 이렇게 꼬옥 잡고 옆에 있을게. "
집에 갈 시간입니다. 집에 가기 위해 버스를 탑니다. 지연이를 보시며 담임 선생님이 말씀 하십니다.
" 아침에는 기분이 안 좋아 보였는데, 지금은 많이 좋아졌네요? "
" 도시락을 세 개나 엎었어요. "
" 그래요? "
" 네! 하지만 밥은 잘 먹었어요. "
지연이를 봅니다. 지연이 마음에 선생님 자리가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선생님 마음에는 커다란 지연이가 있습니다. 지연이가 아그베 나무를 기억하듯이 조금씩 조금씩 자리를 내어 주리라 생각합니다.
저- 멀리 가지 높은 아그베 나무가 보입니다.
어느덧 일곱 살 아이들이 졸업을 하였습니다. 다섯 살 아이들은 여섯 살 반이 되고 여섯 살 아이들은 일곱 살 반이 되었습니다. 일곱 살 반은 두 반인데 지연이를 어떤 반에 편성하고 담임은 누가 맡을지 선생님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눕니다.
“ 제가 맡겠습니다. 부담스럽기는 모두들 마찬가지잖아요. 그나마 지연이가 저를 잘 따르고 저희 반이 되신 학부모님들과도 소통이 잘 되는 편이니 함께 해 나가는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일곱 살 반이 된 지연이는 달봉샘 반이 되었습니다. 반 편성과 담임교사 발표가 끝난 직후 지연이 어머님으로부터 장문의 편지를 받았습니다. 지연이를 키우면서 힘들었던 점, 지연이와 관계를 어떻게 맺어왔는지 그리고 지연이와 소통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해 왔는지에 대해 상세하게 적혀 있었습니다. 마지막에는 이러한 내용이 지연이를 대하는데 오히려 선입견이 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 말씀도 있었습니다. 편지 내용을 꼼꼼하게 읽으면서 지연이 어머님은 어떤 어머님인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지연이 어머님께 전화를 드려 방문 상담 날짜를 잡았습니다.
지연이 어머님과의 소통이 시작되었습니다. 지연이가 한 살부터 네 살 무렵까지 지연이 어머님이 가장 힘들었던 시간이었다고 합니다. 양육에 대한 부담감은 물론 엄마 스스로도 삶에 대한 애착이 없어 지연이와의 관계 형성이 많이 부족했다고 합니다. 그렇다 보니 지연이가 다른 아이들에 비해 육체적인 성장은 좋으나 의사 소통능력과 감정 표현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의사 선생님으로부터 아이가 애정결핍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후 엄마는 자책을 많이 했다고 합니다. 엄마의 사랑은 엄마가 줬다고 생각하는 만큼이 아니라 아이가 받은 만큼이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에 수없이 많이 우셨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지연이에게 현재의 인간관계는 현재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인식이 뒤늦게 되는데 길게는 1년이 지난 후에 1년 전 만났던 사람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앞으로 지연이와 스물 한 명의 일곱 살 아이들과의 생활을 어떻게 꾸려갈 것인가! 그리고 지연이와 함께 하기 위한 과정을 아이들과 학부모들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 구체적인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먼저 반 어머님들과 지연이에 대해 함께 공유하는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연이 어머님이었습니다. 내 아이의 흠에 대해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그 어떤 부모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연이 어머님은 강하고 현명하신 분이셨습니다. 어떻게 하는 것이 지연이를 위한 일인지 분명하게 알고 계셨습니다.
반 모임에 참석한 지연이 어머님은 지연이에 대해 빠짐없이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지연이가 앞으로 친구들에게 줄 부담에 대해서도 숨김없이 말씀해 주셨습니다. 무엇보다 지연이의 거친 애정표현(친구가 좋거나 마음에 들면 친구 귀를 깨무는 것)으로 친구들이 해를 입게 되면 엄마가 책임지고 사과하고 친구들의 마음이 풀어질 때까지 노력하시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지연이의 이야기를 들은 반 어머님들의 반응은 여러 가지였습니다. 아이들을 함께 키우기 위해서는 당연한 일이라고 염려하지 마시라고 지연이 어머님을 격려해 주시는 분들도 계셨고 지연이로 인해 불편을 겪게 될 아이들에 대한 염려로 마음이 편하지 않으신 어머님들도 계셨습니다. 그리고 지연이로 인해 담임 선생님이 우리 아이를 덜 신경 쓰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어머님들의 이러한 반응들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담임 선생님으로서도 반 어머님들께 약속하였습니다. 쉽지 않은 과정이지만 함께 해 나가자고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 담임 선생님으로서 중심을 잘 잡고 누구 하나라도 덜 신경 쓰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이지요. 반 모임을 마치고 다른 반 선생님들과도 반 모임에서 나눈 이야기를 함께 공유하였습니다. 그리고 지연이 어머님과 스물 한 명의 어머님들과의 긴밀한 소통 관계를 이어가기 위한 과정을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지연이를 잘 알고 있는 아이들이지만 지연이의 애정표현에는 그 어느 누구도 적응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담임 선생님인 달봉샘도 지연이에게 여러 차례 귀를 깨물려 봤기 때문에 그 놀람과 아픔은 미리 대처하기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소리도 없이 다가와 귀를 꽉 깨무는데 귀를 깨물리고 나면 귀에 이빨자국이 선명하게 남을 뿐 아니라 심할 때는 퍼렇게 멍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아이들의 비명 소리가 들여오기 일쑤였습니다. 지연이는 선생님이나 친구의 귀를 깨물고 나면 멀뚱히 바라보는데 그럴 때마다 늘 같은 방식의 과정을 되풀이하였습니다.(지연이 어머님과의 협의를 통한 공통의 행동 수정 과정) 지연이를 야단치는 방법, 지연이와 소통하는 방법에 일관성이 있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귀를 깨물린 아이를 위로하고(선생님이 귀를 깨물린 경우는 그나마 다행이지만) 마음을 읽어주는 과정을 쉼 없이 계속 했습니다.
이러한 과정은 학부모님들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귀를 깨물린 아이들의 부모님에게 전화하며 사과하고 아이에 대해 상담하고. 그러다 보니 반 어머님들과 일주일에 한 번씩은 빠지지 않고 통화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아이들과의 소통, 아이들 간의 소통을 위한 과정도 준비하였습니다. 가장 먼저 준비한 것이 교실 안에 따로 만든 ‘따뜻한 우리 반 찻집’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아침에 오면 가장 먼저 하는 것이 우리 반 찻집에서 따뜻한 차를 마시며 아침을 함께 이야기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때때로 선생님이 필요로 할 때, 아이들이 필요로 할 때 찻집에 함께 모이곤 했습니다. 차는 따뜻하다기보다는 뜨거웠습니다. 그래서 차 한 잔을 마시기 위해서는 후후 불어가며 차를 식히는 과정이 필요한데 이러한 과정을 함께 하며 아이들과 마음과 마음을 잇는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주로 지연이로 인한 아이들의 힘듬을 들어주는 시간이 많았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지연이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아이들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과 나눈 이야기는 일주일에 한 번 반 어머님들과 통화하면서 함께 나누는 이야기 재료가 되었습니다. 일곱 살 반은 두 반이었지만 두 반의 수업 과정은 같은 것보다 다른 것이 더 많았습니다. 이것은 무엇보다 반 아이들의 특성을 고려한 담임선생님들의 선택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선택은 선생님과 아이들, 학부모님 모두에게 신선한 변화를 가져오기 시작했습니다.
다음 주에 계속 이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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