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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을 한결같이, 몸 놀이 선생님 이야기

구슬 나라

아이들이 구슬을 가지고 등원합니다.

각양각색의 구슬들이 비닐봉지에 플라스틱 통에
또는 천 주머니에 담겨 아이들이 걸을 때마다
구슬 소리를 내며 지나갑니다.
 
몸 놀이 시간에 구슬치기를 한 아이들은
구슬치기에 더욱 열을 올립니다.
교실에서 복도에서 심지어 계단에서까지
구슬을 꺼내 만져보고 세어 보고
친구의 동생의 형, 누나, 언니의 구슬을
어깨너머로 보며 그렇게 구슬 세상에
빠져 살고 있습니다.
 구슬 따먹기에는 별 관심이 없다는 아이의 호주머니에도 몇 개의 구슬은 달그락 소리를 냅니다. 그렇다보니 복도를 지나면서
또는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잠깐 들른 교실 구석에
누가 떨어뜨렸는지 알 수 없는
구슬 하나를 발견하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뿐만 아니라 아이들 이야기의 화제도
구슬이 차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섯 살 아이들에게는
몇 개의 구슬이 있는지가 관심사라면
여섯 살, 일곱 살 아이들에게는
자기만의 특별한 구슬이 자랑거리가 되기도 합니다. 특별한 구슬이라고 꼭 더 크거나 더 빛나거나
유리가 아닌 쇠로 만들어졌거나 하는
특성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특별하다는 것은 의미가 남다르다는 뜻이니까요.
아이들 세계에도 있을 것은 다 있습니다.
친구의 환심을 사기 위해 구슬을 이용하기도 하고 서로 다른 취향을 가진 친구들끼리
구슬을 바꾸기도 합니다.
 
선생님들은 아이들의 이러한 모습을
자연스럽게 지켜봅니다.
그러면서 선생님이 꼭 끼어들 자리가 아니면
섣불리 개입하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이러한 과정은 선생님들에게도
또 다른 배움의 시간입니다.
구슬로 인한 아이들의 어떤 모습이
내게는 불편해 보여도 다른 선생님에게는
전혀 불편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구슬에 대한 이야기는
선생님들도 아이들 못지않게
생활 속에서 다루어야 합니다.

하루에도 구슬에 대한 사연은 몇 편씩 쏟아집니다. 이러한 이야기들이
살아있는 이야기가 되기 위해서는
아이들과 선생님들과 다시 이야기되고
회자되도록 해야 합니다.
아기스포츠단 아이들의 구슬 문화가
언제까지 이어질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겨울방학이 시작되고 방학을 보내는 동안
사라져 버릴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전혀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문화가
생겨날 지도 모릅니다.
아이들의 놀이 문화란 진부한 교육 계획안처럼 3월부터 시작해서 딱 4월까지만 하는 것이 아니니까요.
생겨남도 자연스러웠듯이
사라지는 것도 자연스러울 수 있도록
선생님들은 아이들의 현재 모습 하나하나를 기억하고 이야기하는 것에 집중할 것입니다.
 
다음 주 월요일에는
구슬 놀이를 주제로 한 평화 교육
두 번째 시간을 맞이합니다.
첫 시간에는
구슬 놀이 동아리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었다면
두 번째 시간에는
아기스포츠단 모든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려고 합니다.
동아리 아이들처럼
연습이라는 것은 할 수 없는 시간이지만요.
아이들의 이야기가 궁금하지 않으세요?
 돌아 올 월요일을 같이 한 번
기다려 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