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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봉샘의 성장통

세 개의 눈


회의 두 번

학부모 오리엔테이션 두 번

한끼의 식사

외투를 입습니다.

자정이 다 된 시간입니다.

옥길동에서 살던 버릇탓에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택시를 부릅니다.

'내일부터는 버스 있을 때까지만 있어야겠다'

택시를 탑니다.

"사거리까지 부탁드립니다"

꼬르륵 배 울림이 들립니다.

'김밥이라도 사 들고 가야겠다'

택시에서 내립니다.

멍하니 하늘을 봅니다.

하늘에서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이제는 눈이 내리지 않을 줄 알았는데...'

한참을 서 있습니다.

김밥집을 지납니다.

김밥을 사기전에 가야할 곳이 있습니다.

피씨방입니다.

오늘은... 이라고 썼다가 지웁니다.

눈...이라고 썼다가 지웁니다.

손을 내려 놓습니다.

'내가 여기 왜 왔을까...'

가만히 눈을 감습니다.

"눈을 감으면 뭐가 보일까?"

"에이.. 눈을 감으면 아무것도 안 보이잖아요"

"그럴까? "

눈을 감습니다.

잠을 잘 때처럼 편안하게.

눈을 감으면 아무것도 안 보인다는 생각도 내려놓고

무엇이 보이나 열심히 보지도 말고

눈을 감고 가만히 있기...

보이면 보이는 대로 보고 안 보이면 안 보이는대로 보고

그냥 가만히 눈을 감고 있기...

"뭐가 보였니?"

"성이 보였어요. 황금성!"

"우와..황금성이? 멋진데? "

"친구가 보였어요"

"친구가? 눈을 뜨고 본 것은 아니구?"

"눈 감고 봤어요"

"독수리가 보였어요"

"독수리? 정말 좋았겠다"

"선생님! 눈을 감았는데도 왜 보여요?"

"그것은 코 위에 있는 눈만 감았기 때문이야.

사람에게는 눈이 두 개 있는데

하나는 코 위에 있고 다른 하나는 마음에 있지.

코 위의 눈을 감으면 마음의 눈이 번쩍 떠진단다.

코 위의 눈은 보이는 것만 보지만

마음의 눈은 생각도 본단다.

마음의 눈은 행복도 보고 기쁨도 본단다.

슬픔도 보고 눈물도 본단다.

코 위의 눈은 누가 봐도 같은 것을 보여 주지만

마음의 눈은 서로가 다른 것을 보여 준단다.

황금성을 보고 친구를 보고 독수리를 본 것처럼..."

"희안해요"

"그래, 정말 희안해.

"선생님은 뭘 봤는 줄 아니?"

"뭘 봤는데요?"

"하얀 눈..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오는 하얀 눈....

시끄러운 소리는 구름속에 살짝 숨겨놓고

소리없이 조용히 내리는 하얀 눈...

선생님 머리위에 너희들 머리 위에

넓고 넓은 땅의 머리위에 내리는 하얀 눈을 봤지"

눈을 감아도 무엇인가가 보인다던 녀석들

황금성이 보이고 친구가 보이고

독수리가 보인다던 녀석들...

가만히 눈을 감은 선생님의 눈에는

이제는 졸업생이 되어 버린 녀석들이 보입니다.

'너희들은 아니?

선생님 마음의 눈에 이제는 너희들이 보이는 것을..'

이제사 알았습니다.

내가 왜 여기에 왔는지를...

하늘에서 내리는 하얀 눈을 보고

내 마음의 아이들이 보고 싶어

마음 문을 열고 한 명씩 한 명씩 꺼내보고 싶어서...

학부모 오리엔테이션을 하였습니다.

아침에는 엄마 오리엔테이션

밤에는 아빠 오리엔테이션

흙묻은 신발장에는

새로운 아이들의 이름이 놓여있고

코 위의 눈에는 그 이름들이 선명한데

눈을 감으면 선명히 보이는 얼굴들...

그 얼굴들 사이로 웃고 있는 선생님.

코 위의 눈을 떠도 웃고 있는 선생님.

눈을 감아도 선생님

눈을 떠도 선생님

그런 선생님의 머리위로

하늘에서 땅으로 눈이 내립니다.

이제는 그만 집으로 가야 하겠습니다.

김밥 두 줄 사들고서...

하얀 눈을 맞으며

마음 문을 활짝 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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