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라인 스케이트와 배움
다음 주면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고 있을 아이들을 생각합니다.
신발을 신은 듯 자연스럽게 잘 타는 아이들도 있고 처음 걸음마를 배울 때처럼 넘어질까 엉금엉금 기어가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처음 타는 아이들은 두려움이 많고 잘 타는 아이들은 재미가 많습니다. 인-라인을 배운다는 것은 두려움을 재미로 만드는 과정입니다. 바퀴 신발을 신고도 자유롭게 중심을 잡고 걷고 달리고 방향 전환을 할 수 있게 되려면 반드시 필요한 과정입니다. 하지 못하던 것을 하게 되었을 때 얻게 되는 성취감과 자신감을 위해 이러한 배움의 과정은 꼭 필요합니다.
모든 운동은 반복하는 움직임을 통해 자연스러움을 터득하게 됩니다. 이렇게 보면 참으로 쉽고 단순한 과정입니다. 하지만 얼마만큼 반복하느냐와 어떤 마음가짐으로 반복 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천차만별입니다.
수영을 배우는 것을 예로, 배움의 시기에 대해 생각해 볼까요?
유아시기에 수영을 배우는 것은 어른이 되어 배우는 것보다 어떻게 보면 더 쉽고 어떻게 보면 더 어렵습니다. 아기가 태어나기 전에는 엄마의 양수 속에서 살았으므로 태어난 지 상대적으로 오랜 시간이 지난 어른보다는 아이들이 물과 더 친숙해서 물과의 친밀감에서는 더 쉽다고 할 수 있고, 팔과 다리를 함께 젓고 물 안과 밖을 오가며 숨을 자연스럽게 쉬는 방법을 적용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상대적으로 아이보다 이해의 범위가 넓은 어른이 더 쉽다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아이나 어른 개개인의 눈에 보이지 마음가짐은 고려하지 않았을 때의 생각입니다.
어른이나 아이나 할 것 없이 배움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입니다. 어떤 마음으로 배우느냐에 따라 아이도 어른보다 나을 수 있고 어른도 아이보다 못할 수 있습니다.
배우지 않은 것을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이 당연한 것도 배움의 시기가 서로 다른 아이들을 함께 가르칠 때에는 조심스럽게 생각해야 합니다. 상대적인 비교가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시기에는 잘 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못하는 아이에게 위축감을 안겨주어 배움의 시도조차 하지 않게도 만들기 때문입니다.
가능성이라는 면에 있어서 아이들은 씨앗과 같습니다. 씨앗 안에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함축되어 있습니다. 감 씨 안에는 이미 감나무가 들어있습니다. 이것을 세상에 잘 펼쳐 내기 위해서는 넉넉한 햇살과 물, 바람, 공기 등이 필요합니다. 마찬가지로 인-라인을 처음 배우는 아이들도 이미 인-라인을 잘 탈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을 아이 스스로 잘 꺼낼 수 있도록 햇살과 물, 바람, 공기 역할을 어떻게 하느냐가 필요합니다.
두려움을 재미로 바꾸기 위해서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야합니다. 자신감은 성취감을 통해 생겨나고 성취감은 작은 변화에서도 충분히 가질 수 있습니다. 인-라인 스케이트를 배우는 시간에 ‘스케이트를 혼자서 충분히 신을 수 있다‘ 라는 성취감을 얻는 것은 인-라인 스케이트를 잘 탈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는 것이라 고도 할 수 있습니다. 보호 장구를 잘 챙기고 보호 장구를 스스로 착용할 수 있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작은 것에 대한 성취감이 반복될수록 자신감은 더욱 커져가고 결국에는 더 큰 성취감과 자신감을 가질 수 있습니다.
풀씨 아이들은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혼자서 하려고 노력합니다. 또한 선생님들도 어린이들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격려를 아끼지 않습니다. 물론 아이들이 스스로 하게 되면 어설프고 시간도 많이 걸리지만 이러한 과정은 성취감을 얻고 자신감을 가지는데 반드시 필요한 과정입니다. 인-라인 스케이트를 신고 벗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은 이미 반은 배운 셈입니다. 그리고 엉금엉금 걷기 시작하면서 걸음을 옮길 때마다 성취감과 자신감은 더해집니다. 일곱 살 어린이들 중에는 초등학생 언니들처럼 잘 타는 아이도 있고 다섯 살 아이들 중에는 인-라인에 대한 두려움으로 수업마저도 거부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이 아이들의 차이는 종이 한 장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인-라인 스케이트에 대한 두려움은 작은 것이지만 이것을 거부하는 이유를 잘 짚어주지 않으면 이후 이러한 거부감은 다른 활동에 있어서도 영향을 미치게 되고 그 두려움은 점점 깊이를 더해가게 됩니다. 또한 인-라인 스케이트를 잘 타는 아이의 경우에도 잘 타는 것을 뽐내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못 타는 친구를 진심으로 도와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무엇을 잘 한다는 것은 자연스런 기술 습득에만 그치지 않고 그것을 계속 넓혀나가는 것입니다. 만약 초등학생처럼 잘 타는 아이와 인-라인 스케이트에 대한 두려움으로 수업마저 거부하는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둘 경우 인-라인 스케이트로부터 출발한 성취감과 자신감이 이후 어린이들 삶에 미칠 영향은 점점 그 간격을 넓혀갈 것이며 결국 어마어마한 성취감과 자신감의 차이를 가져다 줄 것입니다.
다음 주부터 풀씨 아이들은 인-라인 스케이트를 탈 것입니다. 제 몸의 반이 넘는 스케이트 가방을 들고 오가며 스케이트를 신고 벗는 과정을 되풀이 할 것입니다. 스케이트를 신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 술래잡기, 숨바꼭질, 보물찾기 놀이도 할 것이고 동대문 놀이, 어부놀이, 피구, 하키 경기도 할 것입니다. 스케이트를 배우기 위해 무엇을 하느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무엇을 함에 있어 어떠한 목적을 가지고 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지 못한다고 해서 큰 결함이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것을 통해 큰 장점을 만들 수 있습니다.
풀씨 아이들이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고 작은 성취감에도 격려를 아끼지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 작은 두려움이라도 잘 대처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고 그것을 극복하였을 때 아낌없는 격려를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이 작은 도전이 아이들의 인생에 커다란 전환점이 될 수도 있음을 마음에 간직하면서 말이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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