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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을 한결같이, 몸 놀이 선생님 이야기

학의천에서 배를 타는 이유

학의천에서 배를 타는 이유

 플라스틱 배 두 개를 메고 학의천을 향하는데 한 아저씨가 차창을 열고 묻는다
  " 그거 어디서 타려고요? " 
  순간 못 타게 하려고 그러나 싶어 망설이다 
 " 학의천에서 아이들과 타려고요~ " 

" 그거 어디서 샀어요? " 
 질문이 이어지자 배를 부러워하는 것이 느껴졌다.  
" 고물상에서 구했는데요. 개당 만 원주고 샀어요." 
  " ~ 애들 재밌겠다.  어디서 나오... . ~ YMCA구나~! " 
 배에 적혀 있는 글씨를 보고 아저씨가 방긋 웃었다. 이렇게 해서 나는 아기스포츠단 홍보를 또 한 번 했다.  
 학의천에서 배를 타는 이유는?

아이들에게 물었더니 물이 있어서란다. 맞는 말이다.
생활 하천은 우리네 생활 터전에 있는 하천이라는 말이다. 하천은 폐수를 버리거나 산책이나 운동을 하려고 있는 것이 아니다. 오래 전부터 사람들은 물이 있는 곳에 생활 터전을 마련했고 물길을 중심으로 마을을 형성했다. 물은 생명체에게 산소만큼 소중한 에너지원이다. 하천을 중심으로 온갖 생명체들이 살아간다. 그러므로 하천에는 스스로 살아가는 자연의 보고들이 넘쳐 난다.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 가장 가까운 곳에 그 해답이 있는 것이다. 비가 오면 물길을 터 줘 홍수를 막아 주고 물이 흐름으로 스스로 하, 폐수와 같은 오염된 물을 정화해 주고 유기물과 무기물을 바닥에 가라 앉혀 수생 식물이 자라도록 한다. 그래서 이를 먹이로 하는 물고기들과 수생 생물들이 살아가고 또 다시 이를 먹이로 하는 새들도 찾아오는 것이다. 그래서 안양의 하천은 최대한 인위적이지 않도록 한 자연 하천이다.
아이들은 학의천을 보고 배우기 위해 학의천을 찾는다.

그 방법도 가장 아이들다운 방법으로 노트와 펜이 아닌 자연이 주는 품에서 맘껏 뛰어 노는 것으로 배운다. 산이 그렇고 바다가 그렇듯이 그 품에 늘 안겨 자연에게 배우는 것이다.
여기에 예전 아이들의 놀이였던 물놀이를 배를 타며 하는 것으로 곁들이는 것이다. 플라스틱 배는 배 놀이의 시작이다. 함께 만들어 탈 수 있는 우리들의 배를 해마다 만들었다. 뗏목이 그랬고 거북선이 그랬다.  올해는 어떤 배가 생겨날까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한동안 비가 내리지 않아 물이 말랐는데도 다리 밑은 더 깊어졌다. 젖지 않기 위해 입은 방수복이 허사였다. 게다가 물이 탁해 발밑이 잘 보이지 않아 세 번이나 발을 헛딛고서 학의천 물에 세 번이나 머리를 감았다. 아이들에게는 선생님의 이런 모습이 더 재미있나 보다. 배 놀이를 끝내고 물구나무를 섰더니 학의천 물이 철철 흘러나온다.  
 

학의천과 아이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한 폭의 살아 있는 그림이다.
나는 올해도 이 멋진 그림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즐기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선생님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