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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을 한결같이, 몸 놀이 선생님 이야기

선생님들도 해마다 선택합니다.

선생님들도 해마다 풀씨를 선택합니다.

달봉샘

 

젊은 남, 녀가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갖고 그 아이가 자라 유치원에 갈 나이가 되면 부모들은 아이가 다닐 유치원을 알아봅니다.

풀씨 학교를 선택한 부모님들은 풀씨 학교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의 표정을 보고 또는 풀씨 학교의 흙과 나무, 언덕과 운동장에 핀 키 작은 들꽃을 보고 풀씨 학교를 선택합니다. 또는 풀씨에서 아이들과 선생님이 함께 하는 생활과 그 생활의 모습을 보고 풀씨 학교를 선택합니다. 또는 또 다른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풀씨 학교에 처음 온 아이들은 아이들의 눈에 비친 몸 터와 이층이 있는 교실 그리고 자유로운 놀이터를 보고 또는 매일 YMCA 버스를 타고 풀씨에 가는 언니, 오빠, , 누나를 보고 풀씨 학교를 선택합니다. 또는 또 다른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또 하나의 더 선택이 있습니다. 풀씨 선생님들도 해마다 풀씨를 선택합니다.

풀씨를 선택한 선생님들은 풀씨의 자유로운 생활과 자연과 더불어 사는 교육을 보고 또는 아이들이 좋아서 자유로운 아이들과 함께 하고 싶어서 풀씨를 선택합니다. 또는 선생님들도 또 다른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선택이라는 것은 자유의지입니다. 부모의 의지이건 아이의 의지이건 선생님의 의지이건 모두 자유의지입니다. 하지만 자유의지 없이 이루어지는 선택도 있습니다. 부모가 아이를 선택해서(이 아이 저 아이 중 골라서) 낳지 않고 아이도 부모를 선택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 자유의지가 아닌 자연의 순리로 이루어진 선택을 우리는 가족이라고 합니다. 물론 요즘에는 이러한 자연적인 선택마저도 자유의지라는 이름으로 쪼개고 나누는 아픔도 생겨나고 있지만 여기에서 굳이 이것까지 이야기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자연스런 선택에 의해 이루어진 가족과 풀씨학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제게 풀씨 학교는 가족과 같습니다.

물론 풀씨학교는 자유의지에 따라 언제든 선택하고 선택하지 않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하지만 그러기에는 풀씨 학교와 제 삶이 참으로 많이 닮아 있습니다. 삶의 기쁨과 행복 그리고 슬픔과 아픔이 함께 어우러져 있습니다. 제게 있어 풀씨 학교는 삶 터 그 자체입니다.

풀씨 학교가 삶터임을 알게 되었을 때 비로소 교육도 이와 같아야 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해마다 성장합니다. 몸과 마음이 자라고 생각과 생활도 자랍니다. 이러한 성장은 단순히 기능을 익히는 배움의 수준을 넘어 생활을 통해 삶을 배워가는 과정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풀씨 선생님들 또한 풀씨 학교가 생계를 위한 직장이라는 개념을 넘어 교사 개인의 삶터가 됩니다.

아이들과 함께 한다는 것은 삶을 나누는 과정입니다. 풀씨 학교의 생활은 배우고 익힌 것을 다시금 배우고 가르치는 생활이 아니라 교사 개개인의 삶의 과정을 아이들의 성장의 과정과 함께 하는 것입니다. 일반 유치원 선생님이나 학교 선생님보다 자기 삶을 반추하는 시간이 많고 교사 공동체 안에서 그것을 돌아보고 나누는 과정을 계속 되풀이 합니다. 단순히 아이들의 한 해를 맡은 기간 제 보모나 학습지 교사의 역할이 아닌 것입니다.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러므로 풀씨 학교를 선택하는 교사의 선택은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해마다 교사도 성장하고 있습니다.

한 해 동안 아이들과 함께 배우고 나누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알고 있는 무엇, 예를 들면 한글과 같은 문자나 수의 개념을 알려주는 것은 더욱 쉽습니다. 반복학습으로 익히지 못하는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한 해를 넘어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함께 바라보고 지켜주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교사나 부모의 삶의 모습이 아이들에게 그대로 투영되기 때문입니다.

풀씨 학교를 선택함에 있어 경험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선택하는 것이라는 것을 풀씨 선생님들을 보고 느껴보셨으면 합니다. 풀씨 선생님들이 해마다 풀씨를 선택하며 자신의 삶의 과정 속에서 아이들과 함께 하는 진실한 모습을 지켜보셨으면 합니다. 아이들에게도 부모님들에게도 풀씨 학교는 경험이 아니라 삶의 선택이라는 것을 느껴보셨으면 합니다.

풀씨 선생님들도 해마다 풀씨 학교를 선택합니다.

풀씨 선생님 중 한 명인 저는 그러한 선택을 열다섯 번 해 왔고 또 한 번의 성장을 이제는 망설임 없이 할 것입니다.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계속 지켜볼 것이고 그 과정을 언제나 함께 할 것입니다. 풀씨 학교에는 늘 다섯 살, 여섯 살, 일곱 살 아이들이 생활하고 있지만 풀씨 학교를 가슴에 담고 살아가는 아이들은 풀씨 학교 너머에서 계속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성장의 모습에 풀씨 학교 선생님들은 늘 함께 할 것입니다. 그것을 믿고 그러한 믿음 안에서 풀씨 학교를 지켜봐 주세요. 이것이 풀씨 학교의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