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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봉샘의 성장통

스물 여덟 번 행복하기 스물 여덟 질경이반 녀석들입니다. 손가락, 발가락까지 합쳐도 다 셀 수없는 숫자입니다. 몇 명인가 볼까? 하나, 둘 헤아리다 보면 까 먹고 다시 헤아리는 숫자입니다. 하나 질경이반 선생님입니다. 더도없이 덜도없이 한 명입니다. 셀 것도 없이 보이는 것이 전부입니다. 한 명의 선생님과 스물 여덟 명의 아이들이 만납니다. 선생님의 눈에는 스물 여덟 명의 아이들이 보이지만 아이들의 눈에는 단 한 명의 선생님이 보입니다. 몸뚱아리 쪼개고 쪼개어도 스물 여덟조각 낼 수 없습니다. 눈동자 굴리고 굴려도 스물 여덟 개의 눈을 만들 수 없습니다. 하지만 아이들 눈동자에 비친 선생님의 수는 모두 합쳐 스물여덟입니다. 비록 몸뚱아리는 하나지만 스물 여덟 번을 움직이면 스물 여덟 개가 됩니다. 비록 눈은 하나지만(눈을 쪼개.. 더보기
고추가 아파요. "선생님! 화장실 갔다 올께요" "그래. 갔다와라" 승원이입니다. "선생님! 오줌을 쌀 수가 없어요" "왜?" "고추가 아파요" "고추가?" "네..." "어떻게 아픈데?" "바늘로 찌르는 것 같아요" "바늘로?" "네..." "많이 아프겠다. 선생님도 어렸을 때 그런 적 있는데... " 승원이가 울상이 됩니다. "그런데, 오줌을 싸면 더 아플 것 같은데 오줌이 나오면 괜찮아" "이...잉... 고추가 아프다구요" "선생님이랑 같이가자" 아이들에게 화장실 갔다 온다고 말하고서 승원이랑 함께 화장실에 갑니다. "자..벗어봐.. 어떤가 보게" 승원이가 주춤합니다. "괜찮아. 선생님도 똑 같은 고추있어"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어디가 아픈데?" "여기요" "그래? 이렇게 눌러도 아파?" "아니.. 더보기
소원 들어주기 "오늘... 소원 들어주기 누구더라?" "시온이에요" "그래? 그럼.. 칭찬 하기 부터하자" 하루에 한 명씩 소원 들어주기를 합니다. 선생님과 친구들은 친구의 소원을 들어 줍니다. 소원은 들어 줄 수 있는 것만 들어 줍니다. 여자인데 남자로 만들어 줄 수는 없습니다. 하늘을 날게 해 줄 수도 없습니다. 들어줄 수 있는 소원만 들어 줍니다. 소원을 말하는 친구에게 칭찬하기를 먼저 합니다. 친구의 좋은 모습을 이야기합니다. 친구의 멋진 모습을 이야기합니다. "시온이는 웃는 모습이 예뻐요" "시온이는 머리를 옆으로 두 개로 묶으면 참 예뻐요" "시온이는 인-라인 스케이트를 잘 타요" "시온이는 친구들을 때리지 않아요" "시온이는 자유놀이 시간에 재미있게 해 줘요" "그래. 웃는 모습이 예쁘고 머리를 옆으로 두.. 더보기
상처 점심시간입니다. "선생님! 다 먹었어요" 밥풀 하나 없는 도시락을 내밉니다. "그래, 잘 먹었다" 소금으로 양치하고 하얀 이 드러내며 달려옵니다. "선생님! 나가서 놀아도 되요?" "그래! 친구들이 부르면 들어와야 한다" "네!" 밥을 다 먹은 녀석들은 바깥놀이를 하러 갑니다. 청소하는 친구들은 행주로 상을 닦고 길다란 밥상을 영차영차 치웁니다. 행주를 빨아오고 밥풀 몇 개 담겨있는 음식물 통을 비우고 빗자루로 열심히 바닥을 씁니다. "선생님! 청소 다 했어요" "어디 보자! 그래 깨끗하다." "그럼, 이제 나가서 놀아도 되요?" "그래, 선생님하고 같이 나가자" 점심시간이 끝나려면 아직도 15분이 남았습니다. 현관 계단에 앉습니다. 먼저 나온 녀석들이 술래잡기를 하고 있습니다. "선생님도 술래잡기 같이.. 더보기
모닥불 놀이 따뜻한 햇살이 손짓합니다. 어서 어서 나오라고 형광등 불빛아래 계절없이 놀지말고 아이들 손 붙잡고 어서 어서 나오라고. "봄이 얼마만큼 왔는지 보러갈래?" "네! 좋아요!" 누가 말리기라도 한 것처럼 동동 발구르며 기다리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대답소리 앞장섭니다. "놀이터에 가 보자" 으르릉 으르릉 성을 내는 하늘이. 아이들만 보면 짖어대는 녀석이지만 센소리 한 번에 조용해 집니다. 마치 호통소리를 그리워한 녀석마냥. "여기가 놀이터야. 지금은 울퉁불퉁하지만 울퉁한 곳 눌러주고 불퉁한 곳 톡톡치면 평평한 땅이 될꺼야." "선생님! 놀아도 되요?" "그래. 놀자!" "선생님은 뭐하고 놀꺼에요?" "음..선생님은...해바라기할꺼야" "해바라기가 뭐에요?" "햇볕 보면서 해바라기 흉내내기.".. 더보기
봄 이야기 선생님이 아침에 만난 친구 이야기 해 줄까요? 청소를 하기위해 베란다 문을 열던 중이었어요. 아랫집 강아지 다섯마리가 울퉁불퉁 밭을 뛰어 다니며 놀고 있었어요. 검은 강아지, 얼룩 강아지, 하얀 강아지 누런 강아지, 복실 강아지... 그렇게 다섯마리였어요. 뛰어노는 모양이 너무 귀여워 한참이나 쳐다보는데 가만히 보니 입에 무엇인가를 물고 있는거에요. 저게 뭘까? 자세히 보니 그림 그리는 붓을 물고 있는거에요. 강아지들이 붓을 물고 무엇을 하는걸까? 궁금해 졌어요. 강아지들은 입에 문 붓으로 흙 땅을 쓱싹쓱싹 문지르기도 하고 친구 강아지 등에다가 낙서를 하기도 하는거에요. 그런데, 참으로 이상한거 있죠? 쓱싹쓱싹 흙 땅에다 문지르니 파릇파릇 새 싹이 돋아나는거에요. 쓱싹쓱싹 친구 등에 문지르니 왈왈... .. 더보기
아이들이 가고 난 현관에 두 선생님이 앉았습니다. "작년 이맘때에 해바라기가 피지 않았나요? 옥길동 해바라기는 키도 크고 얼굴도 컸었는데..." "아직 이르지 않은가요.. 해바라기가 피기에는... 작년 저쪽에 실한 해바라기가 하나 있었는데 씨 좀 받아둘까 했더니 금방 없어지더라구요" "춘곤증, 식곤증에 졸음이 솔솔 오네요" "그것이 봄의 매력이 아닌가 싶네요" "올해도 장미가 필까요? 작년 겨울 때아닌 장미가 피고 졌었는데..." "아마도 피겠지요. 올해도 때아닌 날씨니까..." 꽃 중에서 채송화가 특히 좋다는 선생님과 해바라기 마냥 얼굴 내밀고 앉아 볕을 쬡니다. "지리산 반달곰이 이번 겨울동안 겨울잠을 못 잤다고 하네요. 겨울이 다 지나서야 조금 추워져서 그때서야 동면에 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더보기
선생님의 낙서 아이들을 맞은 첫 날 선생님이 말씀하십니다. "선생님! 아이들이 너무 예뻐요. 조그만 녀석들이 옹기종기 앉아서 선생님만 빤히 쳐다보는데 그 눈빛하며 그 표정하며 그 작은 얼굴속에 어찌 그리 예쁜 것만 가득찼는지 너무너무 예쁜거 있죠?"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선생님이 말씀하십니다. "선생님! 아이들이 이상한거 있죠? 사방을 두리번거리기도 하고 친구를 콕콕 찔러보기도 하고 들어 누웠다가 앉았다가 아예 뒤돌아 앉아서 선생님은 쳐다 보지도 않는 녀석이 없나... 아이들이 산만해지는거 같아요. 어떻하죠?" 이주일이 지났습니다. 선생님이 말씀하십니다. "선생님! 이제는 아이들이 제 말을 듣지 않아요. 다른 것은 다 들려도 선생님 말은 들리지 않는 것처럼 선생님 쳐다보는 녀석은 가물에 콩나듯이 있고 선생님 눈을 피해.. 더보기
화장지가 하얀 이유 "선생님! 화장지는 왜 하얀 색이에요?" 아이들 이야기를 듣던 중에 한 녀석이 묻습니다. "글쎄?" "하얀 색 페인트를 칠한거 아니에요?" 다른 녀석이 대답합니다. "페인트를 칠했으면 코 풀 때 코에 묻을꺼 아니야. 똥 닦을 때는 똥구멍에 묻을꺼구..." "그럼, 하얀 나무가 있는거 아니에요?" "하얀나무? 글쎄? 그럴까?... 화장지는 나무로 만드니까... 음..선생님도 모르겠는걸? 선생님이 오늘 화장지 만드는 회사에 전화해서 물어볼께.." "화장지 만드는 회사 전화번호 알아요?" "114로 전화 걸어서 물어보면 되지.. 114는 전화번호를 모를 때 전화번호를 가르쳐 주는 곳이거든" 집으로 가는 아이들을 향해 손을 흔듭니다. 사무실 의자에 앉습니다. 책상위에 전부터 놓여있던 화장지가 보입니다. 네모난 .. 더보기
보고 듣고 말하기 눈을 감고 느낌나누기를 합니다. 잔잔한 숨소리 그런데... 속닥속닥 이야기 소리 킥킥킥킥 귓볼을 당기는 소리 감은 눈 떠지도록 떠드는 소리 순간 머리털을 쭈삣 세우는 느낌 '내가 지금 어떤 소리를 듣고 있는가!' 세근세근 잠자듯 평온한 숨소리들 가운데 쿡쿡쿡쿡 바늘로 찌르는듯한 이야기 소리 평온함을 잊고 작은 속닥거림에 귀를 모으는 순간 선생님은 꾸중하는 선생님이 됩니다. 들이쉬고 내쉬고 숨을 쉬는 가운데 선생님은 야단하는 감시자가 됩니다. 무엇을 듣고 무엇을 듣지 않아야 하는가... 마음을 모은 아이들 속에서 선생님 스스로 마음을 흐뜨려서는 안되겠습니다. 세근세근 잠자듯 평안한 숨소리들 가운데 쿡쿡쿡쿡 바늘로 찌르는듯한 이야기 소리 가만히 묻힐 수 있도록... 아이들과 이야기나누기를 합니다. 눈과 눈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