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말문을 열며.
글을 시작하며 갖는 첫 느낌은 ‘ 답답함 ’ 이다.
첫 번째 답답함은 소위 몸 선생이라는 사람이 몸 관리를 늘 제대로 하지 못함에 대한 답답함이다. 몸과 마음
은 축구공과 축구 선수의 발처럼 1미터 이상 거리가 생기면 안 되는데 축구공을 처음 차는 아이들처럼 처음에
는 발에서 공을 떼어놓지 못하다가 조금 지나면 힘 조절이 제대로 안 된 발에 차여 멀리 달아나는 공을 쫓아
가는 녀석들처럼 마음을 졸여 몸을 믿지 못하거나 마음만 앞서 몸을 고생 시키니 말이다.
두 번째 답답함은 이런 내 눈에 비친 내 몸에 따라 아이들 몸을 맞추는 선생이라는 방관자들에 대한 답답함이
다.
아이들은 배우는 과정에 있기에 다양한 경험을 해야 한다. 그렇다고 요즘 아이들처럼 너도나도 다양한 학원을
다녀야한다는 말은 아니다. 다양한 경험 안에는 다양한 교사도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다양한 교사들이 한 아
이를 바라보기에는 너도나도 생각이 같지 않고 또 그 생각을 조율하는데 만도 시간이 많이 소요되므로 보통
다양하지 않은 교사 즉 한 교사가 다양한 활동을 하는 방법을 선택한다. 예를 들어 특별한 경험을 위해 특별
한 강사를 들이는 식이다. 하지만 이 말을 잘 이해해야 한다. 잘못 이해하면 예전 아기스포츠단 교사들처럼
영지 선생님은 영지 수업만 하고 체육 선생님은 체육 수업만 하기 때문에 마치 영지 선생님에게는 영지적인
면만 있고 체육 선생님에게는 체육적인 면만 있는 것처럼 교사 스스로가 믿어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에이~
설마~ 하겠지만 이것은 경험에서 나온 말이다. 영지 선생님은 영지이외의 것은 잘 몰라도 된다 생각하고 체
육 선생님들은 체육이외에는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사실 그래도 괜찮았다. 아이들 수업하는 데는 전혀 지장
이 없었다. 그래서 아기스포츠단이었다. 하지만 아기스포츠단에서는 그럴 수 있어도 사설 태권도 학원이나 피
아노 학원에서는 그럴 수 있어도 학교라는 간판을 걸고 있는 풀씨와 볍씨에서는 그러면 안 된다. 적어도 ‘생명
이 자유로운 세상, 생명이 소중한 세상을 만들어 가려 해요’하고 자신 있게 말하는 광명 YMCA 풀씨, 볍씨학
교에서 만큼은 그러면 안 된다. 왜 그럴까? 이유는 지금 말 안한다.
아이들과 어른들을 비교해 볼까? 아이들은 이것저것 해도 이것저것을 소화해 내지만 어른들은 이것저것하면
이것도 저것도 소화해 내지 못한다. 너무 비약(飛躍)인가? 그렇더라도 주 설명을 위해 그냥 넘어가자. 어른이
라고 해서 미안하지만(적어도 난 이런 어른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어른들은 대체로 그렇다. 다양한 경험을
오히려 정신없어 하고 혼란스러워한다. 어른에게는 일이 주 바퀴고 놀이가 보조 바퀴니까. 아이들에게는 놀이
가 주 바퀴고 일은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보조바퀴니까. 그래서일까? 아이들은 네 발 자전거를 타면 얼른
두 발 자전거를 타려한다. 얼른 보조바퀴를 떼어내서 온통 놀이 투성인 삶을 만들기 위해. 웃자고 한 소리다.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서 아이와 어른을 굳이 비교한 것은 다름 아니라 배움의 과정에 있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사람들이 바로 어른들이기 때문이다.(여기서 말하는 어른은 통상적인 나이 먹은 어른이다.) 교사는 거울 같아
야 된다는 말이 있다. 교사는 스펀지와 같아야 하고 가능성과 현실을 이어주는 다리가 되어야 한다는 말도 있
다. 거울처럼 아이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비춰줘야 한다. 오목거울이나 볼록거울처럼 교사를 통해 요상하게
굴절된 모습을 비춰서는 안 된다. 오목과 볼록은 교사의 사사로운 욕심이라 할 수 도 있겠고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 한계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스펀지는 수렴을 말한다. 어떤 말을 하든 머금어야 한다. 물론 그러려면
딱딱한 구석이 없어야 한다. 꽉 막힌 구석이 없어야 한다. 이 대목은 이후 교사론에서 이야기할 대목이니까
그냥 넘어가도록 한다. 현실과 가능성을 이어주는 다리역할이란 무엇을 말함일까? 쉽게 말하면 줄넘기를 못
하는 어린이들이 줄넘기를 할 가능성을 현실로 이어주는 다리 역할이라는 것이다. 이것의 전제로 선생이 꼭
줄넘기를 잘 할 필요는 없다. 아니 전혀 하지 못해도 상관없다. 선생 스스로 줄넘기를 잘 하지 못하고 설령 좋
아하지 않더라도 줄넘기를 잘 하고 싶어 하는 아이들의 욕구는 읽을 줄 알아야 한다.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
한계 때문에 애써 아이들의 욕구마저 보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이다. 주절주절 말이 너무 길었다. 일축(一蹴)
하면 우리가 자주 말하는 영 ․ 지 ․ 체 중 ‘체’의 비중이 현저히 떨어져 있는 이유가 교사들 성향에 따른 영향
도 아주 크다는 말이다. 따라서 여기에서 기인하는 답답함이 그 두 번째 답답함이다.
오늘 이 자리는 나름대로 내게는 답답함을 푸는 자리가 되었으면 하고 다른 선생님들에게는 개인적으로 답답
함을 느끼는 이의 마음을 공유하는 시간 그리고, 몰랐던 무엇인가를 알아 크게 깨닫는 그런 거창한 시간이 아
니라(죽었다 깨어나도 그런 일은 없다) 스스로 내 안에서부터 영 ․ 지 ․ 체 균형을 잡는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여기까지는 여는 글이었으므로 질문이 있어도 안 받는다.
2. 달봉이 몸 수업의 변천사
이 글을 준비하며 나름 책도 좀 찾아 보려했다. 묵은 책을 찾아 이리저리 뒤적여도 보았는데 그러다 책을 쾅-
덮고 말았다. 하기 귀찮았다. 아니 더 솔직히 말하자면 볼 필요가 없었다. 10년 전 고마운 누군가가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 차량프로그램을 하라고 했다. 그 당시 내게는 차량 프로그램하면 생각나는 것은 반짝이는 조
명아래 몸을 흔드는 장면뿐이었다.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아는 것은 없고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도
몰랐기에 막상 하는 것 보다는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더 컸다. 손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책을 찾아보는 일이었
다. 이 책 저 책 뒤적이며 레크레이션이라고 하는 것은 있는 족족 들여다보며 정리를 했다. 그리고 버스 복도
에 섰다. 그러기를 몇 십 차례 하다 보니 이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뒤통수를 쳤다. 그리고는 다시 시작했다.
내 앞에 앉아있는 사람들(주로 아이들이다)을 떠올리며 그냥 해 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알게 된 것이 있다.
소통이었다. 전달에 의한 소통이 아니라 소통에 의한 소통이었다.
갑자기 뚱딴지처럼 이 말을 하는 이유는 몸 수업 쉽게 체육이라고 했을 때에도 이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어찌 그게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여기에는 전혀 모르
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체육에 얽힌 사연이 누구는 서글프고 누구는 고달프고 누구는 아무런 생각이 없는 등
서로 다른 뿐이다. 그래서 다시 준비한 것이 바로 이것이다. ‘달봉이 몸 수업의 변천사! ’ 캬~ 제목만큼 사연
도 구구절절하다. 장담하건데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대학 도서관에 꽂혀있는 그 어떤 논문보다도 우리들에
게 값진 시간을 가져다 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처음에는 몸 수업이 아니고 체육이었다. 체육(體育)이란 일정한 운동 따위를 통하여 신체를 튼튼하게 단련시
키는 일. 또는 그런 목적으로 하는 운동 또는 육체의 건전한 발육을 꾀하는 교육. 스포츠, 체조 따위의 신체
활동에 의하여 건강의 유지·증진과 체력 향상을 도모하는 것을 뜻한다. 참 거창한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 거창
한 체육을 성인이 아닌 유아를 대상으로 해야만 했다. 우스갯소리로 이런 체육을 유아들에게 가르치는 곳 이
름이 ‘아기스포츠단’이었다. 아기와 스포츠가 한 몸이 되다니, 참 아이러니했다. 여태까지 내가 알고 있는 스
포츠라는 것은 격렬하기 이를 데 없고 단순한 반복 운동을 통해 우열을 가르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 아기들이 어떻게 스포츠를? 하지만 아기스포츠단에서는 정말 아기들이 스포츠를 했다. 뜀틀, 매트,
평균대, 철봉, 체조를 정말 했다. 뜀틀을 가로 뛰거나 세로 뛰고 또는 굴렀고 평균대를 사뿐 걸어 예쁘게 앉아 ‘
V’ 자도 만들었고 매트에서 앞,뒤, 옆, 구를 수 있는 방법이 있는 만큼 굴렀다. 철봉에서도 매달리는 것뿐만
아니라 앞으로 올라가고 뒤로 올라가고 앞으로 돌고 뒤로 돌았다. 누구든 처음 보는 사람은 경악을 할 장면이
었다. 공개수업에 온 엄마들은 정말 스포츠를 하고 있는 우리네 작은 꼬맹이들을 보며 머리칼을 쭈삣 세우며
환호했고 박수를 쳤다. 그리고는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다음 해 또 재원을 했고 이러한 사실은 입소문을 타고
옆 동네로 흘러갔다. 아기스포츠단은 실로 엄청난 충격이었다. 그럴 수밖에 아이들을 가르친 선생도 아이들이
하는 모양을 보고 경탄을 할 지경이었으니까. 하지만 잘 들여다보면 내심 마음 한 구석 불편한 구석이 있었
다. 모든 아이들이 뜀틀을 폴짝폴짝 잘도 넘었지만 다 그런 것은 아니었고 폴짝폴짝 넘는 모양도 서로 달랐
다. 단순하기 이를 데 없는 동작이고 반복이었기에 그것을 천편일률적으로 누구나 다 잘 하게 가르치기 위해
서는 정도껏 통제하고 엄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욕구나 다양성을 살펴보고 들어주기에
앞서 누구나 그것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먼저였다. 누구나 그것을 배우기에 쉽지 만은 않았고 그 과정이 서
로 달랐다. 중요한 것은 서로 다른 그 과정이었다. 단순한 동작이었기에 누구나 반복하다보면 저절로 그렇게
될 수 있다. 그렇기에 계속 하도록 시키면 되는 것이었다. 문제는 하기 싫어하는 아이들을 하게끔 만드는 것
이었다. 해 보지도 않고 못한다고 우는 녀석, 하기는 하는데 억지로 해서 자신감이라는 것은 찾아볼 수도 없
는 녀석, 뛰는 것을 너무나 좋아해서 하고 하고 계속 하는 녀석 등 생긴 것만큼 서로 다른 마음을 서로 비슷비
슷하게 가지고 있는 몸을 통해 자꾸 움직여 비슷한 동작을 만들어 나갔다. 실로 연습에 연습을 한 결과였다.
그리고 사실 유아들은 스스로 마음만 먹고 조금만 연습하면 다 되는 동작들이었다. 하기는 쉽고 보기에는 좋
은 그런 것들이었다.
그러다 임자들을 만났다. 도무지 하려고 하지 않는 녀석들이 많아졌다. 하기는 해야 하는데 억지로 시키기에
는 시간도 만만찮고 녀석들과의 기 싸움도 대단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새롭게 시도한 것이 서로 다
른 녀석들끼리 서로 다른 것을 하는 것이었다.
뜀뛰기를 좋아하는 녀석들은 뜀틀을 하고 발이 땅에서 잘 떨어지지 않는 녀석들은 구르기를 했다. 매달리기를
좋아하는 녀석들은 철봉을 했고 서로 다른 것을 같은 시간에 나눠 진행했다. 그리고 공개수업 때도 마찬가지
로 서로 다른 것을 내어 놓고 서로 다른 것을 선보였다. 역시나 학부모님들은 좋아했고 다음 해 재원도 잘 이
뤄졌다. 처음과 다른 것이 있었다면 아이들의 표정이었다. 누구나 다 똑같은 것을 할 때와는 다르게 사뭇 진
지하면서도 자신에 찬 표정들! 못해도 다시 하겠다고 달려드는 자신감이었다. 뿐만 아니라 할 수 있는 것만
하려던 녀석이 잘 못하는 것도 한 번 해 보려는 자신감의 전이였다. 달라진 내용만큼 수업을 진행하는 방식도
많이 달라졌다. 한 가지 것을 하기위해서는 지렁이마냥 한 줄로 죽~ 늘어서서 내 차례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만 했지만 한 번에 여러 가지 것을 하니 많이 기다릴 필요가 없어 하루에도 충분히 연습할 수 있었기에 매일
매일 연습을 할 필요도 없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아이들은 서로 다르기에 잘 하는 것도 서로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을 교사 스스로 인정했
다는 것이고 그것을 통해 똑같이 생겨나는 자신감 그리고 그 자신감이 자신 없는 곳에까지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를 얻어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몸은 마음과 따로 있지 않다. 하지만 함께 있다는 것을 느끼지는 못한다. 너무나 자연스럽다 보니 마음에 따
라 몸이 절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몸을 잘 움직이기 위해서는 분리해서 생각되지 않는 마음을
잘 다스려야 한다. 체육시간에 마음을 잘 다스리는 방법을 활용했다고 해야 하나? ‘영’ 과 ‘체’가 한 몸을 통해
발현되었다 해야 하나? 뭐 정리는 알아서 하기 바란다.
사람이 몸을 단련하거나 건강을 위하여 몸을 움직이는 일을 운동(運動)이라고 한다. 체육은 이유가 있는 움직
임이다. 몸을 단련하고자 하는 이유, 건강을 지키기 위한 이유 그리고 특히 어린이들에게는 더욱 건강한 신체
와 함께 건강한 마음(자신에 대한 믿음, 긍정적 마음)을 배우기 위한 이유가 있는 움직임이라는 것이다.
모든 것은 경험에서 나온다. 스포츠는 이러한 경험들의 노른자위라 할 수 있다. 편한 움직임을 갖기 위해 보
다 잘 움직이기 위해서는 군더더기 동작들을 치워내야 한다. 어린아이들이 걸음마를 하는 것을 생각해 보자.
처음에는 일어서는데 만도 한참이나 걸린다. 중심을 잡는 법을 몰라 이리 기우뚱 저리 기우뚱 하는 동작을 되
풀이한다. 이러한 경험들을 바탕으로 일어서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고 그러면서 일어섰을 때 생겨나는 군더더
기 동작들을 치워낸다. 일어선 후 걷는 것도 마찬가지다. 걷는 법을 깨닫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군더더기 동
작들이 생겨난다. 모든 정리된 동작들에는 정해진 길이 있다. 그 길 위에 바로 섰을 때 비로소 군더더기 잡 동
작들이 사라진다. 여기에 가장 좋은 예가 바로 수영이다. 수영을 잘 하기 위해서는 내 몸이 물길을 타야 한다.
뿐만 아니라 물 안에서 물 밖으로 나오고 들어갈 때 숨을 제대로 쉬어야 한다. 수영을 잘 못하는 사람들은 제
일 먼저 호흡을 배워야 한다. 물에서 호흡이 쉬우면 여유가 생기고 그러면 두려움에서 생겨나는 잡 동작을 하
지 않게 된다. 그리고는 물이 흐르듯 물을 타고 흐르는 자기 몸을 느껴야 한다. 몸이 물을 타게 되면 파도를
타고 나아가는 파도타기처럼 몸에 큰 힘을 주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몸이 나가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러한 경
험들은 위에서 말한 대로 다른 새로운 경험을 할 때 긍정적 전이를 일으킨다.
우리가 매트 운동을 하고 뜀틀을 하고 철봉을 배우는 것은 위에서 말한 것처럼 군더더기들을 없앤 제 길을 찾
는 연습을 하기에 경험을 통해 축적된 충분히 검증된 운동이기 때문이 아닐까!
이야기를 계속 이어 가 보자. 그리고는 시간이 많이 지났다. 서로 다른 아이들이 각자에 맞는 서로 다른 것들
을 즐겨하는 체육시간이 계속 이어졌다. 이렇듯 각자 다른 개성에서 오는 공통된 자신감을 모아 하나로 다시
모으는 체육 시간이 만들어졌다. 모든 아이들이 줄넘기를 하는 것이었다. 줄넘기는 참으로 단순한 운동이면서
도 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는 참으로 어려운 운동이다. 가르치는 사람에게도 어떻게 가르쳐야 할 지 참 고민
스러운 운동일 수 있다. 아무리 이야기를 해 줘도 아이들은 귀로 듣고 머리로 듣기만 할 뿐 몸으로 듣지는 못
하는 경험, 교사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있지 않을까?
운동은 분명 어떠한 이유에서 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러한 어떠한 이유를 잊을 때 그 이유를 더 빨리 얻기도
한다. 모든 아이들이 줄을 넘는 방법이 다른데 그 다른 방법들을 하나하나 돌아보며 해 주기가 쉽지 않았다.
또한 그렇게 하나하나 알려줘도 몸으로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래서 하게 된 것이 줄을 가지고 그냥 노는 것
이었다. 놀이에 줄이 그냥 있을 뿐이었다. 아이들이 줄을 가지고 넘기도 하지만 당기기도 하고 묶기도 하였
다. 줄넘기를 못 하는 아이들은 절대로 줄을 넘으려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슬금슬금 선생님 눈치를 보곤 했
다.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줄넘기를 못한다면 그냥 안 하면 된다 생각까지 했다. 그런데
줄을 가지고 그냥 놀기가 한 달, 두 달 되다 보니 참으로 이상한 현상이 생겨났다. 누가 가르쳐 준 것도 아닌
데 모든 아이들이 절로 줄넘기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가르치지 않았는데 절로 되었다면 교사로서는 힘 안
들이고 가르친 셈이다. 손 안대고 떡 먹은 셈이다. 가르치려고 하면 안 되는 것을 가르치려 하지 않을 때 이루
게 된 것이다. 여기서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을 배웠다. 가르킴은 물건이 있는 곳을 손가락으로 알려주는 것으
로 끝나지만 가르침은 스스로 그것을 자신에게 가져오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그냥 놀더라도 놀이 속 아이들의 모습을 잊지 않아야 한다. 기억할 뿐 아니라 잘 정리를 해야 한다. 그
모습에서 바로 자신감이 터져 나오고 그 모습에서 성취를 얻어?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모습에서 교
사의 피드백이 더 자연스럽게 먹혀 들 수 있다.
이 대목에서 놀이와 운동의 차이점을 한 번 생각해 보자.
놀이는 매일 같은 것이 반복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리고 성취부분에 있어서는 이어짐이 없다. 하
지만 운동은 매일 다른 것이 반복된다 하더라도 성취를 위한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이것이 큰 차이점이다.
놀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날그날의 아이들의 욕구충족이다. 하지만 운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날그날
욕구충족이 이어지지 않더라도 이어짐의 과정을 통해 성장을 얻는 것이다. 한 번에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처럼 몸 움직임도 익숙해져 내 것이 될 때까지 많은 시간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러한 기다림의 시간
을 위해 교사는 아이들의 몸을 기억해 둘 필요가 있는 것이다.
체육학에서는 운동을 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중요한 요소들이 있다고 한다. 한 번쯤은 들어봤을 단어들이다.
민첩성, 순발력, 지구력, 근력 등이 그것이다. 이것을 운동능력이라고도 한다. 잠깐 전문적인 용어 몇 가지를
알아보고 넘어가자.
운동능력이란 일상생활이나 스포츠에서 볼 수 있는 신체동작을 외형적으로 달리기·뛰기·던지기·헤엄치기 등으
로 구분할 때, 동작을 빠르게, 강하게, 정확하게, 오래, 능숙하게 할 수 있는가 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말이다.
이들 운동능력을 규정하는 인자는 근력·민첩성·지구력 등의 체력요소이다. 각 스포츠에 있어서 개개의 기능
(배구의 스파이크, 농구의 드리블·패스 등)은 거기에 필요한 운동능력에 의하여 구성된다.
10∼20세까지의 성장기 남녀의 체력과 운동능력을 분석해 보면, 貧?袖?경우 남자는 10∼17세까지 향상곡선
을 거의 보이고 그 후는 정체상태에 들어간다. 여자는 13∼14세 무렵부터 향상곡선을 보이지 않고 17세부터
는 저하되는 경향을 보인다. 남녀의 차는 12세 무렵부터 나타나기 시작한다. 핸드볼 던지기에서는 남녀 모두 1
7세 무렵이 가장 좋은 성적을 보이지만, 남녀의 차는 크다. 지구력을 요하는 중거리 달리기(남자 1,500m,
여자 1,000m)의 능력은 다른 운동능력과 비교하여 남자와 여자 간에 다른 발달곡선을 볼 수 있다. 남자는
10∼16세에 발달이 촉진되며 그 이후는 저하되는 경향이고, 여자는 연령의 증가에 따라 저하현상을 나타낸다.
여자의 지구력 능력이 연령증가와 함께 저하되는 것은 호흡·순환기능의 발달이 신체 크기의 발달에 따르지 못
하는 데서 오는 것이라고 한다. 이상의 결과로 볼 때 운동능력은 16∼17세 무렵이 최고임을 알 수 있다.
- 민첩성: 놀이와 운동자극에 대하여 재빠르게 반응하거나, 신체의 위치를 재빨리 바꾸거나, 방향전환을 민첩
하게 하는 능력으로, 운동을 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요소가 된다. 신경과 근(筋)의 관계, 근수축의 속도 등 생
리학적 요소가 기초로 되어 있다. 민첩성은 반복횡도(反復橫跳) ·반응시간 ·왕복주(往復走) 등 운동요인의 측
정 등 신경기능의 측정으로써 알 수 있다.
- 순발력: 순간적으로 강한 힘을 발휘하여 달리고, 뛰고, 던지는 능력이다. 근육이 세면서 민첩하게 힘이 적용
되는 능력이며, 다양한 스포츠에서 기초가 되는 능력이다. 체력 요인(體力要因)의 하나이며 파워(power)라
고도 하며, 힘 속도로 나타낸다. 근육이 세고, 거기에 그것을 재빨리 작용시킬 수 있는 능력으로 달리기·뛰기·
던지기 등 스포츠의 기초가 되는 능력은 모두 순발력과 깊은 관계가 있다.
- 지구력: 일정한 작업을 장시간 계속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작업량이나 시간의 길이는 그 작업의 내용에
따라 결정된다. 이 능력에는 육체적인 조건뿐만 아니라 의지력 등 심리적 영향도 크다. 체력의 요인 중 중요
한 것의 하나이며, 자동차에 비유한다면 내용성(耐用性)에 관계되는 냉열(冷熱)이나 윤활계(潤滑系) 기관에
해당된다.
지구력은 전신지구력(general endurance)과 국소적 근지구력(muscular endurance)으로 나눈다. 전자는
일정한 전신운동을 강도(무게나 스피드)를 바꾸지 않고 얼마만큼의 시간(또는 횟수)을 지속할 수 있는가 하는
능력이며, 주로 심장 ·폐 기능을 대표로 하는 내장 여러 기관의 기능 및 근육기능 ·영양상태 ·내분비기능 ·대사
기능 ·신경기능 ·해독 배설 기능 등이 관계한다. 따라서 이들 하나만을 단독으로 측정해서 전신지구력을 정확
하게 평가한다는 것은 곤란하다. 근지구력은 정적(靜的) 근지구력과 동적 근지구력으로 나누며, 각각 상대적
근지구력과 절대적 근지구력으로 구분된다. 정적 근지구력은 일정 중량물을 근육활동에 의해 일정한 상태로
유지하고 그 최대시간을 측정한다. 동적 근지구력은 일정 중량물을 근육활동에 의해 일정방향으로 일정거리
만큼, 일정한 리듬으로 반복하여 이동시키는 능력이며, 그 반복횟수를 측정값으로 한다. 체력테스트의 경우
턱걸이가 그 예이다. 상대적 근지구력이란 개인마다의 최대근력 중 몇 % 인가의 비율로 하중량을 결정하는
경우이고, 절대적 근지구력이란 최대근력의 개인차에 관계없이 일정 부하량을 써서 측정하는 경우이다.
- 근력: 근의 길이를 바꾸지 않고 발휘하는 최대장력으로 나타내는 근육의 힘이다. 어떤 근육이 근의 길이를
바꾸지 않고 발휘하는 최대장력(最大張力)으로 나타내고, 보통 사람의 경우 kg 단위로 표시하며, 근력계(筋
力計)· 배근력계(背筋力計) 등으로 계측한다. 대체로 근육의 횡단면 1㎠당 5∼10kg이다.
다소 재미없는 내용들이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체육을 가르치는 교사라면 운동능력 쯤은 대충이라도 알고 있
어야 한다. 이러한 운동 능력이 아이들의 심리 즉 마음과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재미있는 경험 하나를 말하자면 유아들을 대상으로 체력측정을 한 적이 있었다. 위에서 열거한 민첩성, 순발
력, 지구력과 유연성을 측정하는 것이었는데 아무리 객관적으로 측정하려 해도 유아들을 대상으로 측정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었다. 유아들은 그날의 기분과 친구들의 분위기에 따라 자신감이 들쑥날쑥해서 측정을 해도
객관적이라 하기에는 신빈성이 많이 떨어졌다. 그뿐인가 심지어 허리둘레, 가슴둘레까지 그날의 기분에 따라
1 센치미터 이상 차이 나는 것을 보고 체력측정을 때려치웠다. 유아들의 체력측정은 어른들처럼 정해진 시간
에 정해진 운동을 해서 측정하기 보다는 매일 매일 되풀이되는 놀이와 다양한 운동을 통해 나타나는 특징들을
위의 운동능력에 맞게끔 교사가 푸는 것이 더 맞는 것 같다.
또 한 가지 짚고 넘어갔으면 하는 것이 있다. 몸 선생 생활을 계속 하며 늘 느끼며 늘 고민하는 부분이기도 하
다. 다름이 아니라 남자 아이들과 여자 아이들의 신체발달 차이에서 오는 다른 접근방법이 그것이다. 하지만
유아들은 청소년기에 있는 아이들처럼 변화가 극심하지 않다. 오히려 심리적인 요인이 더 크다고 본다. 여자
아이들이 남자 아이들보다 정신적 성장은 더 빠른 반면 신체적 발달을 바라보는 시각은 무척 더디다. 한마디
로 쉽게 말해 여자 아이들은 남자 아이들보다 운동을 잘 하지 못한다고 여자 아이들 스스로 포기하고 있다는
말이다. 肩??포기는 아이들 스스로 생활 속 체험에서 간혹 알게 되기도 하지만 그 전에 어른들의 비교에 의해
절로 그렇게 생각하게 되는 경우가 더 많다. 이것은 사회적 풍토와도 관계가 있고 남,녀의 사회적 인식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여자 아이들은 더욱 더 운동능력을 키워야 한다. 신체적 발달에 따른 차이
는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심리적 차별에 의한 차이는 반드시 극복해야 할 문제다.
페이지 수가 어느 정도 된 것 같다. 적어도 이 정도 되면 성의 없다 소리는 듣지 않겠지? 마지막으로 한 가지
만 더 이야기할 것이 있다.
예전 풀씨 학교 몸 터 바닥이 마루였을 때 풀씨 학교 아이들은 체육실에서 인-라인 스케이트를 탔다. 통통 튀
는 녀석들에게 바퀴 신발까지 신겨줬으니 녀석들이 어땠는지 말 안 해도 알 것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나는
인- 라인 스케이트를 탈 줄 몰랐다. 하지만 가르쳐야 했고 또 가르치겠다 라고도 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나는
비록 인-라인 스케이트는 타지 못했지만 운동을 두려워하거나 잘 못하는 아이들에게 운동을 잘 하도록 그래
서 자신감이 생기도록 가르치는 법은 알고 있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인-라인 스케이트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선생도 직접 배움에 나섰다. 잘 타는 녀석들은 선생님 앞에서 폼을 내
고 자랑하였다. 못 타는 녀석들은 선생님과 손을 잡고 같이 넘어지고 같이 일어났다. 결과적으로 봤을 때 지
금까지 인-라인 스케이트를 가르친 해 중 처음 가르친 이 때 아이들이 인-라인 스케이트를 가장 잘 탔고 또
재미있어 했다. 배움과 가르침은 공감과 이해에서 비롯되고 또한 가르침은 꼭 선생님만 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면 되는 것이었다. 인-라인 스케이트는 아이들이 선생님을 가르쳤지만 그러한 과정을 통해 아이들이 성
장하는 것을 선생님은 분명히 지켜보고 있었다. 또 하나의 배움이고 가르침인 것이었다.
휴~ 숨 한 번 쉬어 보자!
아무리 재미있고 좋은 이야기도 길면 따분해진다. 그리?오늘 준비된 시간도 길지 않은 시간이라 더 하고 싶어
도 할 수 없다. 아쉽지만 여기서 달봉이의 몸 수업 변천사 이야기를 마치고자 한다.
3. 대충 정리하며
혼자서 떠 든 시간 이후 함께 나눌 이야기를 생각해 보았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이야기가 편하고 좋을 듯하
다. 함께 나눌 이야기는 함께 만들어 보았으면 한다. 더불어 지금까지 이야기 중에서 시비를 걸 대목이나 궁
금한 것이 있다면 함께 풀어보았으면 한다.
지루한 이야기 준비한 사람 성의를 생각해서 나름 열심히 들어주셔서 감사하다.
참고로 지금은 새벽 3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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