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 들면 선생님은 한 발자국 물러납니다.
숲에서는 숲이 선생님이 되어 줍니다.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아이들의 몸 터가 되어 주며 아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줍니다. 모든 것을 내어 주면서도 어떠한 잔소리도 없는 숲 선생님의 모습은 서로 다른 아이들 모두를 똑같이 품어줍니다. 그래서 숲은 선생님의 선생님입니다.
숲에 들면 선생님은 그동안 내가 어떤 선생님이었는지 깨닫습니다.
아이들이 걸어오는 말을 들으면 알 수 있습니다.
“ 달봉샘! 이거 좀 봐봐. 내가 만든 건데 멋지지? ”
“ 달봉샘! 여기에 이런 걸 만들면 어때? ”
“ 달봉샘! 무서워. 손 좀 잡아줘. ”
“ 달봉샘! 나뭇잎으로 생일 축하하는데 같이 놀래? ”
“ 달봉샘! 이거 좀 단단하게 묶어 줘. ”
“ 달봉샘! 비닐 가지고 왔어. 낙엽으로 땅콩 카라멜 만들어 줄 수 있어? ”
“ 달봉샘! 나무 집 만들 건데 같이 만들자! ”
“ 달봉! 몸 놀이 하자! ”
“ 달봉샘! 이거 1단계야. 3단계까지 있어. 달봉샘도 해 볼래? ”
아이들이 걸어오는 말을 들으면 아이들에게 내가 어떤 선생님이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가끔씩 달봉샘에게 몸 놀이 조언을 요청하는 ○○ 어린이집 몸 놀이 선생님이 아기스포츠단 아이들과 ○○ 어린이집 아이들의 가장 큰 차이점에 대해 말 해 준 적이 있습니다. 이 말은 달봉샘을 늘 숲에 선 나처럼 돌아보게 해 줍니다.
“ ○○ 어린이집 아이들은 이렇게 하자 하면 하는데 어떻게 할까? 하면 물끄러미 쳐다만 봐요. 그래서 몸 놀이 시간에 장애물 놀이는 할 수 있어도 아이들이 장애물을 만들지는 못해요. 장애물을 만들자고 하면 선생님이 만들어 달라고 해요. 아이들은 장애물을 넘고 통과할 수는 있어도 장애물을 만드는 것은 이미 선생님 몫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아기스포츠단 아이들은 안 그래요. 선생님이 만들어 주는 장애물보다는 스스로 만든 장애물을 더 좋아해요. 이런 것으로 구분하기는 뭐하지만 몸 놀이 시간에 아이들이 얼마나 주체적이냐 아니냐의 가장 큰 차이점인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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