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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을 한결같이, 몸 놀이 선생님 이야기

낙엽 놀이

얼마 전 선생님들과 나들이 답사를 하던 중 너무나도 예쁜 낙엽 길을 보고 탄성을 지른 적이 있습니다. 저 예쁜 낙엽들과 우리 아이들이 만난다면 이보다 더 예쁜 그림이 있을까 싶었습니다. 그래서 저질렀습니다. 마대 스무 자루를 가지고 다시 찾아갔습니다. 마치 보물이 가득한 보물섬에 도착해서 보물을 쓸어 담듯이 그렇게 행복한 마음으로 담아 온 낙엽들.... ‘ 행여 부족하면 어떻게 하지? ’ 하는 마음으로 한 포대 한 포대 꽉 꽉 눌러 담았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몸 놀이실에 펼쳐 보았습니다. 가을이 몸 놀이실에 가득 들어찼습니다.

몸이 근질근질해서 기다릴 수가 없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이 모습을 당장이라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하루가 지난 다음 날 다섯 살 아이들이 모두 몸 놀이실에 내려 왔습니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 아이들은 환호성을 지릅니다. 마치 이 세상에서 제일 웃긴 이야기를 들은 것처럼 깔깔 대며 뛰어 다닙니다. 아이들의 옷에 머리에 가을이 붙어 다닙니다. 낙엽 속을 비집고 들어가기도 하고 하늘을 향해 내던지기도 합니다. 낙엽 길을 만들기도 하고 낙엽 산을 쌓기도 합니다. 어떻게 놀아라 말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낙엽 위에서 하는 체조는 푹신푹신한 체조입니다. 낙엽 위에서 하는 달리기는 구름 위를 달리는 것 같습니다.

시무룩하던 녀석도 감기에 걸려 얼굴이 뜨끈뜨끈한 녀석도 다 잊고 놀이 삼매경에 빠집니다.

사진을 찍던 선생님들도 사진기를 내려놓고 낙엽 위를 뒹굽니다.

이 가을 앞에서는 아이도 어른도 선생님도 모두 가을이 됩니다.

한 시간을 넘게 놀고 교실로 올라가는 아이들 머리와 옷을 털어 줍니다. 행여 옷 속에 가을을 가득 담고서 집에 갈까봐 사방팔방으로 털어줍니다. 아이들이 올라간 뒤에도 몸 놀이실에 울려 퍼지는 아이들의 함성은 아이들을 따라가지 않고 몸 놀이실에 남아 있습니다. 몸 놀이실을 나서니 여기저기에 낙엽들이 떨어져 있습니다. 계단에도 화장실에도 복도에도 심지어 신발 속에도. 아마도 집에 가서 옷을 벗으면 몰래 집까지 따라간 녀석들이 분명 있을 것입니다.

YMCA 건물이 온통 나뭇잎 투성이지만 YMCA 선생님들 어느 누구도 미소를 내려놓는 선생님이 없습니다. 그래서 감히 이런 일도 저지를 수 있는 것이구나 싶습니다. 이 모든 배려와 고마움을 가을에게 다시 돌려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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