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기스포츠단의 위기
명백히 YMCA 아기스포츠단의 전성기는 지났다. 더 이상 아기스포츠단은 YMCA의 제정을 담보하고 어린이 교육을 대표하지 못한다. 현재 유아 교육 기간치고 체육 수업을 하지 않는 곳은 없다. 심지어 태권도장에서까지 스포츠단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있다. 체육 수업의 형태도 아기스포츠단과 결코 다르지 않다. 오히려 학부모들의 구미에 딱딱 맞게 잘도 만들어 선보이고 있다.
그뿐인가! 발도로프 교육이니 신교육이니 해서 좋다는 교육은 죄다 가져다 선을 보이고 있어 아기스포츠단은 절체절명(絶體絶命)의 위기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바우처 제도를 아는가? 쉽게 말해 취학 전 아이를 둔 학부모들에게 교육비를 지원해 주는 대신 쿠폰을 주는 것을 말한다. 학부모가 유아 교육 기간을 선택할 수 있다 해서 좋다했더니만 이도 아기스포츠단과에게는 독과 같은 것이었다. 교육비 지원이 되지 못하는 것 마냥 쿠폰으로 결정할 수 있는 교육 기관에도 끼지 못하는 현실이니 말이다. 그나마 세금감면에서 겨우 해택을 보게 된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 지경이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라고 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지 못하면 결국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현실에 뒤쳐져 결국 좌초(坐礁)되는 꼴을 당하고 만다.
여기에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몇 가지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특히 아기스포츠단 체육 수업에 대한 새로운 모형을 제시해 본다.
2. 고민이 변화를 낳는다.
아기스포츠단 체육 교사들에게 묻고 싶다.
“ 당신의 꿈과 미래가 아기스포츠단에 있는가! ”
먼저 아기스포츠단 안에서 내 비젼(vision)을 만들어야 한다. 꿈꾸는 곳이 다르면 위기가 곧 좌절이 되고 만다. 하지만 꿈이 있는 곳이라면 위기가 곧 기회가 된다. 시절이 시절인 만큼 각오를 비장하게 가지자.
아기스포츠단이 내 꿈이 있는 곳이라면 다시 묻는다.
“ 아기스포츠단 체육 교사인 현재, 당신의 고민은 무엇인가! ”
고민에 충실한 필요가 있다. 고민은 변화를 낳는 황금알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아기스포츠단 체육교사에서 풀씨 학교 교사로 거듭나기 위해 고민에 고민을 더하고 있는 본인의 이야기를 덧붙이고자 한다.
첫 번째 고민, 아기스포츠단 내에서 체육과 영지가 왜 따로 노는가!
너무 직설적인 표현이었다면 일단 고개 숙여 사과한다. 하지만 전혀 수긍이 가지 않는 말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YMCA 아기스포츠단은 “ 영 지 체 균형 잡힌 사람 ”을 인간상으로 하고 있다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교사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과연 교사들은 ‘영’과 ‘지’와 ‘체’가 균형을 이루는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가! 물론 각각의 체육 수업과 영지 수업안에 ‘영지체’가 골고루 포함되어 있겠지만 체육 수업과 영지 수업 또한 서로 영지체로 묶여 있어야 옳지 않은가 하는 말이다.
실제로 같은 교육 목표와 주제 하에 수업 내용을 서로 공유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는 하다. 하지만 사람이 같은 사람인데 쉽게 말해 몸 따로 마음 따로 교육은 정말 우스운 이야기 일 수밖에 없다.
체육과 영지 수업의 연계(連繫)를 넘어 통일을 만드는 고민.
연계는 말 그대로 다리를 놓는다는 것이다. 수업이 연계되기 위해서는 체육교사와 영지교사의 긴밀한 관계가 형성되어야 한다. 같은 연령, 같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두 교사가 체육 교사와 영지 교사라는 이름으로 서로 다른 교육관을 가지고 있다면 서로 다른 교육관을 가진 부모아래 살고 있는 아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엄마 앞에서 다르고 아빠 앞에서 다른 아이는 결국 이중인격을 가질 수밖에 없다. 마치 한 교사가 가르치듯 체육과 영지수업을 이끌어 나간다면 이보다 더 좋은 수업이 있을까!
실제로 광명 YMCA에서는 이러한 실험이 이루어졌다.
몇 년간 체육 수업과 영지 수업을 잇기 위한 교육안 작업이 이루어졌고 교육에 대한 평가과정도 함께 했다. 하지만 영역이 다르고 활동 장소가 다른 만큼 억지스러운 것도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예를 들어 ‘ 봄 ’이 주제일 경우 영지 수업 안에서는 이야기나누기를 포함한 다양한 활동 작업이 이루어지지만 체육 수업에서는 봄을 주제로 한 신체표현 정도에 그칠 수밖에 없다. 물론 절기에 따른 전래놀이로 봄에 하는 공동체 놀이를 할 수도 있고 꽃과 나비, 다양한 곤충의 생활을 매개로 새로운 놀이를 만들 수도 있지만 매번 이러한 과정을 되풀이하는 것은 전혀 새로운 교육안을 만드는 작업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어찌 보면 영지 수업에 체육 수업을 맞춰가는 것으로 체육수업 일변도였던 지금까지의 아기스포츠단과는 전혀 다른 방식이어서 체육 교사들의 반발을 살 수도 있는 문제이기도 하였다.
여기서 배운 것은 연계란 서로 주고받음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교육안 실험에 이어 이루어진 것은 영지 교사의 체육 교사화, 체육 교사의 영지 교사화였다. 당시만 해도 유아 교사는 유아 교육을 전공하고 체육 교사는 체육 교육을 전공한 전공자여만 했기에 이러한 과정은 교사들에게 참으로 말도 안 되는 실험으로 비춰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은 체육 수업과 영지 수업에 다양성을 제시해 주었다. 체육 교사가 피아노나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가르치고 아이들과 손 유희를 하고 가위로 색종이를 자르며 보다 작은 활동을 체육 수업에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영지실에서만 존재하던 가위나 풀이 체육실에서 체육활동으로도 활용이 되고 의자에 앉아서 또는 서서만 지도하던 영지교사도 작은 영지실에서 보다 큰 율동과 움직임으로 아이들과 생활하게 된 것이다. 그러다보니 한 교사가 초등학교 교사들처럼 체육과 영지를 가르치는 것도 시도해 보게 되었는데 사실상 이것은 정말 어려운 과제였을 뿐 아니라 체육 교사와 영지 교사 두 교사가 한 반을 가르치며 두 교사에 의해 보다 객관적으로 아이들을 바라보는 아기스포츠단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는 또 다른 오류를 범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과정은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보완해야 한다는 것을 몸소 깨닫는 시간이 되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새로운 실험 과제도 아니고 과제에 대한 성과도 아니다. 아기스포츠단을 하나로 만들어 가려는 시도 자체가 중요하고 아이를 중심에 둔 교사들의 관계 형성이 서로 긴밀해지는 과정 그 자체가 소중한 것이었다.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모이면 그 사람이 체육 교사든 영지 교사든 변화의 원동력이 되며 변화를 함께 이루어 가는 교사들은 아기스포츠단의 자신감과 힘이 되는 것이다.
서로의 장점을 살려주고 서로의 단점을 보완해 주는 교사 관계만큼 더 좋은 관계는 없다.
이것이 광명 YMCA 풀씨 학교에서는 교사회가 만들어지는 단초가 되기도 하였다.
두 번째 고민, 체육 수업 이대로 좋은가!
1. 체육에 대한 고민이 아기스포츠단의 변화로
체육 수업이 중심이었던 아기스포츠단안에서 체육 수업에 대한 고민은 아기스포츠단에 새로운 변화를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였다. 가장 먼저 시도한 것이 공개수업과 야외수업에 대한 새로운 시도였다. 체육 공개 수업은 학부모들이 아기스포츠단 재원을 결정할 만큼 중요한 수업이었기에 중요한 만큼 잘 해야 해서 아이들을 계속 되풀이 연습시키는 과정이 수업 안에서 이루어졌는데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자신감을 가지고 용기를 얻는 어린이들도 있었지만 어린이 개개인의 특성을 잘 살려주지는 못해 나름의 고민거리가 되었었다. 특히 뜀틀은 잘 하는데 평균대는 못하는 아이에게 다양한 경험을 위해 뜀틀도 평균대도 가르치는 것보다는 뜀틀을 통해 자신감을 형성한 후 평균대를 할 때 이러한 자신감이 보탬이 될 수 있도록 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공개 수업 초기에는 서로 다른 기구운동 등을 아이들이 선택해서 할 수 있도록 다양하게 준비하기도 하였는데 이러한 과정에서 교사에게 다시 고민거리가 생겼는데 이러한 고민거리를 던져 준 것은 다름 아닌 아이들의 부모들이었다. 그 고민거리는 공개수업에서 모든 아이들이 하나같이 똑같은 모습으로 서로 다른 자신감을 보여준다 하여도 부모들은 내 아이만을 바라본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교사와 부모의 가장 큰 차이점이기에 이 차이점을 줄여 나가는 것이 아이들 교육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임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래서 공개수업을 참여수업으로 바꿔 나가고 교사와 아이들만의 수업이었던 야외수업에 엄마들의 참여를 독려해 ‘ 엄마 선생님 제도 ’를 만들게 되었다. 이것은 교사들에게 있어서는 참으로 부담스러운 변화일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그만큼 학부모들에게 수업 과정을 더 많이 공개해야 하고 수업을 포함한 생활모습까지 내보여야 하기 때문이었다.
(따지고 보면 우리가 말하는 공개수업은 준비하고 연습한 것을 보여 주기에 유치원에서 하는 재롱잔치와 비슷한 점이 많지 않은가! 실제 생활 모습을 포함한 아이들의 성장 과정을 부모들이 직접 체험해 보고 함께 해 나가는 참여수업과 야외 수업 엄마 선생님 과정은 엄마들에게 내 아이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고 보다 넓고 큰 안목을 가질 수 있는 부모교육 시간이 된다. 그리고 선생님에게는 연습이 아닌 생활 속의 공개수업을 준비하는 살아있는 공개 수업 과정이 되어 교육 과정 전체를 준비하는 치밀함을 가지도록 해 준다.)
여기서 깨닫게 된 중요한 점 한 가지가 바로,
‘교사와 함께 만들어 가는 부모 교육에 대한 절대적 필요성’ 이다.
이렇듯 체육 수업에 대한 고민은 아기스포츠단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왔고 이러한 새로운 변화는 학부모를 교육에 선택권을 가진 사람이 아닌 교육을 함께 만들어 가는 사람으로 교육의 주체로 세우는 과정이 되었다.
실제 예)
부모가 참여하는 수업 과정과 부모 교육- 엄마 선생님 교육, 아버지 학교
수업과 연계되는 부모 교육- 아빠 도시락 편지, 공사, 엄마 도시락 편지 등
※ 교육비 보조나 바우처 제도는 가정의 재정적 부담 없이 유아 아이들의 교육을 부모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해 주지만 YMCA 아기스포츠단은 부모가 선택할 수 있는 교육기관 중 교육비 보조나 바우처 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교육기간으로 치부되는 것을 넘어 부모를 교육의 주체로 세우는 역할을 하는, 다른 유아 교육 기관에서는 할 수 없는 YMCA만의 교육관을 지켜 나가는 곳으로 교육비 보조나 바우처 제도를 넘어 부모 스스로 교육의 주체로 선택하는 교육기관으로 거듭 태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2. 체육 수업에 대한 구체적 고민.
2009년 현재 YMCA 전국 연맹을 통해 아기스포츠단의 교육 내용들이 하나 씩 정리되어 책으로 출판되고 있다. 공동체 놀이는 벌써 출판된 내용 중 하나이고 명상과 기구운동, 튼튼놀이는 출판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안다.
하지만 나는 여기서 현재 하고 있는 것들에 대한 정리를 떠나 현재 하고 있는 것들을 YMCA에 맞게 더욱 변화시켜 나가는 것에 고민을 던진다.
특히 체육 수업에 대한 변화에 집중한다.
체육 내용은 크게 기구운동, 공동체 놀이, 튼튼 놀이(신체적성) 등으로 나누는데 이러한 구분에 대해 고민해 본 적이 있는가! 이러한 내용 구분이 오히려 수업의 흐름을 딱딱하게 하거나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 아이들을 자주 통제해야만 한다는 것에 회의를 느낀 적은 없는가! 체육 수업은 마음껏 자유로워서는 안 되는가!
어찌 보면 현재 YMCA 아기스포츠단 안에서 이러한 고민이 성급한 고민일지도 모르겠지만 이미 고민을 하고 있는 체육 교사로서 고민을 먼저 던져 본다.
새로운 수업에 대한 도전으로 음악과 소리가 있는 체육 수업에 대한 실험은 이후 시간에 아기스포츠단 교사들과 함께 해 보도록 하겠다.
그리고 고민에 고민을 더하는 시간을 함께 가져보도록 하겠다.
아기스포츠단 연수를 통해 해결점이 아닌 고민을 하나 더 가져가더라도
이러한 고민이 자체 아기스포츠단 내에서 살아있는 고민으로 태어나 현재의 어려움을 해결해 보려는 용기와 자신감으로 거듭나기를 기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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