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봉샘의 성장통 썸네일형 리스트형 별 게 다 행복한 날 오늘은 출근하는 날 ! 길고 긴 휴가를 마치고 말끔하게 면도하는 날 ! 얼굴 가득 비누칠을 하고 면도를 하는 입술에는 사과 한쪽 베어 먹은 행복이 머물러 있습니다. 새벽 5시 ! 쿨쿨 베개 껴 안고 잠자던 시간에 거울 속 꽃게는 입 안가득 거품을 머금습니다. 팅~ 유리알 두드리듯 청명한 소리 옥수수 이빨 드러내며 히죽 웃는 웃음뒤로 살포시 기지개켜는 아침이 있습니다. 어제와 같은 아침임에도 하나 하나 새로울 수 있다는 것은, 행복입니다. 차곡차곡 먼지쌓인 가방을 툭- 털어 어깨에 메고 햇볕과 바람과 비에 절인 자전거를 탑니다. 강아지마냥 꽁꽁 묶여 있던 녀석, 녹물에 취해 잠자는 녀석을 힘껏 밟아 줍니다. 하늘도 좋고 바람도 좋은 아침입니다. 만나는 사람마다 꾸뻑 고개숙여 전하는 아침입니다. 삐그덕 삐그.. 더보기 아름다운 삶을 위하여 " 지쳤다 ! " 나도 모르새 새어 나오는 소리 " 쉬고 싶다 ! " 고개를 떨구니 하늘이 떨어집니다. " 잘 쉬고 오세요 ! " " 네! 고마워요! 모두들 건강하세요 ! " 휴가를 얻었습니다. 지쳐서, 쉬고 싶어서. 무엇에 지치고 무엇으로부터 쉬고 싶은지 알고 싶어서. 일상에 지친 선생님들을 보노라면 답답한 듯 말하곤 하였습니다. " 우리네 일이 곧 삶이고 삶이 곧 쉼이라 생각합니다. 기계처럼 일만 하는거 아니잖습니까 일 할 때 일 말고는 아무것도 안 합니까? 일 따로 쉼 따로, 노력따로 행복따로 입니까? 내게 주어진 시간을 그렇게 스스로 단절시켜 놓으면 결국 내 시간을 갖을 수 없습니다. 내 시간의 주인일 수 없습니다. 일이 곧 삶이고, 삶이 곧 쉼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 힘든 사람에게는 더 힘.. 더보기 하늘나라 우체국 오전 1시 갑자기 눈이 떠집니다. 두리번거릴 겨를도 없이 부랴부랴 눈을 감지만 한 번 달아난 잠은 돌아올 줄 모릅니다. 사흘 째입니다. 가마솥에 밤을 찌듯 모락모락 하얀 곰국을 삶듯 벌겋게 달아오른 온기에 잠 못 이루는 날이. 똑딱똑딱 시계소리에 맞춰 부시럭 부시럭 시간은 더디기만 합니다. 부엌 불이 켜집니다. 아버지께서 기침하십니다. " 아! 벌써 5시구나! " 5시면 어김없이 일어나시는 아버지. 화장실 문 여닫는 소리 그릇 부딪히는 소리 수도꼭지 물 트는 소리 가만히 소리를 듣자하니 아버지 움직이시는 것이 보입니다. 불이 꺼집니다. 현관문 닫히는 소리. 아버지께서 출근 하셨습니다. " 이왕 갈 꺼 일찍 가자! " 형광등 하얀 끈을 잡아 당깁니다. 번쩍 번쩍 깜박이던 녀석이 확- 켜지는 사이 머리 속을.. 더보기 꿈 " 안녕? " " 안녕하세요! " 조그마한 녀석들은 그 때나 지금이나 조그마합니다. 등짝만한 가방을 가로질러 메고서 뽀송뽀송 걷는 걸음을 보는 것은 참으로 행복입니다. " 선생님! 오늘은 기침 안 하네? " " 그래, 너희들이 이마에 찍어 준 뽀뽀때문에 감기가 저 멀리 산 넘어 가 버렸단다. " " 오늘도 뽀뽀 해 드릴께요 " " 그래 그래 고맙다. 이녀석아. " " 에이... 자꾸 이 녀석이라고 하지 마요. " " 그럼, 뭐라고 불러줄까? " " 이것봐요. 가방에 이름이 써 있잖아요. " " 어디보자... 음... 그래, 이름이 써 있구나.. 어디.. 이... 녀...석! " " 아니에요. 김 수 한 이에요. 김! 수! 한! " " 그래 그래 알았다. 이 녀석아! " " 에이.. 정말? " 매일같이 되.. 더보기 감기 걸리고 싶어. 엎치락 뒷치락 무릎을 구부렸다 폈다 배개를 배었다 뺐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차는데 가만히 있지도 못합니다. 앉은뱅이 선풍기 입김같은 더운 바람만 돌돌 뱉어 냅니다. 어기적 어기적 수도꼭지를 돌려 물을 틉니다. 거푸 거푸 세수를 하고 송알 송알 맺힌 땀방울도 털어 냅니다. 시원함도 잠시 잊을만하면 그리운 이처럼 쫓아도 쫓아도 덤벼드는 모기처럼 한 밤의 더위는 잠도 없습니다. ' 도저히 못 참겠다 ' 못 참으면 어쩔건데? 도망갑니다. 짤뚝 잘린 반 바지 입고 너풀 너풀 반팔 티 입고 슬리퍼 덜덜 신고서 현관문을 엽니다. 쏴- 아 들릴 것만 같았던 바람은 간데없고 멍한 밤 냄새만 가득합니다. 툴툴 걸어 어디를 갈까나 하릴없이 걷기에 밤 공기도 반갑지 않습니다. 어깨가 이상하다? 씰룩거려 봅니다. 방어복을 잊은.. 더보기 죄없는 마음에도 티끌 앉을까 두렵소. 걷습니다. 땅덩어리 뚝 떼어 걸음 옮기듯 무거운 등산화를 옮기며 비오듯 쏟아지는 비지땀 모아 베낭 안에 차곡차곡 담아둡니다. 아서라 앉으면 하늘이 꺼질까 말어라 앉으면 땅에 들러 붙을까 발 길이 놓이는 대로 걸음이 짚히는 대로. 발바닥에 방울방울 물집이 잡히고 손바닥에 흥건히 땀이 고일 때 하늘이 두쪽 나도 쉼없이 갈 수 없을 때 비로소 땀방울 내려 긴 숨 쉬어 봅니다. " 게.. 어디를 그렇게 바삐 가시오? " 바랑 짊어진 노스님 쉼없는 들숨에 쉼표 하나 찍어 줍니다. " 저기... 저 산 봉우리까지 갑니다. " 손가락 끝에 걸려 그림자 진 봉우리 봉우리에 걸린 손끝이 숨없이 흔들거립니다. " 게까지는 뭣하러 가시오? " " 오르고 싶어서 오릅니다. 내리고 싶을 때 내려올려구요 " " 허.. 참... .. 더보기 묻고 답하기 " 선생님! 선생님은 왜 남자에요? " 아이들은 밑도 끝도 없이 묻습니다. " 선생님이 왜 남자냐 하면은... " 밑도 끝도 없는 대답에 시작을 달지 마세요. " 고추가 있으니까 그렇지. " 밑도 끝도 없는 물음에는 밑도 끝도 없는 대답이 짝 입니다. 주르륵 뚝 뚝 눈물이 흐릅니다. 아이들이 눈물을 흘릴 때는 이유를 묻지 마세요. 눈물은 흘러 내림으로 충분한 대답이 됩니다. 밑도 끝도 없이 묻거나 똑 똑 눈물을 흘린다고 해서 모두가 아이라 생각하지 마세요. 질문은 스스로에게 던질 준비를 하는 것이며 눈물은 질문에 대한 답이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그러하듯 질문은 항상 스스로에게 던지며 누구나 그러하듯 대답은 항상 눈물로 피어납니다. 눈에서 흐르든, 가슴에서 흐르든. 무엇을 묻든 대답은 항상 내 안에 있고 .. 더보기 세상 밖으로 4. 삶에서 가장 긴 일주일이었습니다. 지금에 와서 어떠한 의미를 부여한들 지난 일주일이 달라질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되돌림이, 잊혀진 내 삶의 소중한 순간을 깨닫게 되는데 조금은 보탬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아침이면 북한강 허리 잘록한 베란다에 앉아 어제와 같은 그러나, 전혀 다른 오늘의 강물을 바라봅니다. 젖은 빨래마냥 몸뚱아리 길어져 가면 세수겸 샤워를 하고 잠깐동안이나마 온 몸의 냉기를 느끼며 밥상을 끌어다 앉아 책을 펼칩니다. 그리곤 소리내어 책을 읽기 시작합니다. 소리내어 책을 읽게 된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어느날 소리없이 책을 읽다가 문뜩 한가지 생각에 골몰합니다. '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거지? ' 내가 책을 읽는지 책이 나를 읽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분명 책을 읽고는 있는데 누.. 더보기 세상 밖으로 3. 부시럭 거리는 소리에 눈을 뜹니다. 베개 위로 하늘소 한 마리가 어기적 어기적 기어가고 있습니다. " 안녕? 또 만났네? " 혹시 문이 닫혀서 나가지 못하나 싶어 현관문도 열고 베란다 문도 활짝 열어 줍니다. 부시시한 도깨비 머리를 하고서 베란다 의자에 앉습니다. 역시나 사람들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핸드폰을 꺼내 시계를 보니 오전 10시... 베란다 바닥에 죽은 날 벌레들이 수두룩 합니다. 하루만 살다가 죽는 녀석들인가 봅니다. 녀석들에게는 그 하루가 평생이 되겠지만... 씻는 것도 잊고 한참을 앉아 있습니다. ' 저 강물은 어제 그 강물이 아닐텐데.. 어제처럼 흐르고 있구나.. 변함없이... ' 강물과 길 사이에는 폭이 10미터 정도 되는 풀 숲이 있습니다. 숲에 고라니가 살고 있다고 하시던 할아버.. 더보기 세상 밖으로 2. 얼마나 잤을까? 잠결에 눈을 뜨니 창밖은 벌써 한낮입니다. ' 이런.. 늦잠을 잤네...' 찬물에 샤워를 하니 머리칼이 쭈삣, 두 눈이 말똥 말똥 떠 집니다. 땀에 절은 옷은 비닐에 넣어 가방에 넣고 차곡 차곡 쌓인 옷 중 가벼워 보이는 옷을 입습니다. ' 어제는 시작부터 무거웠는데 오늘은 가볍게 좀 시작 해 보자!' 모텔에서 10여분을 걸으니 버스 정류장이 있습니다. ' 어느쪽이건 상관없다. 일단 버스를 타고 봐야지 ' 얼마나 기다려야 버스가 올지 알 수가 없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모텔 아저씨한테 물어나 보고 올 걸...' 시간이 갈수록 무척대고 움직이는 자신이 한심하다 생각됩니다. 아무리 자유로운 것도 좋지만 시간을 이렇듯 기다리는데 낭비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주위를 둘러봐도 사람이라곤 보.. 더보기 이전 1 ··· 8 9 10 11 12 13 14 ··· 4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