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하고 이틀이 지난 시간, 집에 가는 길에 여섯 살 희성이가 물었어.
“ 달봉샘! 저번에 우리 방학 끝나고 방학에 뭐 했는지 얘기했잖아. 그런데 달봉샘은 방학에 뭐 했어? ”
“ 방학 동안에? 잠만 잤어. ”
사실 잠도 잘 못 잤어.
3주 방학 중에 그리고 일주일 휴가 중에 집에만 있었는데 너무 더워서 잠을 잘 수가 있어야지.
밤새 잠을 못 자고 아침에 되어서야 겨우 잠이 들고 그렇게 며칠을 보내고 나니 밤에 잠자기가 너무 어렵더라고.
게다가 몇 년 전 어깨동무 캠프에서 자두 따는 아이들 들어주느라고 계속 팔을 쓴 게 잘못되었는지
그때부터 아픈 팔이 아직도 불편해. 침 맞아도 안 되고 물리치료 받아도 그때 뿐, 좋아지지가 않아.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방학 시작하자마자 손가락을 전지가위에 베어서
손가락에 붕대까지 감고 있어 왼쪽 팔이 말이 아니었어.
그나마 개학하고 나니 손가락은 아물었어.
딱 3주 걸린 거지. 방학 3주!
아이들을 태운 버스가 간 지 한참이나 되었는데 이상하게 희성이 목소리가 계속 메아리가 되어 돌아와.
이렇게 바뀌어서.
“ 달봉샘은 몸 놀이 선생님인데 자기 몸을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아. ”
그러고 보면 정말 그런 것 같아.
집에 가면 책꽂이에 꽂혀 있는 책 중 절반이 몸에 관한 책인데 읽고 말하기만 했지 내 몸에 실천하지는 못했어.
내 몸을 위한 운동을 안 한지도 한참이나 된 것 같아.
그러면서 아이들 앞에서 내 몸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어떻게 떳떳하게 할 수 있겠어.
거짓말쟁이 선생님이 되는 거잖아!
2학기가 시작되었어.
아이들과의 몸 놀이도 다시 시작하고 있어.
이번 2학기에는 내 몸 사랑을 실천하는 몸 놀이 선생님이 되어야겠어.
‘몸소’라는 말이 있잖아. ‘손수’라는 말도 있고.
몸소 실천하고 손수 실천하는 몸 놀이 선생님이 될게. 꼭!
희성아!
고마워!
'20년을 한결같이, 몸 놀이 선생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0) | 2017.11.06 |
---|---|
늘 그렇다. 그리고 늘 그렇지 않다. (0) | 2017.11.03 |
선생님들도 해마다 아기스포츠단을 선택합니다~! (0) | 2017.10.23 |
운동회 때 남은 과자 가게 (0) | 2017.10.23 |
몸이 움직이려면 마음이 먼저 움직여야 한다! (0) | 2017.09.28 |
2017년 여름 졸업생 캠프 (0) | 2017.07.24 |
한 학기 동안 몸 놀이하면서 행복했나요?? (0) | 2017.07.17 |
더워도 너무 더워서 (0) | 2017.07.06 |
왜 안 되는 거지?? (0) | 2017.06.16 |
밧줄과 밧줄을 잇듯이 (0) | 2017.05.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