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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을 한결같이, 몸 놀이 선생님 이야기

아빠가 되고 싶은 선생님과 아빠를 찾는 아이들

아빠가 되고 싶은 선생님과

아빠를 찾는 아이들

 

달봉샘은 요즘 부쩍 아빠가 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마흔 둘이라는 나이도 이제 붙잡을 수 없는 나이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그 마음을 알아서인지 언제부터인가 여섯 살 아이들이 달봉샘을 아빠라고 부릅니다.

풀씨에서 들려오는 아빠소리에 뒤를 돌아보게 된 것도 다 이 녀석들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싫지 않습니다. 들으면 들을수록 가슴이 따뜻해집니다.

이 좋은 소리를 매일 듣는 풀씨 아빠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시샘도 납니다.

하지만 풀씨에서만큼은 달봉샘이 아빠 소리를 들을 수 있으니 이 또한 행복한 일입니다.

아이들이 몸 놀이를 기다리고 몸 놀이 시간마다 환호하는 것도 참 기쁜 일입니다.

몸 놀이 시간이 된 아이들이 몸 터에 들어서는 표정은 몸 터에서 나가야 하는 아이들의 표정과 사뭇 대조적입니다. 개선장군이 된 듯한 표정과 몸짓은 몸 놀이 선생님의 어깨마저 으쓱하게 해 줍니다.

일주일에 두 번 한 시간 남짓 찾아오는 그 시간을 아이들은 왜 기다리고 행복해할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아이들이 느끼는 만큼은 정말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그 행복을 몸 놀이 선생님도 느낄 수 있고 그 느낌이 몸 놀이 선생님도 행복하게 해 줍니다.

몸 놀이 시간에 몸 놀이 선생님을 안타깝게 하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너무나 재미있어서 깔깔 웃으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다가 친구랑 부딪혀 우는 녀석 또는 친구랑 자리다툼을 하느라 실랑이를 벌이다 서로 한 번씩 쥐어박고 서로 얼굴 쳐다보며 펑펑 우는 녀석들 그리고 괜스레 오늘은 심통이 나서 몸 놀이를 하고 싶지 않은 녀석 등 심통 방통 울음통까지 단 녀석들이 나타나면 만사 재껴 놓고 그 녀석부터 안아 보고 싶지만 다른 녀석들도 있는 탓에 그런 녀석들은 몸 놀이 시간에 함께하는 담임선생님 몫이 됩니다.

즐겁고 행복한 것을 함께 하는 것처럼 슬프고 아픈 것도 함께 하고 싶은데 짧은 몸 놀이 시간에 이것마저 함께 하기는 쉽지 않은 까닭입니다.

순간 시간이 딱 멈춰지면 얼마나 좋을까 말로 안 되는 상상을 하다 말 뿐입니다.

그래도 이런 안타까운 시간을 감내할 수 있는 것은 몸 놀이 시간이 아닐 때의 시간이 있기 때문입니다. 몸 놀이 시간이 아닐 때 몸 놀이 선생님은 누구보다 자유로운 선생님이 됩니다. 복도를 지나며 책을 보는 녀석들에게 슬쩍 장난을 걸 수도 있고 화장실에서 손을 씻거나 양치하는 녀석들과 한참 너스레를 떨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은 점은 나이, 반 상관없이 모든 아이들에게 관심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만다라를 그린 종이를 접어 편지라고 건네주기도 하고 그림을 그리다 몸 놀이 선생님 것까지 그려 가져다주는 녀석도 있습니다.

일곱 살 아이들은 제법 쓴 글씨와 그림을 섞어 멋진 그림 편지를 가져다줍니다.

집에서 잠 잘 시간에 눈 비벼가며 쓴 편지를 받을 때면 감동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뿐만 아닙니다. 간식을 만들 때면 모든 반 아이들이 잊지 않고 꼬박 꼬박 챙겨줍니다. 도시락을 싼 날에는 아이들이 가져다 준 가지가지 음식이 식판에 가득해집니다. 행복에 겨울 수밖에 없는 선생님입니다.

아이들이 쓴 편지에 일일이 답장을 하다 하다못해 아이들에게 사정을 한 적도 있습니다. 편지를 쓴 모든 아이들에게 답장을 하기에는 하루에 받는 편지가 너무 많아 사정상 답장은 일곱 살 큰 형, 큰 언니들에게만 하겠다고 다섯 살, 여섯 살 친구들은 답장을 못 해 줘도 이해해달라고 말이지요.

하지만 결국 그 부탁도 스스로 무너뜨리고 말았습니다.

답장을 해 주지 않아도 매일 매일 편지를 만들어 오는 다섯 살, 여섯 살 녀석들의 표정을 보고 고맙다는 말만 전하기가 너무 행복하고 미안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세상에 이만한 행복이 또 어디 있을까요?

세상에 이만한 행복을 매일 받는 아빠가 또 어디에 있을까요?

 

아빠가 되고 싶은 선생님을 매일 아빠로 만들어 주는 아이들이 참 고맙습니다.

매일 함께 할 수 없는 아빠의 역할을 대신 할 수 있어 침 고맙고 행복합니다.

덕분에 아이들도 행복하고 달봉샘도 행복합니다.

아마도 이렇듯 언제나 마음이 닿아 있기에

몸과 몸이 만나는 몸 놀이가 자연스럽게 기다려지고 행복한 것일 것입니다.

 

풀씨 학교에는

아빠가 되고 싶은 선생님과

아빠를 찾는 아이들이 함께 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