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년을 한결같이, 몸 놀이 선생님 이야기

나눔과 감동이 있는 인라인

- 나눔과 감동이 있는 인-라인 -

 

점점 준비물이 많아집니다.

오늘은 다섯 살 보물찾기와 일곱 살 하키 놀이를 준비합니다.

아이들이 제 몸집만한 인-라인 가방을 메고 버스에서 내립니다.

어느 누구 하나 들어달라는 말없이 제 가방을 제가 메고 걷습니다.

일곱 살 형들의 도움으로 다섯 살 아이들이 인-라인을 착용하고 모여 앉습니다. 오늘은 보물찾기를 하는 날입니다. 오늘은 그동안 친절하게 도와 준 일곱 살 형들에게 고맙다는 마음을 전하는 날입니다. 선생님들이 몰래 숨겨둔 보물쪽지를 각각 두 장씩 찾아 한 장은 자기가 가지고 나머지 한 장을 나를 도와준 언니, 오빠, 형들에게 전해줍니다. 그 쪽지에는 맛있는 쿠키와 카라멜이 그려져 있습니다.

보물쪽지를 찾는 다섯 살 아이들의 발걸음이 분주합니다. 마치 인- 라인 스케이트를 신은 것을 잊어버린 아이들처럼 뛰다시피 걸으며 보물쪽지를 찾습니다. 스케이트를 신은 지 삼십분이 지났건만 아이들은 보물쪽지를 찾느라 분주히 돌아다닙니다. 잔디밭은 넘어지지 않는 대신 스케이트를 탈 수가 없습니다. 걸어 다닐 수밖에 없는 곳입니다. 그런걸 알면서도 왜 잔디밭 위에서 하는지 누가 물었습니다.

인라인을 처음 배우는 사람들은 애나 어른이나 바퀴가 달렸으니 바퀴를 굴려 타려고 합니다.. 하지만 중심을 잡고 서는 것부터 결코 쉽지 않습니다. 여기서 생각을 바꿔 타려고 하지 않고 걸으려 하면 오히려 바퀴가 절로 조금씩 쉽게 굴러 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기어 다니던 아이들이 걷고, 걷던 아이들이 뛰는 것처럼 인라인에도 자연스러운 과정이 있습니다. 기어 다니던 아이들이 절대 바로 뛸 수는 없습니다. -라인을 배우는 과정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인라인 스케이트를 신었을 뿐이지 처음에는 기어 다니고 그 다음에는 엉금 엉금 걷고 그러다 보니 편하게 걷게 되고 나중에는 달리듯이 저절로 타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섣불리 타려고 하지 않고 마음껏 자유롭게 걷기 위해 신은 것을 아예 잊어버릴 만큼 노는 것입니다.

보물 쪽지를 찾은 아이들이 함박웃음을 짓습니다.

두 장 이상 찾은 아이들은 아직 못 찾은 친구들에게 나눠주기도 합니다. 모든 아이들이 두 장씩의 쪽지를 찾은 후에 다시금 모여 앉습니다.

" ~ 이제 무엇을 할 차례지?? "

보물쪽지를 먹을 것과 바꾸는 시간입니다.

이미 일곱 살 형들은 저 멀리서 인-라인 하키 놀이를 하는 중이라 그곳까지 가서 각자 나를 도와 준 형들을 찾아 직접 건네줘야 합니다. 스스로 스케이트를 벗고 신발로 갈아 신은 후에 쪽지를 들고 다시 모입니다. 신는 것과 달리 벗는 것은 이제 혼자서도 척척 잘 합니다. 쪽지가 두 장이니 두 개씩 나눠 주고 하나는 제가 먹고 하나는 형들에게 전해주라 하니 하나를 우걱 우걱 먹으며 나머지 하나를 들고 형들을 찾아 갑니다. -라인 신는 것을 도와줘서 고맙다는 마음을 담아서.

하키 놀이를 하고 있는 언니, 오빠들을 찾아 나선 다섯 살 아이들이 제가 찾은 보물 중 하나를 건네며 도와줘서 고맙다고 전합니다. 그런데 그 중에 생일이 늦은 조그마한 한 녀석이 두 개를 모두 홀랑 제가 먹어 버립니다. 저만 선물을 받지 못한 언니에게는 달봉샘이 살짝 하나 건네주며 귀엣말을 해 줍니다.

" 동생이 저 혼자 다 먹어 버렸어. 두 개 다 먹고 싶었나 봐~ "

그 모습에 일곱 살 아이들은 어른스럽게 같이 웃습니다.

다섯 살 아이들이 인라인을 신고 잔디밭 위를 뛰어 다니듯 걷습니다.

그런데 그 아이들 중에는 키가 너무 작고 몸이 너무 작아 가장 작은 스케이트를 신고 깔창을 두 장 깔아도 신발이 헐렁한 아이가 있습니다. 병원 의사 선생님에게 물어 보면 의사 선생님들은 늘 같은 말을 합니다.

" 아직 다리 근육과 관절이 약해서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는 것은 무리입니다. 자칫 잘못하면 바른 성장에 해가 될 수 있습니다. 더 큰 다음에 하세요! "

심지어는 다섯 살 아이들에게 인라인을 타게 하는 것은 전체적으로 무리가 된다라고 말하는 의사 선생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인라인 수업만 10년 넘게 한 몸 놀이 선생님으로서 인라인을 배우기에 앞서 걱정부터 하시는 다섯 살 부모님들께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무엇을 위해 인라인을 타는지 직접 보시면 마음이 편안해지실 것입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유독 작은 녀석 하나가 눈에 뜁니다.

그리고 역시 부모님의 걱정도 이어지고. 이 녀석은 수영장에서도 다른 방법으로 물놀이를 합니다. 유아 수영장이지만 이 녀석에게는 물 깊이가 만만한 깊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어머님과 상담을 하고 걱정마시라고 말씀 드린 후에 이 녀석만을 위한 인라인과 수영을 준비합니다. 이런 준비 과정에는 다른 아이들의 협조와 녀석의 자연스러운 마음가짐이 꼭 필요합니다. 인라인 수업을 시작하기 전부터 인라인 스케이트를 신을 수 없는 이유와 하지만 그래서 나름의 인라인을 특별히 준비할 것이라는 기대를 녀석에게 심어주고 친구들도 이를 당연히 받아들일 수 있도록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여기에서 이야기라 함은 단순히 선생님이 아이들 앞에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서로 주고받는 소통 속에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자연스러운 마음 나눔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준비한 것이 녀석만을 위한 퀵보드입니다. 나름 무게 중심을 핸들이 아닌 몸무게로 조절하고 브레이크도 달려 있고 미는 힘으로 가는 것의 닮은 점 찾아 준비한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녀석이 처음부터 이것을 편하게 받아들인 것은 아니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이것은 인라인이 아니라고 할 수밖에!

하지만 이것도 인라인이라는 것을 녀석도 친구들도 받아들이게 된 것은 퀵보드 뿐만 아니라 인라인 의자, 인라인 기차가 등장하면서 부터였습니다! 바퀴 달린 의자가 이렇게 또 효자 구실을 할지는 몰랐습니다^^

아이들은 서로 다릅니다.

다른 것을 말뿐만 아니라 몸으로도 배우고 실천하는 것이 진정한 몸 놀이라고 생각합니다.

배움은 다름에 따른 비교가 아닌 서로 배움으로 훨씬 풍성해질 수 있습니다!

 

'20년을 한결같이, 몸 놀이 선생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무통 놀이 2  (0) 2016.05.26
고무통 놀이  (0) 2016.05.26
똑똑똑 놀이  (0) 2016.05.26
몸 놀이 안 되는 날!  (0) 2016.05.26
일곱 살 아이들의 리본 놀이  (0) 2016.05.26
인라인 포기 할래!  (0) 2016.05.26
또봇 이야기  (0) 2016.05.26
학의천와 아이들  (0) 2016.05.26
나무 집을 만들다!  (0) 2016.05.26
유아 수영을 정의하다!  (0) 2016.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