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라인 스케이트 강습 받지 마세요!! ●
오늘 일곱 살 아이들과의 인-라인 스케이트 수업이 있었습니다.
타는 모습을 보니 절반 안 되는 아이들이 인-라인을 능숙하게 탈 줄 압니다. 그런데 아기스포츠단 몸 놀이 선생님으로서 행복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인-라인을 잘 타는 아이들 대부분이 인-라인 강습을 따로 받은 아이들이고 그렇기에 그 모습 또한 거의 흡사했기 때문입니다. 올해부터 시작한 인-라인 스케이트 수업이라 작년에 강습을 받아서 잘 탈 수도 있겠지만 그것보다 선생님을 불편하게 한 것은 수업 동안 아이들이 보이는 태도와 집중도였습니다. 이미 강습을 많이 받은 아이들은 고정된 틀이 있어서 다른 것을 받아들이는 것에 부정적이고 수업에 대한 참여도 적극적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아이들을 모아 놓고 ‘ 아기스포츠단에서 왜 인-라인 스케이트를 배우는가 ’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하였습니다. 아기스포츠단에서는 인-라인을 함께 잘 타기 위해서 배우는데 여기서 ‘함께’라는 의미에 대해 아이들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인-라인 스케이트를 배우든 수영을 배우든 배우는 것을 잘 할 수 있게 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말해주었습니다. 인라인 스케이트를 배우면 인라인 스케이트만 잘 타게 되지만 아기스포츠단에서 배우는 몸 놀이(수영, 인라인 등 포함)는 무엇을 하든 그것을 잘 할 수 있는 마음을 먼저 배우고 그 마음이 내 안에 있으면 무엇이든 잘 배울 수 있다고 말입니다. 사실 이 말은 아이들에게 할 말이 아닙니다. 아기스포츠단 부모님들께 드릴 말씀입니다. 유아 시기는 기술을 배우는 시기가 아니라 그릇을 만드는 시기입니다. 기술은 어느 때고 배울 수 있지만 배움의 마음을 담는 그릇은 이 시기가 지나가면 더 이상 만들 수 없습니다. 아기스포츠단에서는 다양한 몸 놀이를 합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다양성은 더욱 풍성해 질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것의 중심은 무엇을 하든 즐겁고 재미있고 자신 있고 행복하게 하기 위한 내 안의 그릇을 만드는 것이지 도구 사용법만을 익히기 위함이 절대 아닙니다.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의 차이는 마음에서부터 생깁니다. 인라인 스케이트 강습, 이제는 아이들에게 시키지 말아 주세요!!
안양 YMCA 아기스포츠단에 오면서 ‘ 작년까지 몸 놀이를 맡아 주셨던 강사 선생님이 개인적으로 아기스포츠단 아이들을 모집해서 인-라인 스케이트 강습을 하고 있다 ’라는 소리를 들을 적이 있습니다. 졸업한 아이들이 보고 싶어서 선생님 사비를 털어 가며 일 년에 한두 번이라도 만나서 함께 동물원도 가고 영화도 보고, 녀석들이 잘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어머님들과도 아이 이야기를 계속 나누고 있는 선생님으로서,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기에는 참 불편한 이야기였습니다. ‘ 작년까지 함께 했던 선생님이니까 올해까지는 모른 척 하자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선생님뿐만 아니라 다른 선생님에게도 심지어 다섯 살 아이들도 인-라인 스케이트 강습을 받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부터는, “ 내년까지 기다릴 문제가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이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고 싶어 하기 때문에 그래서 좀 더 빨리 타게 해 주고 싶은 부모님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그렇다면 강습이 아닌 엄마가 또는 아빠가 직접 가르쳐 주세요. 엄마, 아빠는 인-라인 스케이트를 탈 줄 모르기 때문에 가르쳐 줄 수 없다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아이들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정석의 폼이 아닙니다. 유아들의 몸 놀이 선생님을 20년 가까이 하고 대학에서 체육교육을 전공하고 운동이라는 운동은 거의 다 배워 본 선생님으로 당당하게 주저 없이 드리는 말씀입니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성취감을 이뤄가는 과정이고 그 과정의 길이는 길고 짧은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며 스스로의 노력에 의한 성취 그리고 스스로 이뤄낸 성취야 말로 아이들에게 필요한 에너지입니다. 엄마, 아빠의 어린 시절, 자전거를 배우던 때를 떠올려 보세요.
오늘 일곱 살 아이들은 인-라인 스케이트를 잘 타는 아이와 잘 타지 못하는 아이가 짝이 되어 서로 배움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잘 타는 아이에게 전한 말 중 가장 중요한 말은 “ 네가 배운 대로 가르쳐 주려 하지 말고 네 친구가 쉽게 배울 수 있는 방법으로 알려 줘 봐라! ” 였습니다. 그리고 그 시간이 너에게도 배움의 시간이 된다는 것도 잊지 않고 말이지요.
다음 주부터는 일곱 살과 다섯 살 아이들이 짝이 되어 인-라인 스케이트를 배웁니다.
‘ 인-라인 스케이트를 잘 탄다. ’라는 것은 인-라인 장구를 착용하는 것은 어른에게 의지하면서 인-라인 스케이트만 잘 타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일곱 살 아이들이 다섯 살 동생들에게 자기에게 맞는 방법으로 인-라인 안전 장구를 스스로 착용할 수 있도록 도울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일곱 살 아이들은 인-라인이 얼마나 재미있는 놀이이며 다섯 살 동생들도 탈 수 있다 라는 자신감을 심어 줄 것입니다.
'20년을 한결같이, 몸 놀이 선생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건 어떨까? (0) | 2016.05.25 |
---|---|
기구 몸 놀이 (0) | 2016.05.25 |
낙엽 놀이 (0) | 2016.05.25 |
통합이라 합하는 것이 아니라 나눔을 배우는 것! (0) | 2016.05.25 |
다채로운 일 주일 (0) | 2016.05.25 |
보물을 찾아가는 몸 놀이 (0) | 2016.05.25 |
배움은 늘 신나는 일 (0) | 2016.05.25 |
몸 터 울타리 없애기 (0) | 2016.05.25 |
운동회 놀이 (0) | 2016.05.25 |
실컷 놀기 (0) | 2016.05.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