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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을 한결같이, 몸 놀이 선생님 이야기

어깨동무에서 징검다리로

 

다섯 살, 여섯 살, 일곱 살 아이들과 1박 2일 캠프를 갔다 왔습니다.

스무 살이 넘은 아이들을 선생님으로 데리고 갔다 왔습니다.

다섯 살, 여섯 살, 일곱 살 아이들은 지금 현재 만나고 있는 제자들이고

스무 살 넘은 아이들은 15년 전 일곱 살이었던 달봉샘 반 아이들입니다.

 

보통 때는 대학생 자원봉사자 선생님을 모집해서 하는데 이번에는 신청자가 한 명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오래 전 졸업생 아이들을 떠올렸습니다.

달봉샘이 지금은 안양에서 몸 놀이 선생님만 하고 있지만

예전 광명에 있을 때는 10년 넘게 일곱 살 담임 선생님도 함께 했었습니다.

그리고 이 아이들과의 만남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 졸업생 캠프를 매년 두 차례씩 꼬박꼬박 했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이 아이들이 초등학생이 되고 중학생, 고등학생이 되는 것도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졸업생 캠프에 갈 수 없을 만큼 훌쩍 커버린 아이들과는 가끔씩 만나 연극도 보러 가고 놀이동산도 같이 가곤 했습니다.

이렇게 아이들과 계속 이어진 인연들이 벌써 15년이 넘은 것입니다.

 

달봉샘 핸드폰에는 전화 번호만 무려 1500개가 넘습니다.

그 중에 절 반이 아이들 연락처입니다.

이제는 초등학교 3학년만 넘어가면 자기 핸드폰이 생기는 시대라 아이들과 바로 통화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아이들은 선생님이 보기에는 일곱 살 때나 스무 살이 넘은 지금이나 변한 게 없었습니다.

아이들이 그때나 지금이나 선생님이 변함이 없다고 하는 것처럼.

그렇게 해서 여섯 명의 큰 아이들을 자원봉사자 선생님으로 데려가게 되었습니다.

 

어깨동무 캠프가 시작되었습니다.

점심을 먹고 아이들과의 물 놀이가 시작되었습니다.

달봉샘은 늘 그랬던 것처럼 작은 아이들과 신나게 놀았습니다.

무척이나 무더운 날이었지만 물 속에서 다섯 시간을 놀았습니다.

큰 아이들이 작은 아이들과 신나게 노는 모양도 지켜 보았습니다.

오래 전 젊은 시절의 달봉샘이 놀아줬던 것처럼 큰 아이들도 그렇게 놀았습니다.

마당에서는 축구를 하고

모래가 있는 곳에서는 아이들과 퍼질러 앉아 모래 놀이를 하고

방에서나 밖에서나 장소를 가리지 않고 쉼없이 그렇게 놀았습니다.

 

왼쪽부터,

첫 번째  큰 아이는 준영이입니다. 아이들에게는 악어 선생님으로 불렸습니다.

군대 갈 날이 일 주일밖에 남지 않았는데도 주저없이 캠프에 같이 와 주었습니다.

일곱 살 때는 가장 많이 먹고 잘 먹던 녀석이라 제 1 대 밥통이라 불리기도 했습니다.

두 번 째 선생님은 유일하게 자원봉사를 신청해서 온 선생님입니다. 아이들에게는 하루 선생님으로 불렸습니다.

 항공과 졸업생이라고 하는데 작은 아이들 봉사 활동을 많이 해서 유아교육과 졸업생 같았습니다.

세 번 째 큰 아이는 재엽이입니다. 아이들에게는 나무 선생님으로 불렸습니다.

캠프에서 가장 힘들었던 일이 남자 아이들 샤워 시켜주는 일이었는데

여섯 살 아이들을 일일이 한 명씩 모두 샤워를 시켜 주었습니다.

재엽이는 여섯 살, 일곱 살 때도 무엇이든 꿋꿋하게 잘 하던 아이였습니다.

네 번째 큰 아이는 라빈이입니다. 아이들에게는 라면 선생님으로 불렸습니다

어렸을 때는 엄마가 하루가 멀다 하고 머리 염색을 해 줘서 매일 매일 녀석 머리 색깔 변하는 재미가 쏠쏠했었습니다.

장난꾸러기가 듬직해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입니다.

다섯 번 째 큰 아이는 다연이입니다. 아이들에게는 딸기 선생님으로 불렸습니다.

다연이는 일곱 살 때도 말 잘 하고 똑 부러지는 마음 넓은 아이였는데 캠프 동안에도 아이들을 마음으로 많이 품어 주었습니다.

여섯 번 째 큰 아이는 채윤이입니다. 아이들에게는 바다 선생님으로 불렸습니다.

채윤이는 일곱 살 졸업 후에 쭉 대안 학교를 다녀서 아이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살피고 다양하게 놀아주었습니다.

일곱 번 째 큰 아이는 창근이입니다. 아이들에게는 당근 선생님으로 불렸습니다.

창근이는 운동을 참 잘 하고 즐기던 녀석이라 중학교 때까지 축구 선수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과도 원없이 축구를 해 주었습니다.

                                                       창근이도 밥을 참 잘 먹어서 2대 밥통이라 불렸던 녀석입니다.

수영장에서 밧줄로 물고기 끌어주기 놀이를 합니다.

바퀴달린 수레에 끈을 달아 물 자동차 끌기 놀이도 합니다.

학의천에서 타던 배도 가지고 왔습니다.

수영장에서 원없이 타고 놀았습니다.

물 수레 타기도 합니다.

악어 선생님인 준영이도 달봉샘이 하는 모양을 그대로 따라 합니다.

아이들이 배 타기 삼매경에 빠졌습니다.

줄줄이 사탕처럼 이어져 가는 기차 물 놀이입니다.

나무 선생님 재엽이는 자두를 따 줍니다.

딸기 선생님인 다연이도 옆에서 돕습니다.

바다 선생님인 채윤이는 방에서도 신나게 놉니다.

이불 놀이... 역시 달봉샘의 제자답습니다.

여섯 살 아이들과 꾸밈없는 바다 선생님 채윤이.

불 놀이 시간이 시작되었습니다.

큰 아이도 작은 아이도 함께 체조합니다.

큰 아이들도 일곱 살 때 배웠던 체조라는 것, 큰 아이들이 알았을까요??

당근 선생님 창근이는 축구 선수 출신답게 아이들과 축구를 합니다.

바다 선생님 채윤이가 다섯 살 아이들과 목공소에서 함께 합니다.

딸기 선생님 다연이도 목공소에 함께 합니다.

일곱 살 서율이와 태희의 예쁜 모습.

서율이와 태희가 자라나는 모습도 지켜볼 수 있게 되겠지요??

큰 아이들이나 작은 아이들이나 달봉샘에게는 하나같이 사랑스런 제자들입니다.

딸기 선생님 다연이가 아이들에게 기꺼이 옷을 헌사합니다.

큰 아이 라빈이는 여섯 살 아이들과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 중일까요??

 

12일 캠프의 이름이 어깨동무 캠프였지만 이번 캠프는 어깨동무 캠프를 넘어 징검다리 캠프가 되었습니다

비록 같은 YMCA 아기스포츠단은 아니지만 아기스포츠단 선배들이 후배들을 만나는 징검다리 캠프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달봉샘에게는 제자들이 제자들을 선생님으로 만나는 시간이었습니다.

이 글을 쓰는 이유도 지금 만나고 있는 다섯 살, 여섯 살, 일곱 살 아이들이

초등학생이 되고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고 성인이 되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제가 작은 아이들의 선생님을 하는 이유이고 이것이 진정한 스승의 모습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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