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 세상보다 백 배 나은 아이들 세상 이야기.
수료 사진을 찍느라고 분주한 날에
여섯 살 새싹 반과 다섯 반 뿌리 반의
다른 연령 통합 몸 놀이를 하였습니다.
여섯 살 아이들과 먼저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담임 선생님께 부탁해서 여섯 살 새싹 반 아이들이 몸 놀이실에 먼저 내려왔습니다.
" 오늘 뿌리 반 동생들이랑 몸 놀이할건데 어떤 몸 놀이를 했으면 좋겠어?? "
" 귀신 체조 하면 좋겠어."
" 썰매타면 좋겠어. "
" 좋아. 그럼 썰매도 타고 귀신 체조도 하자. 그런데 동생들이랑 어떻게 썰매를 타지? "
" 우리들이 끌어주면 되잖아. "
" 우와~ 그거 좋은 방법이다. 그럼 동생이랑 한 명씩 짝을 하면 되겠다. 그런데 여섯 살들은 어떻게 썰매를 타지? 동생들은 힘이 약한데. "
" 동생들은 두 명이 끌면 되겠다~^^ "
이때 유준이가 나와서 살짝 귀속말을 합니다.
" 달봉샘. 좋은 생각이 있어. 동생들이 짝을 고르라고 하는 게 좋겠어. "
" 그래. 그것도 좋은 생각이다. 얘들아. 유준이가 동생들이 짝을 고르라고 하는 게 좋겠데. "
이렇게 새싹 반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뿌리 반 동생들이 내려오기를 기다렸습니다.
계단을 내려 오고 있는 뿌리 반 동생들이 보이기 시작하자 여섯 살 새싹 반 아이들이 다시 모여 앉았습니다.
" 오늘은 여섯 살 새싹 반 언니, 오빠들과 뿌리 반 동생들이 같이 몸 놀이를 할 거 에요. 언니, 오빠들이 썰매를 태워 주겠데. 재미있겠지? 썰매를 타려면 두 명씩 짝을 만들면 되는데 여섯 살 형아가 좋은 생각을 말해 줬어요. 다섯 살 동생이 짝을 고르는 게 좋겠다고 했어요. 그러니까 다섯 살 동생들은 같이 하고 싶은 언니, 오빠 손을 잡아 주세요. "
다섯 살 동생들이 여섯 살 언니, 오빠들의 손을 잡으러 갑니다. 그런데 한 쪽에서 여섯 살 여자 아이들 셋이 다섯 살 다혜 손을 잡고 싶어서 서로 실랑이를 벌입니다.
뾰로뚱해진 여섯 살 연재가 말합니다.
" 나는 몸 놀이 안 할 거야. 재미 있어도 안 할 거야. "
" 재미있어도 안하다니 정말 슬픈 일이다. "
실랑이를 벌이던 여섯 살 여자 아이들이 다섯 살 다혜에게 선택권을 줍니다. 다혜는 여섯 살 승아 손을 잡습니다. 여섯 살 연재는 실망한 듯 하더니 다혜가 승아 손을 잡는 것을 보고 이내 다른 동생 손을 잡아 버립니다.
다섯 살 남자 아이 중에도 형들 손을 잡지 않고 있는 아이가 있습니다. 다섯 살 라오입니다.
" 난 형아 손 안 잡을 거야. "
그 모습을 보고 저만치 떨어져 있던 여섯 살 건호가 라오에게 손을 내밉니다. 그 순간 라오는 언제 그랬냐는 듯 건호 형 손을 잡고 갑니다.
이제 짝이 없는 아이들은 딱 두 명. 다섯 살 소은이와 여섯 살 태희입니다. 태희는 몸 놀이에 별 흥미가 없는지 별 반응이 없는데 소은이 눈망울이 붉어지기 시작합니다.
" 슬퍼질려고 그래. "
" 태희야. 소은이가 슬퍼질려고 그런데~ "
이 말에 소은이를 한참 쳐다 보던 태희가 소은이에게 쓱 손을 내밉니다. 소은이는 태희 손을 살짝 잡습니다. 소은이의 표정이 태희의 마음을 움직여 준 것 같습니다.
이로써 짝이 다 만들어졌습니다.
짝을 이루는데 시간이 걸리더라도 아이들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려고 하는 것은 다른 연령간의 통합 몸 놀이에서는 무엇보다 중요한 과정이라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짝을 이루어 가는 이 시간이 가장 중요한 과정인지도 모릅니다.
서로 짝을 이룬 아이들이 서로의 이름을 묻습니다. 대부분 여섯 살 아이들이 동생들의 이름을 묻고 자기 이름을 알려 줍니다. 그리고 손을 꼭 잡고 함께 체조를 합니다.
퍼뜩 놀이 하나가 생각납니다.
" 오늘 몸 놀이하다가 갑자기 독수리가 나타날 수가 있어. 그러면 언니, 형아들은 독수리가 동생들을 잡아가지 않도록 몸으로 꼬옥 숨겨줘. 그럼 독수리가 잡지 못할 테니까. "
아이들이 좋아하는 귀신 체조를 합니다.
다섯 살 동생들이 뽀뽀 귀신이 되어 언니, 오빠들을 쫒아 다니기도 하고 여섯 살 언니, 오빠들이 로켓 귀신이 되어 동생들을 로켓을 태워 주기도 합니다. 그러다 갑자기 독수리가 나타 나니 여섯 살 아이들이 동생들을 몸으로 감싸고 엎드리는데 그 모습이 얼마나 귀엽고 예쁜지 보기만 해도 계속 실실 웃음이 났습니다.
한바탕 땀 흘려 체조를 하고 나서 드디어 썰매타기를 합니다. 비닐포대에 밧줄을 엮어 만든 썰매에 다섯 살 아이들이 앉고 여섯 살 아이들이 끌어 줍니다. 유아 시기의 한 살 차이가 얼마나 크고 대단한 지 통합수업을 할 때마다 느끼고 또 느낍니다. 다섯 살 아이들의 웃음 소리에 여섯 살 아이들이 신나서 더 빨리 썰매를 끕니다.
뒤늦게 여섯 살 아이들이 썰매에 앉자 다섯 살 아이들이 둘씩 밧줄을 잡고 썰매를 끌어 줍니다. 서로 태워 주고 끌어 주는데 어느 한 녀석도 싫증을 내거나 재미없어 하는 아이들이 없습니다. 어우러짐이 너무나도 자연스러워서 행여 선생님이 이 평화를 깰까 봐 조심할 정도였습니다.
썰매도 신나게 탄 아이들이 다시 모여 앉습니다.
" 얘들아. 산타 할아버지한테서 전화가 왔어. 오늘 너희들이 너무 재미있게 놀아서 지금 여기에 온다고 말이야. 그런데 산타 할아버지는 우리가 잘 때 오는데. . . . 우리 산타 할아버지가 오시게 잠자는 것 처럼 하면 어떨까? 그럼 분명 몸 놀이실에 들어오실 것 같애. "
여섯 살 아이들이 다섯 살 동생 손을 잡고 몸 놀이실에 눕습니다. 손을 꼬옥 잡은 아이들도 있고 동생을 포근하게 안아 주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저절로 언니, 형이 되는 아이들.
불을 끄고 크리스마스 트리에서 흘러 나오는 불빛과 잔잔한 캐롤을 이불 삼아 눈을 감습니다.
다시 불이 켜지고 아이들이 눈을 뜹니다.
" 산타 할아버지 안 왔어. "
" 어? 정말 안오셨네? 내가 전화해 볼게. "
그리고는 산타 할아버지에게 전화거는 흉내를 냅니다.
" 산타 할아버지! 왜 안오신 거에요? 네? 차가 많이 막힌다고요? 산타 할아버지는 썰매타고 날아 다니시잖아요. 네? 비행기가 막힌다고요? 그럼 언제 오실 건데요? 네? 다음 몸 놀이 시간에 꼭 맞춰 오신다고요? 정말이죠? 네? 산타 할아버지는 거짓말 안 하신다고요? 네. 알겠어요. 그럼 다음 몸 놀이 시간에 꼭 만나요! 전화 끊을 게요. "
그래서 다음 몸 놀이 시간에는 산타 할아버지와 몸 놀이를 하게 되었습니다.
여섯 살 아이들이 다섯 살 동생 손을 잡고 동생 반이 있는 3층까지 데려다 주고 자기 반이 있는 2층으로 다시 내려 오는 것으로 오늘 다른 연령별 통합 몸 놀이는 끝이 났습니다.
점심 시간, 밥을 먹으러 가는 달봉샘 손을 잡고 여섯 살 연재가 베시시 웃으며 말합니다.
" 달봉샘! 오늘 명상 재미 있었어. "
몸 놀이가 끝나고 나면 아이들은 웃음으로 화답해 줍니다. 오늘 몸 놀이가 어땠는지 재미 있었는지 행복했는지 또는 지루했거나 따분했는지.
몸 놀이 선생님은 아이들의 그런 웃음과 표정을 먹고 다음 몸 놀이를 다시 준비합니다.
밤도 깊은 시간에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는 행여 너무나도 선명한 오늘 만큼의 아이들 세상 이야기를 잊기 싫어서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런 제목을 붙여 봅니다.
' 어른들 세상보다
백 배 나은 아이들 세상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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